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인천을 노래하는 공감과 위로의 싱어송라이터
가수 노화정 인터뷰
김샛별 (경기신문 기자)
노화정(noh hwa jung)
2002 노리화 정규앨범 Walking 발매
2018 묘한나나 정규앨범 DEATH MEN
2020 마음의 계절 싱글앨범 발매
2023 나는 나로 살기로 했지 싱글앨범 발매
노화정 가수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대가족이 함께 살았던 집에서 고모는 피아노를 치고 삼촌은 기타를 쳤다. 북적북적한 집에는 항상 음악이 흘렀다.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음악 대신 취업을 선택했다. 돈을 벌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잊고 있었던 음악의 꿈이 떠올랐다. 레크레이션 학원을 다니고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무대에 서는 기쁨이 커지면서 자신만의 앨범을 내고 싶다는 갈증도 함께 커졌다.
26살 ‘노리화 밴드’를 결성해 홍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노리화’는 사막에서 피는 선인장이다. 생명력이 강한 선인장처럼 잊히지 않고 강한 생명력으로 버틸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밴드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첫 아이를 낳으면서 활동에 어려움이 생겼다. 만삭 때까지 공연했을 정도로 열정이 컸음에도 밴드 멤버들과 아이, 그리고 본인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결국 7년 동안 무대를 누비던 노리화 밴드는 문을 닫게 됐다.
이후 ‘묘한 나나’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활동을 시작했다. 밴드 대신 혼자 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 길을 바꿨다. 2012년 발표한 ‘바보’와 ‘아켜줘’도 반응이 좋았고 2018년 정규앨범도 발매했지만 불안정한 일상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는 “친구들은 직장 생활을 하며 자리를 잡아 가는데 맨땅에 헤딩만 하는 느낌이 들어 힘들었다”며 “결국 활동을 접고 쉬는데 한 선배가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 계기로 본명으로 다시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명인 ‘노화정’으로 활동하고부터 본격적으로 인천 무대에 섰다. 때마침 인천에서도 지역 가수를 찾는 시기였다. 그는 인천의 지역이나 장소에 대한 노래도 여럿 만들었다. 2019년에는 굴포천에 얽힌 시민들의 사연을 받아 ‘맑은 굴포천’을, 지난해에는 철거 위기에 놓인 애관극장에 대한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서해5도 평화를 노래하는 ‘서해의 눈물’에도 그의 목소리가 담겼다.
연평도 서해의 눈물 뮤직비디오 촬영 ©노화정
그는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다. 어떤 일을 겪으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은 노래를 만들기 위한 영감이 된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 나이는 먹고 할 일은 많은데 어느새 날 닮은 아이는 내 키만큼 자랐네. 거울 속 비친 내가 너무 낯설어서 괜히 코끝이 찡해 눈물이 흘러내릴 때 나는 아팠어. 꼭 잡고 있던 욕심만큼 길을 잃었어’ 올해 발표한 ‘나는 나로 살기로 했지’의 가사다. 어른이 됐음에도 어른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를 고민하다가 나온 노래다.
2020년 발표한 ‘마음의 계절’은 ‘계절이 바뀌면 꼭 입을 옷이 없지. 많은 사람 중에 얘기할 친구 없지’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럴 사람이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을 담았다. 그의 이야기지만 모두 살면서 한 번쯤은 느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노 가수는 “노래를 만들고 가사에 사람들이 공감했을 때 가장 뿌듯하다”며 “내 노래를 듣고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악기를 배우고 싶어졌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힘을 받는다”고 말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지’ 앨범 커버 ©노화정
현재 그는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코로나19가 한창 심할 때 만들었던 곡이다. 가사에는 본인의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절에는 심리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아 3시간을 기다려도 5~10분이면 끝난다는 이야기, 2절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절과 2절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래도 다시 힘을 내자. 괜찮다’는 위로다. 또 다른 곡에는 반복되는 하루를 열심히 달리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연수에 위치한 G# 라이브펍에서의 공연 ©노화정
노 가수는 기타 치는 귀여운 할머니 가수가 되는 게 꿈이다. 원대한 목표를 잡기보다는 음악을 사랑하는 동안은 계속 노래하고 싶다. 그는 “어렸을 때는 음악으로 성공해야 할 것 같았고, 대단한 사람이 돼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사람들이 나를 찾지 않는다면 내가 사람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남아 있는 선배들을 보면 희망이 생긴다. 존경스러운 마음과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같이 든다”며 “나이가 들어도 노래하는 게 재미있는 동안은 계속 무대에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진행/글 김샛별
경기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