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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양성 도시 인천을 위한 세 가지 제언
임지혜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연구원)
인천은 역사적으로 여러 문화가 유입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 첫 번째 근거는 인천 연수구에 백제 사신들이 중국을 왕래할 때 이용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무역항 ‘능허대’가 있다. 인천은 1883년 개항 이후 서양의 신문물을 가장 먼저 접하며 확산시킨 곳이었고, 1902년 인천항은 최초의 이민선이 출항한 곳이었다. 광복 후에는 500만 명에 달하는 해외의 귀환 동포를 맞이하였으며, 20세기 후반에는 근대 산업화의 첨병으로서 우리나라 발전의 토대를 다졌다. 그리고 2023년 6월 5일 재외동포청이 공식 출범하면서 인천은 전 세계 재외동포들의 수도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수많은 외국인 주민과 귀환 동포들,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750만 재외동포들을 끌어안을 문화 다양성 도시 인천을 위한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타 문화에 대한 존중과 포용이 필요
인천은 국제공항을 통해 한 해 수천만 명의 내‧외국인이 오가는 글로벌 허브로써 수많은 이주민이 정착한 도시이다. 2021년 기준 인천시 전체 인구의 4.4%가 외국인 주민인데, 이는 전국 외국인 주민 평균 비율(4.3%)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인천에는 이미 전 세계 다양한 국가로부터 이주해 온 외국인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앞으로는 180개국으로부터의 재외동포들을 맞을 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인천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얼마큼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일까? 2022년 인천시 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인천시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외국인 관계는 ‘친구’(3.38점)>‘이웃’(3.36점)>‘결혼’(3.00점) 순으로 나타났다. 5점 만점에서 평균을 가까스로 웃도는 결과다. 이는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하는 다문화 수용성 지수와도 연결되는데, 인천시민은 전국 평균(53.0점) 보다 낮은 50.3점으로 나타났다(2018년 기준). 이러한 조사 결과만으로 인천의 포용성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타 문화를 더 존중하고 포용하는 공존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혹자가 이야기했던 1,000만(300만 인천시민과 750만 재외동포) 시민의 도시 인천은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 종교, 사고 및 생활 방식이 문화적으로 공존하는 지혜에 의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 다문화 수용성 지수: 지역별 다문화 수용성 점수를 살펴본 결과, 전체 평균은 53.0점으로 인천시(50.3점)는
평균보다 낮은 점수로, 다문화 수용성 지수의 모든 부문에서 전국 평균을 밑도는 결과로 나타났다.
©민경선(2020), 다문화사회 정착을 위한 문화정책의 과제, 인천연구원
인천이 보유한 이민의 경험과 기억, 기록하고 계승해야
서울과 경기 다음으로 외국 국적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가 인천이다. 외국 국적 동포는 본인이나 (조)부모 일방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현재는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자)로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기준 외국국적동포거소신고 현황에 따르면, 인천에는 약 40개국의 32,214명의 외국 국적 동포들이 거주한다. 특히 인천 연수구‧부평구‧남동구 등을 중심으로 영주귀국 사할린 한인, 고려인 등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외국 국적 동포들이 집거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이민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기억하는 삶의 시간은 기록되지 못한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의 한 부분을 포함한다. 그 속에는 당연하게도 근현대 인천의 장소와 풍경이 함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인천에 거주하는 외국 국적 동포들의 이주 역사, 생활문화, 정신문화 활동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엄격하게 선별된 역사적 사료가 아닌 이민자 개인의 다채롭고 풍부한 기억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인천의 기록으로 지역과 동기화되면서 사회적 기억, 지역의 역사가 될 수 있다. 이민자 공동체의 경험과 기억을 계승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인천의 문화적 정체성 확립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고려인 이주 이야기 『들꽃 같은 사람들』 출판과 북콘서트 (연수문화원)
©EKW이코리아월드(동포세계신문) (https://www.ekw.co.kr)
2015년 이민사박물관 특별전 <사할린 한인의 망향가> (한국이민사박물관) ©임지혜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문화적으로 재창조하는 도시
인천은 대한민국 근대 이민사의 출발지로서 역사적 상징성과 연결된 다수의 지역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인천광역시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서 건립한 한국이민사박물관을 비롯하여 인천개항박물관, 한중문화관,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함박고려인마을, 디아스포라영화제 등 ‘이민’의 역사적 상징과 연결된 자원들은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인천은 재외동포들이 우리나라와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고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문화적 지향점을 제공할 수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 자산이 풍부한 곳이다. 이러한 자산들을 활용하여 인천은 전 세계 재외동포들의 문화 교류가 이루어지는 네트워크 플랫폼 도시로서의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재외동포와 함께하는 각종 화합 행사, 세미나, 토론회, 재외동포 예술인 초청 전시/공연 등 다양한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이로써 재외동포의 의미를 재조명하며 미래 지향적 가치를 재생산하고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제7회,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인천아트플랫폼
©디아스포라영화제 누리집 (https://photo.diaff.org/)
인천은 개항으로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신문물을 접했고, 이주민들과 함께 들어온 문화를 자산으로 성장해 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최초’들을 탄생시켰고, 야구 등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는 경로가 되었다. 이는 낯섦을 포용하여 문화적으로 매개하고 재창조할 수 있었던 인천의 문화 다양성 역량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는 재외동포청 소재지로서, 전 세계 동포들과 함께 한민족의 새로운 디아스포라 문화를 창출하는 인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 민경선(2020), 다문화사회 정착을 위한 문화정책의 과제, 인천연구원.
– 박봉수 외(2021), 인천시 문화다양성 기반 외국인주민 정책방향 연구, 인천광역시의회·디아스포라연구소.
– 인천연구원(2022), 재외동포와 함께하는 글로벌도시, 인천 전문가 토론회 자료집.
임지혜 (任智慧, JIHYE LIM)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