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송도의 중심에 문자의 역사가 흐른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에 부쳐

오준영 (연수문화재단 기획경영팀장)

지구의 태동부터 현재까지 인류의 발전을 이루어 낸 가장 혁신적인 도구는 바로 문자일 것이다. 역사적인 사건, 기발한 아이디어, 생활 속 지혜까지 모든 것은 문자를 통해 기록되고 보존되며 발전하였다.

문자로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인류 역사와 소통하는 열린 박물관이 인천 연수구 송도에 개관하였다. 2014년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건립을 결정하였고, 2015년에도 9개 시도와 경쟁하여 인천 송도로 건립 대상지가 선정되었고, 긴 시간을 준비한 끝에 2023년 6월 30일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물 전경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물 전경 (출처: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홈페이지)

박물관은 크게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어린이 체험실로 운영되고 있다. 우선 1층에 있는 어린이 체험실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문자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지루할 수 있는 문자에 대한 주입식이 아닌, 미디어와 놀이기구, 문자 게임 등을 이용하여 자연스레 문자와 접할 수 있다.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문자라는 주제를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가족 단위로 박물관을 찾아올 수 있게 만든 체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1층에는 기획전시실도 자리하고 있다. ‘긴 글 주의 문자의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6월 30일부터 11월 19일까지 특별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프롤로그 부분에는 체험 카드를 비치하여 테마별로 센서에 인식 후 통계를 낼 수 있도록 해놓았으며, 개개인이 어떻게 소통하고 문자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테마1은 ‘그림에서’로 문자가 없던 시절 그림으로 기록을 남긴 옛사람들을 설명하며 각종 문자로 쓰인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 테마2와 3은 세종대왕의 한글처럼 각 시대와 지역, 국가별로 문자가 만들어지고 오랫동안 편리하게 사용하다가 다시 미디어 시대가 오면서 이모티콘 같은 그림이 문자로 쓰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문자가 점점 사라질지 아니면 더 중요할지에 대한 물음을 관람자에게 던지면서 전시를 마감하고 있다.

기획전시실, ‘긴 글 주의 – 문자의 미래는?’ 포스터

기획전시실, ‘긴 글 주의 – 문자의 미래는?’ 포스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기회전시실 전경

기회전시실 전경
©오준영

지하 1층에는 상설전시실이 있다. 규모가 상당히 크고 문자에 대한 자료들도 꽤 많은데 특히 계단 밑에 설치되어 있는 바벨탑의 웅장한 규모에 놀랐다. 또한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을 꾸짖고자 하나였던 언어와 문자를 여러 개로 만든 신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상설전시장은 역사의 흐름대로 주요 문자 역사에 중요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1부 ‘문자 길을 열다’와 2부 ‘문자 문화를 만들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형 배 점토판, 함무라비 법전, 쿠란, 드레스덴 문서, 파피루스 에버스, 광개토대왕비 탁본, 훈민정음 등을 전시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와 마야, 라틴, 인도 동남아 문자 등을 자세히 비교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자랑스러운 한글의 태동부터 원리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전시하고 있다. 또한 문자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인쇄술과 펜의 역사에 대해서도 전시하고 있으며 내일의 문자인 미디어에 영상, 음성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상설전시실 사진

상설전시실 사진 (바벨탑) ⓒ오준영

바벨탑,

상설전시실 사진 (점토판) ⓒ오준영

세계문자박물관에서 문자의 역사를 보며 인류의 역사를 보게 되었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글을 쓰고 원고지를 쓰는 시대에서 PC 키보드가 익숙하고 스마트폰 SNS가 익숙해진 요즘… 미래에는 어떤 문자로 사람들이 소통할지 모를 일이다.

디지털 매체가 발전하면서 문자 또한 영역을 넓혀갔고 또한 고대 시대 그림으로 표현하던 것처럼 단순한 이모티콘을 통해 문자를 표현하는 역사의 순환성을 보게 된다면 혹시 세계언어와 문자가 통일된다든지 또한 인공지능 기반의 통역 번역 기술이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문자의 편리성과 효용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발전하여야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 주는 생각과 개개인의 향과 삶이 묻어나는 기존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벌써 여름이 가고 독서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이 오고 있다. 문자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갈 박물관을 찾고 있다면, 가을에 가볍게 나들이를 가고 싶다면,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 기록을 실제로 보고 싶다면, 송도 세계문자박물관으로 오시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준영 (吳俊英, Junyeong, Oh)

연수문화재단 기획경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