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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찾아
2022 크리스마스 트리축제
조은솔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을 꼽자면 단연코 12월 25일이라고 답할 수 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겨울, 한 해의 끝이자 1년에 단 하루뿐인 크리스마스는 늘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크리스마스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 겨울 향기가 나기 시작하는 12월 초입부터 반짝이는 조명과 트리를 꺼내고, 캐럴을 들으며 머지않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곳 인천에서 살아온 나는 어느 순간부터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신포문화의 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큰 트리 앞에서 추억을 보낸 기억이 있다. 22년 겨울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마스 연금이라 불리는 “All I want for Christmas” 곡이 음악차트에 들어서게 되는 순간부터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 나는 이번 겨울에도 나만의 연중행사를 반기고 있었다.
영종국제도시 트리축제 현장
(사진 제공: 조은솔)
지난 12월 9일 운서역 광장에서 개최된 <2022 영종국제도시 트리 축제>에 다녀왔다.
트리에 환한 빛이 밝혀질 점등식을 앞두고 방문한 운서역 광장은 해가 지지 않은 이른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광장 입구에 들어서자 발견한 트리 앞에서 낭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 키보다 몇 배는 큰 트리에서 코끝이 빨개진 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졌다. 광장 한구석에서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소원 트리에 자신의 소원을 엮고 있었다. 슬며시 살펴본 사람들의 소원에는 사랑하는 이들의 평안과 행복을 바라는 글이 작은 글씨 안에 담겨있었다. 잊고 지낸 동심이 떠오르는 계절이었다. 나 또한 가족의 행복을 기대한 문장을 적어 마음속으로 고이 바랐다.
소원트리와 느린우체통
(사진 제공: 조은솔)
트리에 소원을 걸고 부스를 살펴보던 중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년 후에 배달해드려요”. 1년 후라니. 요즘같이 바쁘게 움직이는 디지털 사회 속 아날로그 감성은 흥미를 유발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빨리’가 일상인 시간 속에 잠시 멈춰 1년 뒤의 내 자신에게 사연을 보냈다.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모든 걸 디지털 매체로 전하는 삶 속에서 손 편지라는 수단이 주는 의미를 상기할 수 있었다.
소원 트리에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바람을 적었다면 느린 우체통에는 미래의 나를 위한 조언을 적어 보냈다. 과연 1년 뒤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지 기대되는 바이다.
영종중앙교회 어린이 합창단 공연
(사진 제공: 조은솔)
본 행사인 점등식이 시작하기에 앞서 영종중앙교회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트리 앞에서 천사들의 캐럴 메들리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 어린 천사들이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만드는 하모니는 모든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공연 후에는 영종국제도시 초등학생들의 소원 카드가 담긴 희망의 볼 전달식이 펼쳐졌다. 꿈과 희망을 적어낸 아이들의 소원 덕분에 마음속 깊이 따뜻한 온기가 찾아왔다.
드디어 대망의 점등식이 시작되었다. 운서역 광장에서는 트리 축제를 즐기러 온 모든 이들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캐럴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점등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트리에 들어온 조명과 어우러진 하모니는 크리스마스가 발밑에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나 또한 캐럴을 부르며 지나온 한 해의 기억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점등식이 끝난 뒤에도 지역 주민들은 끝내 자리를 지키며 남은 공연을 즐겼다. 흘러나오는 노래를 배경으로 삼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행복을 기원하는 말을 들으며 연말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신포문화의 거리 트리 축제
(사진 제공: 조은솔)
12월 10일에는 원도심인 신포권에서 트리 축제가 진행됐다. 신포문화의 거리에 가까워질수록 명쾌한 리듬의 요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싶다. 요들송을 듣는 모든 이들이 방긋 웃으며 연주자가 유도하는 박수를 치고 있는 광경에 나도 모르게 그 속에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신나는 요들송으로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신포문화의 거리에서도 트리 점등식이 시작되었다. 지역 초등학생들과 트리 축제를 즐기러 온 내빈분들이 함께 트리 장식품을 걸며 한 해 안녕을 기원했다.
환한 불이 켜진 트리
(사진 제공: 조은솔)
지역 초등학생과 내빈이 함께 버튼을 누르는 순간 트리에 환한 빛이 켜졌다. 늘 찾았던 동인천 트리라 그런지 불이 들어온 트리를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떠올랐다.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러했다. 눈동자에 일렁이는 불빛을 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포옹하며 외치는 “메리 크리스마스!”.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눈꽃마을광장으로 향하는 산타 퍼레이드
(사진 제공: 조은솔)
점등식 후에는 눈꽃마을광장으로 향하는 퍼레이드가 시작했다. 잔잔했던 신포문화의 거리가 산타들의 행진으로 가득 찬 모습이 꽤 이색적이었다. 트리 축제를 지나쳤던 사람들까지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퍼레이드를 지켜보았다.
눈꽃마을광장에 등장한 산타
(사진 제공: 조은솔)
중구어린이합창단의 합창
(사진 제공: 조은솔)
눈꽃마을광장에도 거대한 트리가 우뚝 서 있었다. 이곳에서는 여러 명의 산타와 루돌프가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선물은 지팡이 모양 캔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선물을 받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행복은 남겨두었다.
눈꽃마을로 자리를 옮겨도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중구어린이합창단의 청명한 목소리로 추위는 녹아들었고, 영종국제도시 크리스마스 축제와 마찬가지로 지역 내 초등학생의 소원을 담은 희망의 볼을 전달하였다. 아이들이 들뜬 마음으로 적어낸 소원 일부는 내 마음마저 설레게 하였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요들송, 팝페라 등의 다양한 공연으로 축제는 밤을 빛냈다.
팝페라 공연
(사진 제공: 조은솔)
어느새부터 아이들의 크리스마스와는 다르게 어른들의 크리스마스는 삭막해져갔다. 모두가 이 크리스마스를 마냥 즐기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이 북적거리는 연말, 연초를 부담스러워했다. 무언가 해내야만 할 거 같은, 나의 크리스마스는 바빠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 현실에 치여 살며 꿈과 상상력을 잃은 지 오래인 지금, 남들과 똑같은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나 자신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연말, 연초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이 가득한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한다.
조은솔 (趙은솔, Cho Eunsol)
인천대학교 패션산업학과 학부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