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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면을 맛보는 로컬매거진
『스펙타클』 Vol.3 <시티 오브 누들>
유인숙 (미추홀학산문화원 시민문화팀)
내돈내산으로 처음 사본 잡지는 학창 시절 인터넷서점 문제집 주문 목록에 끼워 넣어 구매한 패션잡지 쎄씨였다. 서점도 팬시점도 없는 서해5도의 여고생에겐 매달 어떤 부록이 나올까 기대하며 잡지를 고르고 엄마 몰래 주문목록에 끼워 넣는 일이 소소한 즐거움이자 일탈이었다. 대학에 가서는 청춘의 전유물처럼 월간 페이퍼를 한 팔에 끼고 캠퍼스를 누볐고, 사회문제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대학생 코스프레를 위해 빅이슈를 사 보곤 했다. 분야는 뒤죽박죽이지만 나름 15년 넘는 잡지 구독의 역사를 자부하며, 아주 오랜만에 잡지를 구매했다. 로컬매거진 『스펙타클』 Vol.3 <시티 오브 누들>이다.
인천만의 스펙‘타’클함을 표현하기 위해 이 매거진의 공식 한글 명칭을 『스펙타클』로 정했다는 편집장의 각주가 눈길을 끈다. 현재까지 발간된 『스펙타클』은 총 3편이다. 2021년 창간호 <코로나 시대의 로컬>을 시작으로, Vol.2 <♡두근두근 마계인천♡> 그리고 제일 최근 발간된 Vol.3 <시티 오브 누들>이다. 짜장면과 쫄면의 발상지 그리고 백령도 냉면과 메밀 우동이 사랑받는 도시 인천의 noodle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았다. 힙하다는 맛집과 구석진 골목의 노포를 찾아다니며 나름 식도락을 즐기는 인처너로서, 과연 인천의 어떤 면이 담겨 있을지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부푼다.


스펙타클 Vol.3 <시티 오브 누들>
(사진 제공: 스펙타클워크)
궁금한 글을 먼저 읽을 요량으로 목차를 살폈다. 총 4개 챕터 (Chap.1. 시티 오브 누들 / Chap.2. 오랜 누들 러버들 / Chap.3. 면의 다른 면 / Chap.4. 당신의 면 취향은 무엇인가요?) 15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눈에 띄는 제목이 몇몇 있었으나, 챕터별로 순차적인 구조가 아니어서 무엇을 먼저 읽을지 큰 고민 없이 편집부가 구성한 순서대로 읽어 나갔다.
첫 글은 ‘Chap.1. 시티 오브 누들 – 당신의 사랑하는 면들의 고향에 어서 오세요’로, 인천의 역사적인 사실과 함께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여 탄생한 면의 역사와 그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다. 역사 이야기를 처음에 다루면서 이후 읽게 될 면 이야기에 신뢰를 높여주고, 독자로 하여금 ‘인천 면의 역사는 개항부터 시작이지’라는 소소한 잘난 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잡지치고 다소 글밥이 많아 보이던 『스펙타클』도 역시 잡지는 잡지였다. 사진과 글의 적절한 구성으로 금방금방 페이지가 넘어갔다. 혹 맛집 소개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인천과 면의 역사, 문학 속 인천의 면, 로컬푸드, 골목 노포 등 다양한 키워드와 면 요리, 음식점 소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강화섬쌀로 만든 채식 시골쌀라면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일단 짜장면, 쫄면, 백령도 냉면 등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가 아니어서 좋았고, 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최소화해 재배한 쌀로 만든 쌀라면에 대한 궁금증이 오래도록 머리에 남았다. 반면 기대에 비해 아쉬웠던 글도 있었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로 평양냉면을 배달했다는 『인천석금』의 기록에서 착안한 냉면 배달 체험기는 거창한 시작에 비해 결말이 아쉬웠다. 어영부영 배달 기사도 정신으로 체험기를 끝내기보다는 ‘인천에서 자전거로? 서울까지?’ 이왜진1)(‘이게 왜 진짜?’를 줄인 신조어)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어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어 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네이버 오픈사전(2021).“이왜진”(2023.03). 진짜라고(또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게 진짜일 때 쓰는 말로, “이게 왜 진짜”를 줄인 것.
그 외에도 간혹 보이는 오탈자와 개인의 언어 습관일지 모르겠으나(필자가 여럿이다 보니) 생소한 단어의 사용이 많은 점도 아쉽다. 모름지기 잡지란 대중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읽을거리를 접하는 매체다. 한자어 대신 쉬운 단어들로 문장을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제일 기억에 남는 한 문장만 이야기하자면 ‘면발의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쫄깃하면서도 탱글한 재래식 면의 우화가 여러분을 기다린다.’ 77페이지 ‘우리 동네 제면소‘ 에디터의 말 마지막 문장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명징’, ‘명징하다’를 검색하고 우화의 의미를 여러 번 되짚어 보았다. 적어도 ‘명징하게’ 대신 ‘깨끗하고 맑게 직조해낸’으로 적었다면 우리 동네 제면소에서 어떻게 면을 뽑아내는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부록으로 제작된 <인천 누들 가이드 78>이다. 잡지의 부록은 ‘덤’의 개념에 가깝다. 이 잡지를 샀을 때 나에게 딸려오는 덤. 덤으로 받아서 더 기분 좋아지는. 물론 제작 과정이나 비용 면에서 상업 잡지와 비교할 순 없겠지만,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스펙타클』 Vol.3 부록으로 제작됐다고 소개하고 있다면 적어도 <시티 오브 누들>과 함께 구매했을 때 할인이 적용된다거나 세트 구성으로 판매하는 장치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스펙타클 Vol.3 <시티 오브 누들> 부록, <인천 누들 가이드 78>
(사진 제공: 스펙타클워크)
『스펙타클』에는 인천의 청년들이 모여 인천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리뷰 기사 작성을 위해 구성을 파악하고 장단점을 메모해 가며 읽었지만, 실은 <시티 오브 누들>을 읽는 내내 면 요리가 당겼다. 패션 잡지를 보고 모델이 신고 있는 신상 구두와 원피스가 사고 싶어진다면 그 화보는 성공했다 말할 수 있듯이, ‘면’을 주제로 한 잡지를 보며 면 요리를 당기게 했다면 <시티 오브 누들>도 성공한 잡지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물론 약간의 아쉬움이 있을 순 있으나 최선을 다했는데도 작은 흠이 보일 때 우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한다. 차고 넘치면 아쉬움을 모른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다시 기대를 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봄에 발간될 『스펙타클』 Vol.4가 기대된다. 발간을 기다리는 동안 Vol.1 <코로나 시대의 로컬>과 Vol.2 <♡두근두근 마계인천♡>도 읽어 볼 생각이다.


<시티 오브 누들>을 읽는 동안 가장 생각났던 두 곳 (좌)백령면옥(도화동), (우)벤식당
(사진 제공: 유인숙)

유인숙
미추홀학산문화원 시민문화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