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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록의 가치
미추홀학산문화원 ‘지역문화아카이브 포럼’
조연희 (미추홀학산문화원 시민기록단)
미추홀학산문화원은 지난 12월 26일 학산소극장에서 ‘2022 지역문화아카이브 포럼-미추홀시민아카이브를 시작하며’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지난 4월부터 진행해온 시민기록단의 활동 성과를 공유하고 현장의 경험과 사례를 통해 시민 기록자산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 보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 아카이브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포럼은 미추홀의 사람과 자원을 중심으로 기록물을 지속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쉽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모아둔 온라인 저장소 ‘미추홀시민아카이브’의 구축 과정을 공유하며 시작했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은 2021년 6월 구축 컨설팅을 시작으로 미추홀시민아카이브에 특화된 아카이브의 구조를 만들고자 자체 구축과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 함께 수집해간 지역 기록물들을 차례로 축적하고 관리하며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1부 발제자: 임종철 아카이브 센터 대표이사
2부 발제자: 손동유 교수
미추홀학산문화포럼 진행 모습
(사진 제공: 조연희)
1부에서는 한국외대 정보기록학과 겸임교수인 임종철 아카이브센터(주)이사가 ‘지역문화 디지털 아카이브의 가능성에 대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임종철 아카이브센터(주)이사는 발제에서 ▲기록과 아카이브에 대하여 ▲다양한 민간 아카이브 사례 ▲아카이브를 쉽게 만들기 위한 제언 ▲지역문화 디지털 아카이브의 가능성 등을 발표하며 “아카이브를 통해 주장하는 역사를 증명하는 역사로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역아카이브라고 하는 것은 엄청나게 흥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알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고, 살만한 동네로 만들어가는 현재의 모습을 남겨서 더 좋은 동네가 되어갈 수 있는 수단”이라고 했다.
2부에서는 손동유 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 초빙교수가 ‘지역 아카이빙 활성화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손동유 교수는 “아카이브 기록이라고 부르는 게 유행처럼 흘러갈 일은 절대 아니다”라며 “구술 활동을 통해서 지역을 기록화하는 것은 의미 있고 좋은 일이지만, 마치 아카아빙이 구술 활동으로 보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살아가는 모습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 그래서 우리 지역을 어떻게 만들어 갔으면 좋겠는지 하는 마음, 민간 기록 활동의 처음에서 끝은 사람과 기록물이다“라며 ”사람 없는 기록물은 아무 의미 없고 사람 없는 아카이빙은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도 남기지 않는 우리들의 자료를 여러분들이 남기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활동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발제에 이어진 사례발표에서는 미추홀학산문화원 시민기록단, 연수문화원 시민기록가, 부평문화원 토굴발굴단 등 지역 기록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생생한 사례와 가치를 발표했다. 미추홀학산문화원 김용경 시민기록단은 ‘그 추억의 기록을 담다’를 제목으로 숭의목공예마을 목공 장인들의 기록과정과 소감, 기록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기록 과정에 참여하며 새로운 것도 중요하지만 옛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중요한 가치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신경을 쓰면서 자료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며 “옛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기록을 남김으로써 역사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것들을 재확인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에 기록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추홀학산문화원 아카이브포럼 2부 진행 모습
(사진 제공: 조연희)
미추홀학산문화원 정은주 시민기록단은 ‘아카이브, 아는 만큼 달라지는 질문’이라는 제목으로 기록 과정의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전했다. 그는 나의 기록 설명에 대해 “공부하며 준비했고 아쉬운 기억을 남기지 않기 위해 준비하다 보니 사장님께 질문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답변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모르는 분야는 공부가 필요하며 사전 미팅에 따라 질문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이번 아카이빙을 통해 제대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하는 기록은 시민이 일상을, 주변을 기록하는 평범한 기록이다. 우리가 사는 곳곳을 살피고 기록을 남기는 것, 오늘의 모습을 내일에 남기는 것,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내일에 남기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록이다”고 했다.
미추홀학산문화원 정지선 시민기록단은 ‘미추홀구에 사는 사람들의 Hear&Now를 기록하다’라는 제목으로 그간 활동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금 여기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주민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 나누면서 삶의 다양성을 알아가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매 순간이 인상 깊다”했다. 그는 “기록은 지금 여기에서 존재하는 유형, 무형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유일무이한 기록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기록된 기록물들이 삶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추홀학산문화원 허은영 시민기록단은 ‘당신의 이야기, 한 편의 음악이 됩니다’라는 제목으로 활동 소감을 전했다. 그는 “회의와 답사, 사전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하며 정성과 시간을 들이지만 기록은 ‘순간’이며 ‘찰라’가 아닐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기록을 단순히 인터뷰 작업을 거쳐 ‘책’이라는 기록물을 만드는 작업이라 생각했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원 소스’로 남기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기록과정에서 얼마만큼의 객관성이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기에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수문화원 남영순 시민기록가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제목으로 연수구 함박마을의 사는 고려인과 목장 경영주, 사할린 한인분의 구술 채록 활동에 참여한 소감을 발표했다. 그는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면 쉽사리 이야기를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나 감정을 끄집어내어 상처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러웠다”며 “귀담아듣고 공감할 수 있는 기록자가 되고 싶다.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부평문화원 부평토굴발굴단을 이끈 김규혁 기획팀장은 부평 지역의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많은 동네 사람들이 어떤 일본인에 의해 끌려가서 작업을 했다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산곡동 땅굴을 2016년 국고사업으로 기획해서 진행하게 되었다”며 “일제강점기 때의 이야기는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배운 내용들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남아 계신 당시에 이야기를 남겨주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 장소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추홀학산문화원 아카이브포럼 전체 참여자가 함께
(사진 제공: 조연희)
포럼의 마지막을 장식한 3부에서는 박성희 학산문화원 사무국장의 사회로 ‘지역문화 아카이브에서의 시민성’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논의하는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문화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추홀시민아카이브가 지역의 기록물을 발굴하고 수집,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구조를 만들고, 시민, 단체, 기관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연희 (趙娟熙, Cho yeun hee)
미추홀학산문화원 시민기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