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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를 뚫고 나타난 맑은 눈의 아이들
인천 유아문화예술교육에 모인 마음
고무신 (고무신학교. 놀이통역사)
2023년 7월 13일 장대비가 내리는 아침에 노란 버스가 콩세알도서관 입구에 멈춰 선다. 차 문이 열리자 하늘을 가리는 넓은 우산길이 생겨났다. 그 사이를 맑은 눈의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하하 웃으며, 첨벙거리며 지나간다. 5~6세 유아들이 산을 오르듯 계단 길을 오르면 사서 선생님과 도서관 지킴이 선생님들의 환한 미소가 아이들을 반긴다. “어서 와” “비 오는데 오느라 힘들었지?” 아이들의 우산과 우의와 장화는 서가에 꽂힌 책처럼 순식간에 가지런해진다. 우산길 선생님들이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도착하면 활동 시작이다.
극단들락×콩세알도서관 <도서관에서 만나는 예술가 이야기> 프로그램 현장 ⓒ인천문화재단
예술교육단체(이하 단체) ‘극단들락’ 예술가들과의 만남은 오늘이 다섯 번째 시간이자 마지막 시간이다. 유아들도 예술가들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일주일 만에 만난 반가움을 미소로, 몸으로, 소리로, 눈빛으로 주고받는다. 유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마음씨 예쁜 예술가들은 금방 아이들 곁에 스며든다. 어린이집에서는 유아들이 예술가들을 손님으로 맞이했는데 도서관에서는 유아들도 예술가도 같은 손님이 되었다.
극단들락×콩세알도서관 <도서관에서 만나는 예술가 이야기> 프로그램 현장 ©인천문화재단
유아들이 예술가와 함께 어린이집 주변을 다니며 찾은 이야기를 펼쳐 놓기 위해서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도서관으로 왔다. ‘오늘 하루~ 오늘 하루~’ 노래 부르며 목도 풀고 몸도 풀다 보면 이야기도 술술 나온다. 책꽂이는 미로가 되고 활동실은 무대로 변신해서 함께 모아온 이야기들이 연극으로 만들어진다. 유아들이 찾았던 사물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을 보며 지난 시간 찾아 놓은 이야기를 한 톨도 까먹지 않고 아주 구체적인 말로 표현한다. 혹여 예술가들이 잘못 말하면 유아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 준다.
유아들이 모은 여러 편의 이야기가 합체되어서 예술가들의 공연으로 이어진다. 유아들은 같이 놀았던 어른이 예술가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유아들이 찾은 이야기가 예술가를 통해서 다시 유아들에게 연극으로 다가간다. 유아들은 자기가 찾은 새와 달팽이와 호랑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함께 만들어서 더 신나는 활동이 되었다. 헤어지기를 아쉬워하며 서로에게서 떠난다. 비가 그쳤다.
인천의 유아문화예술교육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추진하던 사업을 이어받아 2019년부터 시작되었다. 본 사업을 준비하던 초기 담당자의 꼼꼼함과 철저함은 2차, 3차, 추가 사업공모로 이어졌다.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기에 유아를 만날 준비가 된 예술가 선정이 어려웠고, 유아들이 마음 놓고 안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인지도 꼼꼼히 살펴야 했다. 예술가들은 준비가 되어 있는데 공간이 안정성이 떨어져서 안 되고, 공간과 예술가의 안정성은 있었으나 문화기반시설(이하 시설)의 협력이 부족해서 안 되고……. 이러저러한 사정들이 본 사업의 복잡성을 말해 주었다.
유아문화예술교육은 학습보다는 ‘놀이’, 콘텐츠보다는 ‘예술가’, 일방적 가르침보다는 ‘서로 성장’을 강조하는 3~5세 유아와 함께하는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이다. 2020년 개정된 국가공통 교육과정(누리과정)이 유아중심, 놀이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현장 유아교사들의 고민은 예술가와 함께 돌파해 나가려는 실험이었고 도전이었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와 유아교육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결합하여 예술가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갔다. 인천육아종합지원센터, 인천유아교육진흥원 그리고 인하대학교 아동학과 이완정 교수님의 지원과 지지로 예술가들의 염려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졌다. 2019년 첫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우연한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는 예술가의 태도가 본 사업을 이어가는 핵심적인 문장이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가는 예술가답게, 재단은 적극적인 지원의 방법을, 시설은 지역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서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였다. 이 중심에 재단 사업 담당자가 있었다. 구석구석 찾아가서 환경을 마련한 노력에 감사를 전한다. 1년 차, 2년 차 활동의 성과는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유아교육기관(이하 기관)으로 확장되었다. 연간 감당할 수 있는 숫자를 훨씬 넘어서는 기관의 신청은 기쁘기도 당황스럽기도 했다. 예술가들이 기관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은 부모교육과 교사교육지원, 활동운영지원 등으로 이어져 단단한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갔다. 본 사업을 통하여 유아들의 건강한 성장을 공통 목표로 하는 자연스러운 거버넌스가 구축되었다. 이를 위해 동분서주한 담당자의 동동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2022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결과공유회 “7색8색 아이와락 인천 이야기” ©인천문화재단
기관이 믿고 의지하는 본 사업의 핵심적 기둥은 문화예술교육 단체이다. 2020년~2022년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유아문화예술교육은 멈추지 않았다. 화면을 통하여 만나고, 유아들이 바깥놀이 나가는 길에 깜짝 등장해서 연주를 들려주고, 창밖에서 창안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 시기 ‘비대면’이 아니라 ‘먼~대면’으로 사업이 확장되었다. 유아들을 만날 때마다 활동 내용을 바꾸고, 엎고, 새로운 활동을 제안하는 단체의 눈물겨운 활동이야말로 최고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 과정에서 단체의 고정적이던 교육방식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교육으로 바뀌고, 기관의 독자적인 교육초빙과 공연의뢰로 이어졌다. 본 사업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선순환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결과이다. 그러나 여전히 단체들은 시설과의 연계를 가장 힘겨워하고 있다. 행정지원이 이런 곳에서 발현되기를 바란다.
인천 유아문화예술교육 5년을 돌아보면 매년 새롭게 진화하는 재단의 사업의 형식을 만나게 된다. 예술교육단체의 성장을 위한 재단의 다양한 방식의 지원,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담당자의 헌신과 노력, 유아들을 더 잘 만나기 위한 단체의 자발적 학습과 실험, 유아교육기관의 협력과 적극적 도움, 문화기반시설의 예술교육단체 초빙과 협의 등이 그것이다.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구성하는데 지난 시간 공을 들였다면 이제부터는 유아와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깊은 지원과 연구의 확대가 필요한 시기이다. 지역의 더 많은 단체들이 본 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사업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업 기간 중 단체가 발견한 참신한 생각들이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담당자와의 일상적인 의견 주고받음도 필요하다. 공통의 관심을 함께 논의하고 의논할 수 있는 cop활동의 지원이나 예술가들이 언제든 도움받을 수 있는 전문가들의 풀을 마련하여 본 사업의 밀도가 점점 높아지기를 희망한다.
고무신 [鼓舞伸, play interpreter]
시간을 잇는 놀이, 공간에 갇힌 놀이, 어른 놀이, 아이 놀이를 지금 이곳에 펼쳐내는 일을 합니다.
놀다 보면 저절로 생겨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