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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로컬 협동조합 김아영 이사장 인터뷰
이진호 (인천중구문화재단 문화도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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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특정한 시기의 비슷한 연령대에 사람들을 우리는 ‘~세대’라고 이야기한다. 당시 사회·경제·문화적 관점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키워드와 함께 지칭하는 것인데, 1960년대 ‘386세대’부터 2020년 ‘MZ세대’까지 세대문화에 포함되는 연령대 범위만 해도 60년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세대’의 흐름과 역사가 갖는 의미와 상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앞서 언급한 60년 이상의 시간을 관통하며 새로운 ‘세대’의 의미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향해 동인천 깊숙한 골목으로 발길을 내어본다.
인천에 들다. 인천에 스며들다.
인더로컬 협동조합은 인천만의 매력을 발굴하고 문화콘텐츠를 기획·제작한다. 인천이라는 물리적 범위 안에서 사람들이 인천을 ‘각자의 로컬(마음의 고향)’로 여길 수 있기를 바라는 방향성을 회사 브랜드에 담았다고 한다. 인더로컬은 ‘지역 안에서’라는 의미도 있지만, ‘인’은 仁(인천), in(안에서), 人(사람)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동인천을 고향 또는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조합원들은, 동인천·신포동 일대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았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심인 개항장과 동인천을 거점으로 동네마다의 숨어있는 매력을 끌어내고, 콘텐츠로서 대중에게 소개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지속가능한 여행콘텐츠를 위한 라운드테이블과 하이파이브 인천 프로젝트(2020)
(사진 제공: 인더로컬 협동조합)
“화려함에 포장된 관광콘텐츠가 아닌, 실제 인더로컬 조합원들이 동네에서 살면서 느낀 ‘이곳만의 매력’을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을 차별점으로 두었어요. 이곳을 찾은 여행자가 실제 주민들과 교류하며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고, 동네의 매력을 알아가며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실 수 있도록 여행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대, 로컬을 이야기하다.
2019년 인더로컬 조합원은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세대로 구성되었다. 구성원은 각자만의 인천과 동인천에 대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김아영 이사장 또한 인천 연고의 대학에서 문화경영을 전공하여, 자연스럽게 지역문화와 도시재생을 공부하게 되었다. 현재 활동 중인 동인천에 대한 매력을 일찌감치 느껴, 학업과 동시에 현장에 뛰어들어 경험을 쌓고 시각을 넓혀 나갔다. 2019년 비영리 임의단체 인더로컬을 시작으로, 현재 인더로컬 협동조합(2021년 설립)과 포디움126(2022년 오픈)을 운영하게 되었다.조합원 각자가 갖는 인천에 대한 역사와 의미는 모두 다르지만, 동인천 일대를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목적으로 모였다. 그들의 단단함과 조화로움이 이제야 조금씩 환하게 싹을 피우고 있는 듯하다.
인더로컬이 이야기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생태계’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재방문 횟수와 체류시간을 늘려 ‘관계인구’로 갈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 두 번째는 지역 관광 산업 활성화로 원주민들의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더 이상 지역을 이탈하지 않고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도시재생 지역은 원주민과 근로자 이탈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이 특히 중요하다. 따라서 “도시재생과 관광을 논외로 둘 수 없다”라는 이야기를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포디움126 공사 사진
(사진 제공: 인더로컬 협동조합)
관광콘텐츠의 방향이 일회적으로 이 동네를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 이 동네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주 방문하고, 이 동네에 관심을 갖는 ‘관계인구’를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되면 좋겠습니다. 이게 저희의 방향이기도 하고요.”
서사적인 공간, 로컬편집샵 포디움126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심지 ‘동인천’, 김아영 이사장이 생각하는 ‘동인천’은?
“여기는 ‘슬세권’이 정말 잘 갖춰져 있는 동네에요. 슬리퍼 신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맛집, 카페, 술집, 문화공간, 병원 등 모든 게 있어요. 지금은 길거리에서 보기 힘든 붕어빵, 떡볶이, 닭꼬치 포장마차도 있고, 분위기 좋은 LP펍도 많고. 마치 홍대 뒷골목과 같은 동네랄까요. 청년들이 살기에 매력적인 동네라 생각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거에요. 그래서 저희는 청년들이 동인천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 시작이 현재 운영 중인 포디움126입니다.”
신포동 좁은 골목, 하얗고 견고한 외관, 새롭게 단장한 2층 건물이 어두운 골목과 방문객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포디움126을 처음 마주한 느낌이다. 카페인지, 책방인지, 편집숍인지 알 수 없었고, 기존의 동인천·신포동 일대 구도심과는 어울리지 않는 외관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날 선 세련됨이 기분 좋은 불편함을 주었고 조금은 낯설었지만, 그곳으로 끌어당기는 신선한 호기심을 내뿜고 있었다.
포디움126 현재 외관
(사진 제공: (재)인천중구문화재단)
“인천을 소재로 한 기념품과 인천 창작자들이 만든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편집샵과 카페가 함께 운영되는 공간입니다. 여기에 판매되는 인천 굿즈 대부분이 지역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인더로컬 협동조합이 나아가고자 하는 이상이 현실이 되는 곳. 우리 동네의 이상이 현실이 되는 곳. 포디움126은 ‘협업’과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여행콘텐츠를 기획한다. 직원 회의 보다는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 청년, 창작자, 예술가들과 함께 역할과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함께 고민한 결과에 대한 성과는 함께 나누며, 건강한 시장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간다. 결과적으로 기존 목표였던 관광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 인적자원 발굴과 인프라 구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파급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된다.
포디움126 현재 내부
(사진 제공: (재)인천중구문화재단, 인더로컬 협동조합)
“저희는 단순히 일회적이고 소비적으로 이 동네를 관광하는 사람들보다, 이 지역에서 영감을 얻고 이 지역을 좋아해서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여행콘텐츠를 만들고자 합니다. 나아가 저희의 목표 중 하나는, 그저 관광객을 늘리는 것보다는 동인천으로 여행하러 온 사람들이 한번 또 오고, 두 번 오고, 여러 번 방문하면서 나중에는 “여기서 살아볼까?”, “여기서 무언가를 시도해볼까?”로 생각이 확장될 수 있는 여행콘텐츠를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인천에 들었다, 인천에 스며들었다.
김아영 이사장은 2019년 비영리 임의단체를 시작으로, 2021년도 협동조합 설립, 2022년도 포디움126을 조성했다. 인터뷰 내내 들었던 생각은, 수많은 고민과 선택 속 작은 것 하나도 그냥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표자와 구성원 간의 철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선택에 대한 사전 준비가 잘 되어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포디움126 오프닝 파티
포디움126 파트너스 네트워킹 파티
(사진 제공: 인더로컬 협동조합)
인더로컬 협동조합의 현재이자 미래인 포디움126은 앞으로 동인천 마을 호텔의 체크인 센터와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2023년에는 동인천과 개항장 일대를 1박, 2박 또는 일주일간 여행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와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그 시작은 마을호텔 <르-인천구락부>이다. ‘르’(다시, 재생)와 ‘구락부’(커뮤니티, 클럽)에 의미를 내포한 커뮤니티호텔로, 인천 원도심 지역의 매력을 다시 보게 하고, 지역을 재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인더로컬의 의지가 담겨있다.
인더로컬 협동조합 김아영 이사장
(사진 제공: (재)인천중구문화재단)
“이곳은 역사, 경제, 건축, 문학 등 어떤 주제로도 이야기를 엮을 수 있을 정도로 다채로운 면모를 지니고 있는데, 1회 방문이나 하루로는 그 매력을 알기에 충분하지 않아요. 그래서 하루가 아닌, 1박 2일, 2박 3일, 더 나아가서는 일주일 살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역의 특색을 담고 있는 소규모의 건물을 스테이(stay) 시설로 리모델링하고 동네의 상점들과 하나의 브랜드로 엮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동네에 체류하는 시간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곳에서의 여행 기억이 좋게 기억되고, 나중에 “어디서 살지?”, “어디서 상점을 운영해볼까?” 고민할 때 동인천과 개항장이 하나의 선택지로 들어가길 바랄 뿐이에요.”
<르-인천구락부> 사업 소개(안)
(사진 제공: 인더로컬 협동조합)
THE
로컬세대, 로컬리즘. 최근 전 세대를 어우르며 공통된 관심사이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이 시사하는 의미는 인더로컬과 포디움126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과 매우 밀접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세대문화는 그 세대만이 공유할 수 있었기에 그 ‘범접할 수 없음’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MZ세대 이후 ‘지역’과 ‘로컬’이 일으킨 파급효과와 그 힘은 가히 놀랍다. 모든 세대가 하나의 지향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레트로와 복고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과거의 문화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그 지역과 동네, 그리고 거기에 있는 문화 자체를 느끼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그 역사와 흐름에 나를 맡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문장이 되어버린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문구가 이러한 현재 로컬문화의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포디움126을 마주한 필자가 생생하게 느꼈던 ‘기분 좋은 생경함’은 반드시, 이전까지는 그 누구도 경험하거나 접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탄생하기 직전의 ‘거침’일 것이다. 김아영 이사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무언가’에 대한 확신에 무게를 더욱 실어주었다.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욱 환하게 이 동네와 골목 너머에 많은 곳을 비출 수 있는 단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진호(李眞鎬, Lee Jinho)
(재)인천중구문화재단 문화도시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