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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재단, 협력과 연대의 힘

양효석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사무처장)

지역문화재단의 등장

1990년대 문화부의 독립과 지역문예진흥기금의 조성,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추진과 더불어 지역단위 문화정책이 점차 늘어나면서, 독자적인 심의와 문화 프로그램의 기획·추진 등 지원업무를 전문적으로 추진할 문화재단의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99년에는 문예진흥원이 직접 추진하던 공모사업 중 소액다건 형태의 문학동인지발간, 청소년문예활동 등 소규모 지원사업 1,000여 건을 각 광역자치단체로 이관하면서 지역문예진흥사업을 전담할 문화재단의 설립 요구가 커졌으며, 문화예술진흥법상의 근거 규정도 이미 마련되어 있는 터였다. 한편, 1995년 지방자치제의 완전 부활과 독립 문화부에 의해 수립된 문화발전10개년계획(1990~1999)에서 ‘모든 국민에게 문화를’이라는 문화주의를 정책 모토로 표방하고 문화 향수와 문화의 생활화 정책이 강화된 것도 지역문화재단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 정책적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정책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가장 먼저 수도권인 경기도에서 문화재단이 출범하기에 이른다. 1997년 지자체가 최초로 설립한 공공재단인 경기문화재단은 기금 1,000억 원 조성목표를 일찍 달성하고 나름대로 지방정부와 차별화된 지원업무를 수행함으로써 1980년대부터 시작된 지역문예진흥기금의 운영 전문화와 민관 협력에 의한 거버넌스 체계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후 강원(1999), 제주(2000)에 이어 서울(2004), 인천(2004), 광주(위원회, 2004)가 차례로 출범하였고, 2008년 이후에는 대전, 대구, 부산 등 대부분의 광역지자체에서 문화재단을 신설, 지역문화에 대한 문화정책이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대로 들어선다.

광역·기초단위 지방자치단체에 문화예술 지원기구로서의 지역문화재단 설립이 증가하면서 중앙정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원회)의 지원정책의 접근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1980년대는 지역문화예술기금 조성을 위한 출연금 형태의 지원과 종합문예회관 건립 등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기 위한 종자금 지원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1990년대에는 중앙정부와 예술위원회가 주도하는 ‘찾아가는 문화활동’ 등 문화향수사업이 확대되면서 1990년대 후반에는 소액다건의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또는 문화재단이 직접 심의할 수 있도록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2007년 예술위원회와 광역단위 문화재단의 협의체인 <전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가 구성되었으며, 이후 예술위원회와 지역문예진흥기금의 운영 주체 사이에 업무 분담 및 협력에 의한 사업 추진 방식이 도입된다.

2009년에는 예술위원회가 주도해오던 예술창작 지원업무가 광역 시·도와 산하 문화재단으로 넘어가는 제2차 지역 이관의 정책변화가 이루어진다. 그동안 예술위원회가 시행해 오던 지역배분형 지원사업(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사업 등) 외에 새로이 3개 사업이 [지역협력형사업]으로 전환되어 지역문화재단으로 넘어가고 ‘공연장 상주단체육성 지원사업’, ‘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등 전국구의 대표 지원사업들이 지역문화재단으로 운영권을 넘기면서, 지역문화재단의 설립이 가속화되어, 광역문화재단은 2021년 유일하게 남아 있던 경북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17개 광역지자체가 모두 문화재단을 운영하게 된다.
기초단위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2001년 부천과 청주가 공공문화재단으로 가장 먼저 설립했고, 강릉문화재단은 1998년 민간문화재단으로 설립되어 2005년 강릉시장이 제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공공문화재단으로 전환되는 독특한 이력을 남겼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설립되기 시작한 기초문화재단은 2010년까지 26개에 불과했지만, 2023년 6월 현재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118개 (52.2%)가 문화재단을 설립·운영함으로써 지역문화정책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문화재단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

지역문화재단은 초창기 문화공간 운영과 예술창작 지원 중심에서 주민의 문화향유권 확대, 지역 문화콘텐츠 발굴, 문화도시와 지역재생 등 그 업무가 확장되고 있으며, 지역문화 전문인력과 문화기획자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문화행정의 발원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문화재단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별로 문화재단의 규모와 역할의 큰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문화재정의 취약성, 지원심의의 공정성, 자율성 확보 등 재단 직원이면 누구나 제기하는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지만, 그 외에 최근 논의되는 두 가지 쟁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문화와 관광의 융합이다. 이미 30개 가까운 문화재단이 문화관광재단으로 아예 이름을 바꾸고 관광 분야를 재단의 양대 업무로 강화하려는 의도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화재단의 업무에 관광이 등장하는 이유는 재단 운영을 통해 기초예술의 진흥, 지원보다는 한류 즉 K-pop, K-Drama 등 대중예술의 세계화에 더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여 지역 내 경제적 효과를 얻겠다는 생각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1)
1) 전주에서 개최되는 제2회 대한민국문화재단박람회(2023. 07. 05~07) 둘째 날 07.06.10:00부터 개최하는 <문화재단 CEO 포럼>이 “지역문화재단의 새로운 도전, 문화와 관광의 융합”을 주제로,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강신겸 원장의 발제와 재단 CEO들의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둘째는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한광연)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전지연)의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기능과 역할이 확장되고 있는 지역문화재단 간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지역문화진흥법 개정을 통해, 연합회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여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협력과 국고지원의 안정적 사업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광역과 기초로 분리된 연합회를 통합·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법적 지위는 하나의 기구로 하되, 기초와 광역의 특성을 살리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 등 다양한 의견과 법제화 방안에 대해 전문가와 소속 재단의 의견을 듣는 포럼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맺으며

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앞으로 추진해야 할 주요한 기능 중 하나는 문화예술의 가치와 필요성을 연구하여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투표권으로 상징되는 시민들의 힘을 모아 정치권이 문화예술 진흥에 더욱 관심을 가지도록 “문화예술 옹호의 날(Arts & Culture Advocacy Day)” 과 같은 행사를 통해 문화예술계의 일치된 의견을 널리 전파하는 활동에 있다고 본다.2)
2) 미국의 전미예술연합회(AFTA)가 매년 주최하는 “Arts Advocacy Day(예술 옹호의 날)” 참조

현재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대한민국문화재단박람회]는 앞으로 문화재단연합회가 지향하는 “협력과 연대”라는 방향성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기초와 광역으로 나뉘어 활동하는 연합회 간의 네트워크 활동과 협력 모델을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궁극적으로 법제화에 대한 노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양효석

양효석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사무처장
<주요 경력>
2012 ~ 현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
2016 ~ 2017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영전략본부장
2011 ~ 2016 전 문화나눔본부장, 문화확산본부장
2010 ~ 2011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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