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슈퍼맨의 귀환, 다시 나는 서구문화재단

서구문화재단 이종원 대표이사와의 만남

류수연 (인하대학교 프론티어학부대학 교수)

이종원 대표

이종원
現 인천서구문화재단 대표이사
前 화성시문화재단 대표이사
前 인천서구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前 충남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前 대학로·아르코 예술극장장

슈퍼맨의 귀환

인천서구문화재단이, 드디어 제2대 대표이사를 맞이했다. 2년간 공석이었던 제2대 대표이사를 맡은 이는, 놀랍게도 제1대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종원 대표이사이다. 가히 슈퍼맨의 귀환이라고 말할 수 있을 상황이다. 전 대표이사가 다시 현 대표이사로 부임하게 된 이 놀라운 전개가 시사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간절함일 것이다. 서구 인구가 60만이 되면서 서구의 문화예술정책 방향과 시민·예술가를 위한 대안을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슈퍼맨의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2년이나 공석으로 있던 대표이사 자리를 채웠음에도 이종원 신임 대표이사에게서는 그 어떤 업무 공백도 느껴지지 않았다. 서구문화재단의 출범과 정착을 함께 했던 그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적응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문화계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것이 결코 당연할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이사가 부재했던 지난 2년 동안, 서구문화재단은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의 절정을 거쳤고, 문화예술계는 그 어떤 시기보다 깊은 침체와 상처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종원 대표이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책임의 무게를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맨 처음 서구에 첫발을 디뎠던 그때보다 다시 돌아온 지금, 그의 어깨에 올라간 책무는 더 크고 간절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도 서구문화재단을 감싸고 도는 활력만큼은 숨겨질 수 없었다. 그것은 돌아온 슈퍼맨이 보이는 단단하고 강인한 초심의 파급 효과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인터뷰에 응하는 이종원 대표이사의 목소리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좀 더 진하게 느껴졌다.

제2대 인천서구문화재단 대표이사 취임식
(사진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어쩌다 구직? 필연적 구직!

잘 알려진 대로 이종원 대표이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진흥위원, 아르코 예술극장장을 역임했고, 충남문화재단과 화성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거친 자타 공인하는 문화예술행정 전문가이다. 또한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초빙교수로서 강단에서 5년 동안 문화예술 현장의 실제를 강의하기도 했다. 이전 이력만으로 보면 인천과는 별다른 인연이 닿지 않았던 이종원 대표이사가 인천, 그리고 서구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이종원 대표이사는 큰 웃음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그가 처음 서구문화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에는 ‘실업급여’가 있었다고 한다. 뜬금없이 실업급여라니? 조금 의아했던 것도 잠시, 곧 이종원 대표이사의 말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전직에서 임기를 마치고 잠깐 공백이 생겼을 때, 저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휴식 없이 구직활동에 더 노력하게 된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가 마침 서구문화재단이 대표이사 공모를 낸 상황이어서 자연스럽게 지원하게 되었죠. 구직 ‘활동’을 위해 왔다가 정말 ‘구직’ 활동이 되어버린 거죠.”

사실 서구문화재단에 처음 지원했을 때는 큰 기대를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왕 하는 구직활동을 제대로 열심히 했을 뿐. 무엇보다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당시 구청장과의 만남에서 그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재단을 만들었으니 진짜 일할 사람을 뽑아야 했고, 그래서 자신을 뽑았다는 말에 이 구직활동이 자신에게 필연이었음을 느꼈다고 한다.

초심으로 돌아간 슈퍼맨

다시 서구문화재단으로 돌아온 이종원 대표이사의 다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초심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이 없이는 모든 것이 퇴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이사가 공백이었던 지난 2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도 혁신은 서구문화재단의 좌우명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대표이사의 부재로 인해 모든 사업이 소극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로 인해 시민과 예술가의 소통도 더 침체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혁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첫째, 소통의 혁신을 추구한다. 문화재단 구성원 내부, 그리고 문화재단과 함께해야 할 수많은 주체들-시민, 예술인들과의 소통 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둘째, 사업성과의 혁신을 추구한다. 모든 사업에 있어서 시민과 예술인이 주체가 되어야 함을 인식하고 재단은 이를 위한 확실한 거버넌스를 제공해야 한다. 세 주체가 함께 만듦으로써 더 나은 성취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셋째, 조직 경영의 혁신을 추구한다. 현재 서구문화재단은 조직을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불필요한 ‘장’을 줄이고 구성원들이 더 유동성 있게 협업할 수 있도록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

인천서구문화재단 5주년 기념식 발언하는 이종원 대표이사

인천서구문화재단 5주년 기념식 발언하는 이종원 대표이사
(사진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서구문화재단에서 처음 임기를 마쳤을 때는 이렇게 다시 돌아오리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왔지요. 그것은 아직 제가 할 일이 남아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 일을 해야지요.”

예기치 않게 생겨버린 2년의 공백까지 떠안고 연임 아닌 연임을 하게 된 지금, 이종원 신임 대표이사는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그것을 하는 일에 집중할 것임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양질의 예술 콘텐츠를 저렴하게, 그리고 되도록 많이 제공하는 것을 첫 화두로 내세웠다. 이것은 처음 그가 서구에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생각했던 문제이기도 했다고 한다. 초임 시절 그는 서구의 문화적 낙후성이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원도심에는 문화공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몇 개 있던 문화시설만 해도 그저 ‘시설’로서만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인천 역시 대도시이기 때문에 서울과 별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 2대 대표이사로서 그는 이러한 문화적 충전이 시민들의 삶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질적으로, 그리고 양적으로 성장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공급량을 늘려나가는 것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그는 서구의 문화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지역 문화에 대한 현황조사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물론 인천시나 광역문화재단인 인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데이터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범박한 데이터에 의존해서는 서구가 가진 문제점을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종원 대표이사는 ‘서구의, 서구만의, 서구를 위한’ 특화된 지역 문화 현황조사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지역민의 문화경험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또한 시민들의 문화적 의지와 니즈까지 총체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지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적 가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거기엔 바로 축제가 있다. 하지만 그가 꿈꾸는 축제는 관 주도형이 아니다. 가령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La Tomatina를 떠올려 보자. 지역 사람들이 즐기던 일상적 축제가 그대로 세계인의 축제가 되었다. 이종원 대표이사는 이런 축제들이 진짜 축제라고 강조한다. 지역민을 감동시킬 수 없는 축제가 지속되고 확산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구에 필요한 축제는 바로 그러한 축제이다. 시민들의 주도성을 높이고, 그들이 참여하고, 그래서 그들 스스로 만들고 즐기고 공유하는 축제. 이종원 대표이사는 이러한 축제로 ‘되어져 가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다짐한다.

생활문화를 넘어 예술인의 거점공간까지

그러나 이종원 대표이사의 시선이 일상 속의 문화에만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예술인들의 거점공간을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 또한 잘 인식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임기 동안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를 예술인을 만나는 일, 그 자체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인천 서구에는 많은 예술인들이 살고 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서구가 아닌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인들에게 서구는 일종의 베드타운 같은 역할만 하는 지역인 것이다. 이는 실제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서구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들이 어떻게 하면 서구를 새로운 활동거점으로 인식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지원할 수 있을지, 귀를 열어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인 거점공간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그는 문예진흥법에 의거한 예술인 지원이 가진 모순에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1970년대 시작된 문예진흥법은 반세기 동안 예술인들에게 대한 대표적인 재원이자 지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70년대에 형성된 지원방식이 반세기 동안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모방식에 있어서 반성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적어도 서구문화재단은 이러한 방식의 공모에서 벗어난 지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예술이 거점공간에 대한 지원이 바로 대표적이다. 예술인들의 로망인 작업실, 공연연습실, 공연 공간에서 예술인들이 문화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거점공간을 마련하도록 노력 중이며, 내년부터는 이러한 거점공간들이 실질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공간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이종원 대표이사
(사진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자치, 왁자지껄에서 출발!

이종원 대표이사가 말하는 초심, 그 중심에는 서구의 ‘문화자치’에 대한 기대와 비전이 녹아나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문화자치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이 대표이사는 ‘중구난방’과 ‘왁자지껄’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문화자치의 중심은 당연히 시민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당위이다. 하지만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거버넌스를 이끌 주체가 그것이다. 이처럼 시민들의 문화자치가 지속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일, 문화재단의 역할은 바로 이러한 거버넌스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시민 주도라는 말은 아름답지만 때로 많은 현실적인 문제점에 부딪치기도 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부딪치기 때문에 중구난방이 되기 쉽다. 그런데 이 대표이사는 여기서 흥미로운 역전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그러한 중구난방이 오히려 또 다른 활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내세우는 것은 바로 ‘왁자지껄’이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긍정함으로써 그것이 문화적 활력을 이끄는 가능성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과 함께 그는 서구문화재단의 흥미로운 새 계획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4월의 첫째 주와 둘째 주에 있을 <수다회(가제)>에 대한 것이었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로 돌아가듯이, 서구의 공원 광장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말의 축제를 여는 것이다. 청라와 검단이 그 무대이다. 어찌 보면 위험할 수 있는 이 시도가 좋은 결실로 성사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서구의 니즈, 문화적 하드웨어 인프라

마지막으로 문화도시 서구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문화적 인프라는 무엇이 있을지 질문을 던졌다. 바로 지금, 여기, 서구의 니즈에 대한 것이었다. 여기에 이종원 대표이사는 무엇보다 하드웨어 인프라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지금 서구는 60만 인구의 도시이다. 청라 국제도시가 들어서면서 도시민들의 니즈도 달라졌다.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구에 있는 문화예술 전용공간은 27년 전에 설계된 문화회관 하나뿐이다. 다른 도시에 비해 하드웨어 인프라가 현저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해도 공연 및 전시 공간의 부족이라는 현실에 부딪치고 만다. 문화예술 전용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인 것이다.

그러므로 서구문화재단의 다음 목표는 결국 문화적 하드웨어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생활문화와 예술교육이라는 문화적 일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양질의 문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건이리라.

사실 문화예술 전용공간을 만드는 일은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대표이사는 더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종원 대표이사는 바로 귀환한 슈퍼맨이 아닌가?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 날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그의 날갯짓이 만들어낼 문화도시 서구의 활력 넘치는 파동을 기대해 본다.

류수연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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