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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재능 있는 장애인 연주자를 발굴하고 직업 연주자로 키우고파”
정지선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원장 인터뷰
김샛별 (경기신문 기자)
정지선 (鄭智善, Jung Ji Sun)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원장 (2022.03.~현재)
사회복지법인 토비스트리거재단 외부추천이사 (2020.12.~현재)
해내기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13.04.~2022.02.)
인천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 팀장 (2004.11.~2013.03.)
“그동안은 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이 재능 있는 연주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단원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인천에는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설립된 장애인 오케스트라가 있다. 정지선 원장이 이끄는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은 지난해 2월 공식 출범했다. 현재 예술단은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플루트, 피아노,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단원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발달장애인과 11명과 시각장애인 1명이다. 이들은 취미활동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프로 연주자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됐다.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배워 음대를 졸업했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단원도 있다.
정 원장은 오랫동안 사회복지 현장에 몸담았다. 오케스트라와의 인연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 직장에서도 오케스트라 관련 프로그램을 맡았고,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도 활동하면서 객원 공연도 나가고 있다. 지금도 필요할 경우 객원 연주자 대신 자리를 채운다. 많은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최초이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도 없었다.
2022 인천시청 일상 속 작은 음악회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은 직업재활시설이자 보호작업장이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근무 시간은 합주 시간인 3시간이 전부인데, 보호작업장이다 보니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그래서 단원 모집이 쉽지 않았다. 실제 근무 시간에 비해 급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집 인원은 20명이었지만 1차 모집 당시에는 8명밖에 뽑지 못했다. 현재는 상시 모집 중이다. 또 직업재활시설로 규정돼 있다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사회복지시설에 맞춰 직원들을 채용해야 한다. 오케스트라인 만큼 음악 활동 경력이 중요한데도 이곳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아 고민도 크지만 뿌듯함을 느끼는 때가 더 많다. 처음에는 서툴던 연주가 점점 나아지면서 좋은 소리가 나올 때의 쾌감은 이런 어려움을 잊게 만든다. 오케스트라의 묘미는 다양한 악기들의 연주가 조화를 이룰 때 느낄 수 있다. 소리를 풍부하게 만드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등의 현악기, 넓고 다양한 음역을 소화할 수 있는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단원이 예술단에 더 필요하다. 악기가 고루 갖춰져야 오케스트라가 풍부해지는 만큼 문화예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면 문화예술의 다양성도 함께 커진다.
2022 유정복 인천시장 취임식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하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문화예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정 원장은 장애인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참여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많이 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홍보도 필요하다. 문화누리카드 등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도 있고 시설을 찾아가는 공연도 종종 이뤄진다. 하지만 모르기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 원장은 “예전보다는 장애인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많이 생겼다. 사회복지시설에서도 장애인들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점점 늘려가고 있다”며 “공연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아져야 한다. 익숙해져야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은 올해 한 복지관에서 공연을 했다. 이 공연을 보고 플루트 연주자가 관심을 보였다. 예술단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다며 입단하는 것을 목표로 연습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듣는 사람을 감동하게 만드는 좋은 공연은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은 지금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최근 예술단만의 공간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 중인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건물에는 올해 3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3개월 늦게 입주했다. 당초 건물 1층을 리모델링해서 예술단이 들어가고, 생산품 판매시설은 2층으로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여러 문제가 얽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른 곳에서 연습했다. 연습 장소가 마련되지 않아서 그동안은 예술단을 소개할 수 있는 명함과 전화번호도 없었다. 후원회를 모집하고 예술단을 홍보하는 게 어려웠지만 이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조만간 단원이나 공연 일정 등을 소개하는 자체 홈페이지도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쯤 정기 연주회도 계획하고 있다.
2023 인천 서구 장애인복지관 공연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정 원장의 목표는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을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 오케스트라로 만드는 것이다. 예술단이 재능 있는 장애인 연주자들을 발굴하는 곳이자 장애인들이 연주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이 직업 연주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까지 너무 적었다. 뒤늦게 시작해 자세가 틀어지거나 나쁜 습관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며 “좋은 연주자를 만드는 과정에 예술단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생산·판매하는 보호작업장에서는 물건을 팔아 수익금을 마련할 수 있다. 또 물건이 좋으면 계약해 계속 납품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공연은 그렇지 않다.
정 원장은 “보호작업장 기준에 맞는 인건비와 운영비가 들어오지만 부족하다. 레슨비나 객원 단원들 비용은 자체적으로 부담한다”며 “안정적인 재정이 확보되면 급여나 단원들의 레슨비를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들어도 완벽하고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며 “최대한 완성도 있는 연주를 하기 위해 꼼꼼하게 연습한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인터뷰 진행/글 김샛별 (경기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