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폐공장의 놀라운 변신, 경계 없는 영감의 공간 ‘코스모40’

코스모40 성훈식 대표와의 인터뷰

김샛별 (경기신문 기자)

폐공장과 복합문화예술공간. 접점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두 공간을 모두 품고 있는 곳이 있다. 40여 년 동안 화학 산업을 이끌던 공장은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가 가능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인천 서구 가좌동 공장 단지 안에는 ‘코스모40’이 있다. 여러 공장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문화예술인들이 영감을 받고, 그 영감을 표출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코스모40 전경

코스모40 전경
(사진 제공: 허승범)

코스모40은 코스모 화학 공장을 리모델링 한 공간으로 2018년 개관했다. 1970년부터 운영됐던 공장이 2016년부터 울산으로 이전하면서 2만3000평에 자리 잡았던 공장은 빠르게 철거되기 시작했다. 40동 역시 함께 철거될 예정이었지만 인근에서 커피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던 성훈식 현재 코스모40 대표의 눈에 띄었다.

수직적으로 넓은 독특한 공간을 잘 살린다면 재미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성 대표의 생각 덕분에 폐공장은 제2의 삶을 살게 됐다. 성 대표는 45개 동 건물 가운데 하나인 40동을 매입해 공연과 전시, 퍼포먼스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꾸리고 카페와 베이커리를 더했다. 원래 40동 건물은 사용한 황산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정제하는 리커버리 플랜트 작업을 하던 곳이었다. 성 대표는 40동을 재생한 데서 따 코스모40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스모40 내부
코스모40 내부

코스모40 내부
(사진 출처: 허승범)

코스모40의 신관은 연속된 하나의 고리 모양을 하며 40년간 사용됐던 공장 안으로 삽입됐다. 공장의 원형에 새로운 건축물을 연결했지만 완벽하게 독립된 증축으로 오래된 공장만이 선사하는 매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독특한 매력을 인정받아 2019년 인천시 건축상 대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코스모40 1~2층의 메인홀은 다양한 체험 행사, 전시, 공연 등이 열리는 문화 공간이며, 3~4층의 카페 라운지는 커피와 베이커리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복합 문화예술과 식음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과 이곳만의 특별한 분위기 덕분에 코스모40은 월 평균 5000여 명이 다녀가는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성 대표는 “보통의 미술관이나 전시관처럼 설비를 잘 갖추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이전에 있던 공장과 새로 지은 건물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이곳에서 전시나 공연, 촬영을 하면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 덕분에 많이 방문하는 것 같다”며 “이곳에서 펼쳐지는 콘텐츠를 좋아해 정기적으로 찾는 사람들과 나들이처럼 나와 식음료를 즐기는 사람들, 오며 가며 가볍게 들르는 지역 주민들이 적절히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한계를 두지 않는 공간인 만큼 코스모40은 올해도 다양한 콘텐츠들을 준비 중이다. 상반기에는 큰 규모의 프로그램보다는 공간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허들을 낮춰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어 하반기에는 큰 전시나 공연 프로그램 위주로 꾸린다. 공간 사용에도 약간의 변화를 주려고 한다. 1층 ‘보이드 홀’은 이전까지 공연이나 전시가 있을 때만 개방했다. 올해부터는 상시로 개방해 방문객들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코스모40 내부
코스모40 내부

코스모40 내부
(사진 출처: 허승범)

코스모40은 경계를 두지 않는 문화예술 콘텐츠들을 통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한 달 동안 지역 작가들에게 이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데, 올해 역시 진행한다. 여러 작가가 같은 주제로 전시나 공연을 하는 것은 아니다. 크고 분리가 된 코스모40 공간 곳곳에서 이들의 개인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형태다. 코스모40만이 가진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개성 있는 전시들이 합쳐졌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난다.

성 대표는 “코스모40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인천에 있는 공간인 만큼 지역성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기관처럼 지원금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좋은 지역 작가들이 편하게 전시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게 지역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 작가들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즐기도록 하는 게 지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성 대표는 코스모40을 ‘경계 없는 영감의 공간’으로 정의했다. 물리적으로도, 장르적으로도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사진전, 밴드와 무용 공연뿐만 아니라 디자인 마켓, 참여형 예술 워크숍 등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활동들은 공간의 성격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게 만든다. 연습실과 공연장의, 작업실과 전시장의 중간 공간인 이곳에서는 실험적이고 다양한 예술적 실험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공간은 인천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로 봐도 부족하다. 코스모40의 목표는 앞으로 10년 후에도 ‘잘 살아남은’ 복합문화예술공간이 되는 것이다. 민간에서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오랫동안 지속해 운영한 사례는 거의 없을 정도로 적다.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문제다. 이런 공간은 대관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운영되는데, 수익을 얻는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구조라 경제적인 자립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복합문화예술공간은 공공에서 기금으로 운영하거나 기업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간에서 기획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은 예술인들이 활동하는 데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자생할 수 있게 만드는 시도도 없다.

성 대표는 “영리 공간으로서 카페만을 운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서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라며 “10년 동안 자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목표다. 코스모40이 자립성을 가지고 잘 살아남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샛별

인터뷰 진행/글 김샛별 (경기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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