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한’ 세계에 담긴 다양한 ‘우리’를 실천하는 특별한 학교

인천한누리학교 김동호 교장과의 만남

류수연 (인하대학교 프론티어학부대학 교수)

김동호

김동호
인천한누리학교 교장
제28회 정보문화의 달 대통령 표창
인천광역시교육청 창의인재교육과 과장
인천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다문화 심리상담사(1급) 자격 취득
저작권 관리사(1,2급) 자격 취득

한누리

한누리, 그리고 ‘우리’

오늘날 우리에게 다문화 사회라는 말은 매우 익숙하다. 다문화 사회란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 가치를 제대로 내면화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2000년대 이후 단일민족이라는 신념이 허구에 불과함을 인식한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매우 배타적인 ‘우리’의 가치를 이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多)의 의미가 단지 수량의 증가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견인하는 시스템의 전환이자 그 윤리적 성장을 의미하는 것임을 실감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인천한누리학교(이하 한누리학교)는 바로 이러한 다문화 사회로 성장해 온 한국 사회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13년에 개교하여 올해로 꼭 열 돌이 된 이 학교는, 다문화 사회가 이상(理想)이 아닌 현실(現實)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교육 시스템이 비로소 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그 이름인 한누리처럼, 하나의 세계에 담긴 다양한 ‘우리’를 실천하는 특별한 학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되기 위한 디딤돌 교육

한누리학교의 김동호 교장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 인천 남동구로 향하였다. 몇 개월 전 남동문화재단 김재열 신임 이사장을 만났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길이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남동사할린센터였다. 잘 알려진 대로 인천 남동구는 영주귀국 사할린 한인들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풍경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체감하는 것의 차이일까? 남동이라는 익숙한 지명 옆에 사할린이라는 낯선 지명이 함께하는 풍경은, 우리 안으로 성큼 다가온 다문화 사회의 현재를 보다 실감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남동사할린센터와 나란히 위치한 한누리학교. 그 풍경만으로도 역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인천한누리학교는 어떤 곳일까? 한누리학교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위탁교육기관이다. 한누리학교 학생들은 실질적으로 2개의 학교에 소속되어 있다. 원적교에서 우선 학적을 생성한 후에 한누리학교로 학생들을 위탁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주로 한국어가 서툴러서 원적교의 교육체계에 바로 적응하기 힘든 학생들이 그 대상이다. 따라서 김동호 교장은, 이 학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이 한국의 일반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한누리학교에는 아직 졸업이라는 개념이 없다. 대신 몇 명의 수료생을 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많은 학생들이 수료했다는 것은, 곧 그만큼 학생들이 원적교로 복귀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료생이 늘어난다는 것은 한누리학교가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한국 교육 시스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디딤돌 교육이라는 제 몫을 잘 감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김동호 교장은 2023년에만 벌써 20명의 수료생이 원적교로 복귀했음을 자못 자랑스럽게 강조하였다.

김동호

김동호 교장은 본래 동부교육청의 교육장을 역임했다. 함박마을이 있는 연수구가 관할이었기 때문에 본래부터 다문화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교육장직에서 전직하여 한누리학교의 교장이라는 직을 맡게 된 것이다. 한누리학교의 교장이 된 후, 그는 이 특별한 학교를 이끌어가는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에 먼저 감탄했다고 한다.

한누리학교는 공립학교이기 때문에 일반학교와 마찬가지로 4~5년 단위로 교사가 바뀐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위탁교육기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우선 전보’ 신청자 위주로 교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 2번의 연장을 통해 최대 7년까지 학교에 머무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이 학교에서는 세계 24개국의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이러한 위탁교육의 목표는 입시나 성적이 아닌 ‘적응’이다. 따라서 학습적인 목표보다는 문화적 적응이라는 목표가 더 크게 부각된다. 그에 따라 한누리학교는 일반적인 교과교육과정 자체를 억지로 맞추는 교육보다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누리학교의 교사들에게는 이중의 과제가 놓여 있다. 먼저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를 교육하고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사들 자신이 각각의 학생들이 가진 문화적 기반에 대해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즉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면서 가르쳐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교사들이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는 대상은 최소 20개국 이상이다.

그러므로 한누리학교에 지원하는 교사들은 무엇보다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그와 함께 일반학교보다 교사들이 준비하고 가르쳐야 하는 것들도 더 많이 요구되는 형편이다.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위탁교육하는 한누리학교의 시스템이 현재까지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교사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희생이 바탕하고 있다.

다문화 체험
다문화 체험

아침맞이, 한국 문화에 정들다

김동호 교장은 ‘한 걸음 더’의 가치를 간과하지 않았다. 충분히 좋은 시스템을 갖춘 한누리학교였지만, 그는 조금 더 학생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모색했다. 그가 부임과 함께 시작한 ‘아침맞이’는 그러한 고뇌의 결과물이다.

우리에게 인사는 너무나 당연하고 친숙한 것이지만, 문화권에 따라서는 그것을 낯설게 느끼는 경우도 많다. 특히 아랍권의 학생들은 신이 아닌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것을 낯설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아침마다 교문에 나와 학생들을 맞이하는 김동호 교장을 본체만체 지나가던 그 학생들과 이제는 자연스럽게 아침 인사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언제나 진짜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법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김동호 교장의 아침맞이는 한국 특유의 ‘정’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서 형성된다.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이 과정은, 교육이나 시스템만으로는 획득되기 어려운 특별한 가치이다. 김 교장의 아침맞이는 한국 특유의 인사 문화를 전달하는 과정이었으리라. 하지만 그것을 통해 획득된 정은 그 무엇보다도 한누리학교 구성원들의 결속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래서일까? 퇴임 2개월여를 앞두고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본인보다는 한누리학교와 학생,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선생님들이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김 교장의 모습은 또한 감동적이었다. 이 작은 인터뷰가 한누리학교의 미래와 가치를 위해 더 많은 이해와 공감을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김 교장의 모습에서, 나는 ‘정’이 만들어 내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본 것 같았다.

한누리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필요는 ‘일상적 체험’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한누리학교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김동호 교장이 첫 번째로 꼽는 것은 바로 학생들의 ‘체험’이었다. 한국의 학생들이라면 중학생만 되어도 소풍이나 체험학습 장소로 자율적으로 이동한다. 이 말은 학교가 학생들의 일상적인 체험학습을 위해 교통의 수단까지 준비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누리학교 학생들은 다르다. 한누리학교의 학생 대부분은 한국문화에 낯설고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이곳에 위탁된다. 따라서 학교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 학생들의 일상적 체험을 위한 이동에도 학교가 비용부터 과정까지 일체를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예산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자 하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한누리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체험에 따른 교통비용이 다른 교육기관에 비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선생님들 외에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멘토도 절실한 상황이다. 한누리학교는 위탁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졸업생이 없다. 한누리학교를 거쳐 간 모든 학생들은 원적교에서 입학과 졸업을 하기 때문에, 위탁 기간이 끝난 학생들과 접촉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졸업생과 재학생으로 연결된 끈끈한 멘토-멘티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역시 한누리학교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의 폭이 줄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일상적 체험
일상적 체험

국제학교로의 전환과 새로운 가능성!

한누리학교는 설립 초기 5년까지는 교육부의 직접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전국구 단위로 학생을 모집해서 위탁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6년 차부터 현재까지는 인천시 교육청에서 재정을 지원받고 있다고 한다. 주말에는 기숙사가 닫기 때문에 아무래도 경기권 학생들이 주로 위탁되고 있지만, 설립에 따른 의의를 지키기 위해 여전히 학생은 전국구에서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열 돌을 맞이한 한누리학교 역시 변화의 고비에 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시도에 한누리학교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다문화 위탁학교나 대안학교들이 생겨나고 있는 만큼, 다른 시도의 학생을 받는 것은 아마도 올해까지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인천시 교육청에서 재정을 지원하여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인천 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위탁교육에 보다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누리학교는 2025년 국제학교로의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다문화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학교라는 본질은 변화하지 않겠지만, 국제학교로의 전환은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현재의 위탁교육 시스템에 더해 한누리학교가 입학에서 졸업까지 학사의 전 과정을 책임질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면 한누리학교의 재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체험의 기회나 폭도 더 넓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원화된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초등교육에서만큼은 이러한 길을 열어두는 것이,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 정착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누리학교를 위한 또 다른 가능성

인터뷰를 마치며, 김동호 교장에게 마지막으로 인천문화재단에 대한 기대를 물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중 언어적 배경을 가진 다문화 학생들이 가진 인재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조명해 줄 것을 바랐다. 그는 한누리학교 학생 중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그들의 역량을 키우기엔 각자의 현실이 너무나 열악한 상황임을 안타까워했다. 따라서 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김 교장은 아이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장과 기반이 마련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공연을 한 번 보고, 전시를 한 번 보는 단발성 프로그램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아이들에게 더 깊이 관심을 갖고 지속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고등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진로교육의 필요성이 너무나 절실하다고 한다. 현재 남동구와 연수구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교장은 학생들이 이동할 수 없다면, 프로그램이 학교 안으로 더 가까이 와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에는 인천의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수많은 진로 속에는 분명 문화예술과 관련된 것들도 존재한다. 인천문화재단의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한누리학교 학생들을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도 이번 인터뷰의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류수연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