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청년예술인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시의원

인천시의회 유경희 의원과의 만남

류수연 (인하대학교 프론티어학부대학 교수)

유경희 프로필

제8대 부평구의원
제9대 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인천광역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여성위원장
함께 성장하는 주민자치회 연구회 대표의원

의도치 않게, 그러나 의도한 것처럼

인천시의회 유경희 의원은 인천시의회의 초선의원이지만, 그의 이력은 참으로 보람차다. 무엇보다 그는 한 마을의 리더가 어떻게 한 도시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것은 풀뿌리 정치인의 바람직한 모습인 동시에 충분히 남다른 행보라 할 것이다.

유경희 의원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그의 정치 행보가 시작된 도시 부평구로, 그리고 다시 부개동과 일신동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의 마을까지 가보아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유경희 의원은 부평 토박이다. 부평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결혼 후에도 부평을 떠나지 않고 삶의 터전을 꾸렸다. 현대도시 부평의 성장을 그대로 몸소 체험하면서 그와 함께 호흡하고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러므로 시의원으로서 유경희 의원의 뿌리는 부평,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가 처음부터 정치인의 꿈을 키웠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치인 유경희의 삶은 그의 생애주기처럼 자연스러웠다. 결혼 후 경력단절 여성이자 주부로 또다시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어떻게 해야 자기 삶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실천의 방식을 찾아갔고, 그 길 가운데 도달한 여정이 바로 시의원으로서의 현재이다.

작은 아이의 가능성에 더해진 긍정의 힘

정치인으로서 그를 키워준 덕목은 부모님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지금도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기억한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하던 즈음이었다. 당시 그의 집은 초등학교와 담벼락을 끼고 맞붙어 있었다고 한다. 입학식 즈음 아버지가 몸이 편찮으시면서 가세가 기울어졌고 어머니조차 일 나가시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홀로 입학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 씩씩하게 이겨내고 싶었던 걸까? 무슨 용기가 났는지 그날 어린 유 의원은 운동장 앞 구령대에 올라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작은 체구에서 나온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집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가 그 노랫소리에 힘을 얻었다고 수없이 얘기하셨다고 한다. 그저 어린 날의 해프닝으로 잊힐 수 있었던 추억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덧입혀져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한 장면이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대단치 않은 사건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린 딸에게 수없이 반복하신 칭찬과 격려에는 그저 딸이 더 자신감을 갖고 세상에 부딪치며 살아가길 바라신 아버지의 깊고 단단한 애정이 숨겨져 있다. 유경희 의원이 처음 구의원에 도전할 때도 가장 든든한 지지를 보내주신 분도 그의 부친이었다고 한다. 걱정스럽게 생각하던 그의 남편을 설득한 것도 부친의 몫이었다.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던 작은 아이의 가능성을, 그토록 오랫동안 그의 아버지는 잊지 않으셨던 것이다.

모두가 함께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우리가 유경희다!” 도시의 민생을 책임지는 풀뿌리 정치인으로서 그의 마음에 새긴 가장 큰 응원은 그 말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선출직으로 시의원에 도전해서 바로 당선될 수 있었던 힘은 다름 아닌 마을공동체에서 비롯되었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지역 안에서 동고동락 했던 동네 친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선거자원봉사에 나서 주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해준 이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취될 수 없는 가능성이었으리라.

그때 그들이 해주었던 말이 바로 “우리가 유경희다!”였다. 마치 그들 자신이 유경희인 것처럼 자부심을 느끼고 솔선수범해준 지지가 없었다면 그의 도전이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선거를 위해 열정적으로 율동을 만들고, 목청껏 그의 이름을 외쳐주고, 자신들이 유경희의 얼굴이라며 돌아가는 길에도 선거 운동복을 입고 ‘쓰줍’까지 열중하는 동네 사람들은, 그가 반드시 좋은 정치인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였다.

이처럼 한 마을의 리더가 이제 한 도시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그 힘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면 설명해낼 수 없는 가치인 것 같다. 동시에 그것은 시의원으로서 유경희 의원이 누구에게 귀를 기울이고, 무엇을 위해 뛰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모두가 함께’일 수 있는 민주주의의 실천이 그것이다.

유경희 활동사진
유경희 활동사진
유경희 활동사진

(사진 제공: 유경희)

사람을 키워야 마을이 달라진다

그의 오늘을 만든 것이 마을 공동체였다면, 이제 그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사회에서 그간 그가 해왔던 활동과 그 의미에 대해 물었다. 유경희 의원은 부평구민이자 구의원으로서 자신이 함께 해왔던 성과는 마을의 성장을 이끈 공동체 활동이었다고 말한다.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바로 일신시장이었다. 1980년대 조성된 일신시장은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음에도 정식 시장으로 등록되지 않아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등에 참여하지 못해왔다. 지역주민들과 수년 동안 노력을 함께한 결과, 마침내 2020년에 전통시장으로 인정되어 등록되었고, 그것은 ‘일신시장 일원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수립 용역’이라는 국토부 공모사업을 따는 것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1억 4천이라는 큰 예산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자기 마을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성장을 기획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부평의 여러 공동체와 함께 하면서 유 의원은 든든한 의지를 얻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바로 마분리공동체와 동수단길 사람들이었다고 꼽는다. 두 공동체는 원도심을 중심으로 하여 침체된 전통시장의 등록과 부평남부지역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유경희 의원이 이 두 공동체의 사람들을 통해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그것이 어떤 성취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한다.

유경희 활동사진
유경희 활동사진
유경희 활동사진

(사진 제공: 유경희)

하지만 많은 공동체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그는 오히려 더 강조한다. 마을공동체를 통해 지역의 문제들이 고민되지만, 이러한 공동체를 통해 탄생한 마을활동가들이 오롯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적이다. 마을공동체의 노력으로 얻어낸 지역의 가능성들이 구체적인 실행단계로 접어들면, 결국 마을활동가들이 그 사업에서 배제되는 일들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마을 안에서 사람이 성장하고 뿌리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일이 된다.

하나의 마을공동체가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경희 의원은 현장의 활동가들을 좀 더 귀히 여기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기를 강조한다. 인재를 키우지 않는 마을에서는, 그 어떤 가능성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더 귀 기울이려고 노력해야죠.”

유경희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스스로 가장 중요한 자세를 ‘경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경청의 본질은 그저 듣는 것이 아니라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귀를 갖는 것이다. 구의원을 거쳐 시의원까지, 그는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듣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저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찾아와서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찾아올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 나서는 것 역시 중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갖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다가가 그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가 청년예술인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고, 원도심 구석구석의 문제를 찾아가고, 동물권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또한 양육시설의 아동을 대변하게 된 것도 그 이유이다. 풀뿌리 정치인의 소임은 그저 앉아서 찾아오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다가가 현장의 숨은 목소리를 찾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면, 더 열심히 찾아가서 듣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고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의 역할이라고.

인천 청년예술인 지원 조례, 가능성을 넘어 실행으로

그리하여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물어야 할 순간이 왔다. 바로 지난 2023년 1월 9일 입법예고에 들어간 ‘인천시 청년예술인 지원 조례’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청년예술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찾아가서 듣는 귀’가 되겠다는 다짐 속에서 이루어졌다.

2000년대 이후 우리의 정책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용어는 아마도 ‘청년’ 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수많은 청년정책은 청년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청년의 이름만 내세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각자의 예술영역에서 각개전투로 살아가야 하는 청년예술인의 경우, 그 온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한 상황이다.

유경희 의원이 이러한 청년예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구의원 시절부터였다. 하지만 개별적인 활동에 주력하기 때문에 점 단위로 활동해야 하는 청년예술인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방법이 필요했다. 여러 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목소리를 모았다. 시의원으로 당선되면서 관심과 현장의 목소리를 더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이 좀 더 가까워졌다. 선배 의원들과 힘을 합쳐 이룬 것이 바로 인천시 청년예술인 지원 조례였다.

유경희 활동사진
유경희 활동사진

(사진 제공: 유경희)

지원 조례를 만들면서 가장 힘쓴 것은 청년의 목소리가 제대로, 그리고 오롯이 나올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청년예술인을 포함한 청년들이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주력하였다. 따라서 청년들만의 독립된 개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많은 기존 위원회들이 통폐합되고 있던 상황이라 청년들만의 개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이번 지원 조례의 가장 큰 성과로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원회의 성립은 시작이지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유경희 의원은 위원회는 단지 목소리를 낼 공간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더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프로그램과 구체적인 장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여러 공공기관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사실상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전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녁 프로그램이 부재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일하는 청년들에게 공공기관도 그 프로그램도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것이다. 청년문화공간은 청년예술인과 청년 모두를 위해 현실적인 필요이자 실질적인 요구이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청년정책, 제대로 더 확실히

그러므로 이번 인천시 지원 조례에 거는 안팎의 기대가 크다. 부디 시에서 만들어진 조례가 구호에 머물지 않고 인천시뿐만 아니라 인천의 각 구에서도 실질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인천시의 청년예술인 지원 조례가 성립되기까지 노력했던 한 주체로서 유경희 의원에게 박수와 함께, 이제부터 더 열심히 그 실행을 위해 뛰시라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그를 지지한 인천시민의 바람일 것이니 말이다.

류수연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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