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를 만난 날

<학교문화예술교육(초등) 새롭게 만나는 시, 아하>

장선희 (인천주안남초등학교 교사)

인천주안남초등학교는 2008년도부터 학교노력중점사업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시 교육을 시작으로 조금씩 문화예술교육을 확대하며 난타 교육, 국악 교육, 문화예술공연 관람을 하고 있고 한 학기에 한 번씩 시 프로젝트 주간을 계획하여 아이들이 시를 쓰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올해도 시 프로젝트 수업 진행을 계획하고 있던 상황에서 인천문화재단에서 학교문화예술교육으로 시 프로그램을 신청받고 있다고 하여 반가운 마음에 바로 신청했다.

시 수업은 사실 조금 막막하다. 주로 잘 쓴 시를 읽어 주고 변형시켜 쓰는 수업을 많이 해왔다. 좀 더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시를 쓸 수 있는 시 수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고민이 되었다. 이번 학교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새로운 방향이나 아이디어를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업 전 사전 워크숍을 통해 어떻게 시 수업이 이루어지는지 전체적인 흐름을 안내받았다. 다른 외부 수업과 달리 담임교사가 함께 진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1차시는 수업지도안과 자료를 제공해 주고, 수업 중간중간에도 담임선생님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가 뭘까?

첫 수업은 시가 적힌 오브제를 찾아 낭송하고 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시작 전 ‘시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짧게 쓴 글, 같은 말이 반복되는 글, 리듬이 있는 글 등 자신들이 경험했던 시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30가지의 시오브제를 준비해 교실 곳곳에 비치해 둔 뒤 학생들이 교실에 숨어있는 시오브제를 찾아 낭송하도록 했다. 각각의 물건에 시가 쓰여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신선하고 아이들이 다양한 물건들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학생들이 자신이 고른 시를 한 명씩 낭독할 때 듣는 학생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행동 미션을 한 가지씩 선택하게 한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듣는 학생들도 몸으로 움직이며 함께 참여함으로써 끝까지 지루해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시를 몸과 오브제로 경험하며 시 수업을 지루한 수업이 아닌 놀며 감상할 수 있는 수업으로 만들 수도 있겠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

두 번째 시간에는 우리 모두 시인의 마을로 초대되었다. 교실이 아닌 특별실로 이동해 예술 강사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들어가기 전 ‘시인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하루에 한 번 이상 하늘을 본 경험, 꽃이나 고양이 등 길에서 마주치는 것들에 말을 걸어 본 경험, 영화나 책을 보고 눈물 흘렸던 경험 등을 이야기 나누었고 그런 순간들이 바로 우리가 시인이 되는 순간들이라고 말씀하셨다. 아! 매 순간이 우리가 시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구나!

시인의 마을로 들어가 아이들은 몸으로 움직이며 예술 강사님이 제시하는 주제의 대상이 되었다. 나무, 돌, 가족, 선생님이 되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둘이 짝이 되어 한 명은 부채를 들고 한 명은 부채의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고 따라다녔다. 눈을 감고 온전히 바람을 느끼며 바람을 따라다녔다. 다양한 방법으로 바람을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활동들이었다. 역시 아이들은 몸으로 표현할 때 상상력이 자극되고 생각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 시에서 탄생한 바람 친구인 파라파라가 찾아온다. 파라파라가 혼자서 외로우니 바람 친구들을 만들어 주길 부탁하고 갔다. 아이들은 각자 가면을 이용하여 파라파라의 친구들을 만들었고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을 쓰며 파라파라의 성격을 만들었다. 두 번째 시간에는 아이들이 몸으로 대상을 표현하고 직접 바람을 느끼며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극을 주는 과정들이 인상적이었다.

시인의 마을
시인의 마을

©장선희

우리 모두는 시인이다. 다양한 시 쓰기

세 번째 시간에는 예술강사님이 교실로 찾아오셨다. 파라파라가 보낸 편지와 선물을 한가득 들고 오셨다. 각각의 주머니를 열어보며 주머니 속 물건들을 가지고 다양하게 놀았다. 처음 열어본 주머니에는 비닐봉지가 들어있었다. 비닐봉지로 놀 수 있는 방법으로 꼬리잡기, 잡기놀이, 풍선놀이 등 다양한 놀이 방법 등을 생각해냈다. 역시나 아이들은 비닐 하나로도 저렇게 신나게 놀 수 있는 존재들이구나!

다른 주머니 안에서는 포스트잇, 모형귀, 연필이 나왔다. 귀로 들리는 소리를 포스트잇에 쓰고 각각의 물건에서 나는 소리를 사물에 붙이기로 했다. 비닐에서 나는 소리, 칠판, 바닥, 문, 창문 등등 교실 곳곳을 다니며 두드려보고 밟아보고 뜯어보고 긁어보며 소리를 흉내 내는 말로 적어 포스트잇에 써서 사물에 붙였다. 직접 소리를 듣고 쓰는 활동이라 더욱 생생하게 다양한 소리로 표현해냈다.

다양한 시 쓰기
다양한 시 쓰기

©장선희

‘사라라 사라라 / 푸푸푸 파파파 푸파파 / 바스락 / 스으윽 스으윽 / 파파팍 / 캉캉캉 / 슈르툭툭’

다음 주머니에서는 감정 카드가 나왔다. 분노, 기쁨, 슬픔, 사랑 등 각각의 감정에 떠오르는 느낌 생각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감정 카드에 어울리는 소리들을 연결하여 붙였다. 소리와 감정을 연결하는 것 또한 창의적이었다. 시라는 것은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커다란 전지를 모둠별로 한 장씩 나누어주었다. 그 전지에는 우리 주변의 사물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 주변의 가족, 친구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 나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가득히 썼다.

마지막 주머니에서 색색깔의 다양한 모양 종이가 나왔다. 그곳에 지금까지 내가 전지에 쓴 내용들을 바탕으로 시를 써보기로 했다. 몸으로 느껴보고 다양한 질문을 통해 글감를 찾은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게, 친구에게, 내가 쓰는 물건에 이야기하듯 자유롭게 썼다.

다양한 시 쓰기
다양한 시 쓰기

©장선희

이번 학교문화예술교육으로 만난 시 수업을 보며 교사가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가느냐에 따라서 시 수업도 얼마든지 교실에서 몸으로 체험하며 글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몸으로 직접 경험하며 쓸 수 있도록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 시간에 ‘시란 무엇이고 시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시가 될 수 있고, 시인은 그런 것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시를 만난 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자체가 모두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우리는 이미 모두가 시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아이들과 시 수업을 하게 된다면 책이나 종이로만 시를 접하기보다는 몸으로 직접 경험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문화예술교육이 많은 학교에서 진행되어 아이들이 문화를 더욱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학교문화예술교육 초등 프로그램 – 새롭게 만나는 시 아하>

인천문화재단 학교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예술교육 그룹 ‘프로젝트 아하(대표 : 조원석, 이현수)’가 진행하는 국어교과 ‘시’ 단원과 연계한 초등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실 공간에 시를 숨겨두고 시를 발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각자 자신만의 시를 써내려가는 수업이다.

장선희

장선희 (張善姬, jang sun hee)

초등학교 교사. 그림책과 가치교육에 관심이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책을 읽어 주며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하고 배운 것을 아이들에게 풀어내려고 노력한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과 수다 떠는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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