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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축제 생태계에서 본 대표축제의 조건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석좌연구위원)

빠르게 증가하는 인천의 축제들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 연구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인천에서 개최되던 축제들은 총 44개였으나, 최근 필자가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인천에는 총 68개의 축제가 개최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표1>참조)

<표 1> 인천광역시에서 개최되는 축제 수 비교: 2006년과 2023년

구분 인천시 중구 동구 남구(미추홀구)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 계양구 서구 강화구 옹진구
2006 12 9 1 4 2 2 2 2 2 7 1 44
2023 35 4 2 6 1 1 4 3 4 6 2 68

17년의 간격을 두고 인천광역시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약 64% 그 수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축제 수가 늘어나는 것이 비단 인천시만의 일은 아니다. 물론 개최되는 축제 절대 수는 인구수와 비교해 봤을 때 서울, 부산, 대구에 비해서도 현저히 적다.

삶의 질이 올라가면 갈수록 축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여러 선진 국가의 사례들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축제 수 증가가 의미하는 것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은 필요하다.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축제 요구에 지자체가 부응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은 맞는지, 아니면 지나치게 앞서가는 지자체의 의도에 주민들이 수동적으로 동원되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축제의 의미나 가치보다는 가시적인 효과에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축제는 나의 존재감과 정체성의 표현이지 돈벌이 수단이 아님을 아직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지, 인천시의 축제는 과연 어떤 목적을 지향하고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것들이 그것이다.

인천광역시 주도 축제 수의 빠른 증가가 타당한가?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인천광역시의 경우, 단순 계산만으로도 25개 증가분이 모두 인천광역시에서 직접 개최하는 수의 증가분이라는 것이다. 기초단위에서는 오히려 감소한 곳도 있는 반면 인천시에서 모든 예산을 직접 지원하고 개최하는 축제의 수가 약 3배 정도 늘어났다는 것은 인천광역시의 축제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축제에 대한 관심의 증가인지 아니면 축제적 이벤트의 부수적 효과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는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축제지원의 방향과 축제기획이나 개최방식이 과연 시민들의 삶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검토도 필요하다. 이러한 축제들 중에는 일회성 또는 한두 번의 지원으로 끝나는 축제들도 많거나, 고정적 지원금액이 특정 기관이나 단체에 일종의 축제행사 개최라는 이름의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되는 경우도 많아서 실질적으로 축제 그 자체의 발전이나 축제 진정성에 공공재원이 지원되는 것인지는 다시 한 번 검토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축제의 우선 조건: 역사성과 정체성

이러한 상황에서 인천의 대표축제 찾기 또는 대표축제 만들기라는 것이 과연 인천에서 현재 가능한 일이고 실제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 마디로 축제 이름만 들어서 인천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상상되면서 인천시가 느껴지는 것, 그래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 번은 꼭 한번 참여해 보고 싶은 축제가 있느냐는 점이다.

보통 대표축제라고 하면, 축제의 개최 시작 연도가 비교적 오래되어서 지역민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은 축제이면서 해당 지역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 당연하다고 보고 최소 20년 정도 개최된 축제들만 찾아보았다.

부평풍물대축제 ©부평구축제위원회

부평풍물대축제 ©부평구축제위원회

부평풍물대축제 ©부평구축제위원회

화도진축제 ©인천동구청블로그

역사가 오랜 축제들은 인천광역시에서 직접 개최하는 축제보다는 기초단위에서 개최되는 축제의 수가 더 많았다. 강화군의 고인돌축제(현재 미개최), 미추홀구의 인천국제클라운마임축제, 인천항구연극제, 부평구의 부평풍물대축제, 서구의 서곶문화예술제, 동구의 화도진축제 등이었고, 인천광역시에서 직접 개최하는 축제들로 20년 정도 된 축제로는,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인천중국문화관광페스티벌, 인천공항SKY Festival, 인천중국의날 문화관광축제 등이었다.

약 70여 개 정도 인천에서 개최되는 축제 중에 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축제는 10개 정도에 머물러 있고, 다른 축제들은 모두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못하는 최근에 개최되기 시작한 축제들이 대부분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들 축제 중에 축제 자체 홈페이지가 제대로 관리되면서 20여 년의 축제 역사를 정리해놓고 자체 축제 아카이브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축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인천시 대표축제를 만드는 것보다 더 우선되는 것은 기존의 축제들의 기본적인 역사성과 정체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더 우선되어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홈페이지 관리인데, 이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은 지속적인 관리 주체가 없이 매년 당해년도 행사 개최에 급급하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부딪치는 고단한 소통의 성과물이 축제로 열매 맺어야

어쨌거나 축제의 역사가 최소 20년 정도는 되어야 지역민은 물론이고 외부인들에게도 각인된다고 볼 때 인천광역시는 10개 축제들 중에 어떤 것이 인천의 대표축제라고 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참으로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각각의 축제들이 드러내는 인천의 이미지는 대단히 다양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의 유명한 축제들은 최소 6~70년에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축제들이 대부분이라 이 절대적인 역사의 시간을 단번에 그대로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래된 축제가 항상 해당 지역의 대표축제여야 한다는 원칙은 없지만, 축제의 역사는 지역의 역사를 대변하는 것이고, 이 역사를 지역민의 삶의 흔적이자 지역민이 모두 동의하는 공동체의 기억을 기록하고 연희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축제이다. 더군다나 하나의 축제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길러내고 잎사귀와 꽃을 피워 내는 과정은 결코 순조로운 과정을 거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기에 수많은 반대와 갈등, 다양한 난제,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 등에 끊임없이 직면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위태로운 난관을 극복해 가면서도 오직 진심 어린 애정과 관심,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지켜내는 것이 지역의 대표축제인 것이다. 인천시의 도시 정체성을 찬찬히 살펴보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난제가 있을 것으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인천의 ‘다양성’을 축제 경쟁력으로 삼아야

인천광역시는 핵심 가치로 들고 있는 것이 “First Ever, 최초를 넘어 최고가 되다”로 설정하고 있고, 슬로건은 언론에도 자주 노출되는 것처럼 “all _ways_ Incheon”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인천 하면 떠오는 기존의 이미지들, 예를 들어서, ‘근현대사 관문’, ‘산업도시’, ‘바다의 관문’, ‘해양도시’, ‘국제도시’등 다양하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인천시 특성의 다양성이 대표축제를 결정하고 시민이 합의하는데 장애요인이 되어 왔다면, 이제는 이러한 다양성을 인천의 경쟁력으로 활용할 때이다. 바야흐로 다양성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에 인천의 힘이 축제 다양성으로 꽃 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에서 각 지역의 대표축제로 흔들림 없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많은 축제들이 모두 이러한 험난한 과정을 겪어내고 극복해 낸 결과이지 결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며, 재정지원만 가지고 이어온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역행정이 가지고 있는 세금으로 구성된 돈만 가지고는 절대 지역민들이 모두 자신들을 대표하는 축제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차곡차곡 역사를 쌓아가며 인내하는 인천의 축제가 성숙한 지역민의 꽃으로 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석좌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