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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마당극놀래>, 3년 고개를 넘어서 ‘다시 놀래’

오연주 (미추홀학산문화원 마당예술동아리 강사, 극단 상상이상 대표)

‘학산마당극놀래’의 3년 고개

3년 고개라는 옛이야기가 있다. 그 고개에서 넘어지면 3년 뒤에 죽는다는 전설이 있는 고개이다. 한 할아버지가 그 고개에서 넘어져 “이제 3년 밖에 못 살겠구나.” 하며 고민을 하다 병석에 눕게 되었다. 그러자 어느 지혜로운 아이가 “한 번 더 넘어지면 3년을 더 사실 것이고, 또 넘어지면 6년을 더 사실 거예요.”라고 하였고, 그 이야기를 들은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고개에서 신나게 데굴데굴 굴렀다는 이야기이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의 대표 축제인 <학산마당극놀래>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코로나19로 3년간 극장 공연이나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행사가 치러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모두가 최선을 다해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본 시간이었고, 축제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축제 본래의 역동성과 활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역병으로 축제가 몸져누운 셈이었다.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올 때가 있으면 갈 때도 있는 법. 코로나의 그림자가 점점 옅어져 드디어 올해, 3년 만에 넓은 마당으로 나와 얼굴을 맞대고 온몸을 부대끼며 서로를 생생하게 만나게 된 것이다. 3년 고개 이야기 속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고개를 데굴데굴 구르며 느꼈던 기쁨과 환희, 해방감이 이런 것이었으리라.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포스터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포스터
(출처: 미추홀학산문화원 홈페이지)

우리들의 이야기 축제, ‘학산마당극놀래’

학산마당극놀래는 2014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한 시민창작예술축제이다. 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는 어린아이부터 70대의 어르신까지 약 1,500여 명의 주민들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총 140여 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서로 다른 개인들의 고유한 이야기이면서, 한편으론 내 이야기인 듯 공감되는 우리네 이야기이다. 나와 우리를 넘나들며,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이야기를 엮어내었다. 주민들과 예술가가 어우러져 지금 이곳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로 창작하고, 이웃과 나누며 즐기는 과정을 통해 지역 문화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필자는 2015년부터 마당예술동아리 강사로 합류해 축제가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꽤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미추홀학산문화원의 관계자분들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축제를 준비하는지를 보며 상당히 놀랐었다. 또한 참여하는 주민분들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축제의 한 축이 되었다. 각 동아리의 강사들도 서로를 도우며 마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함께 만들어 갔다. 좋은 축제는 축제의 중심이 되는 모든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여는마당 퍼레이드 모습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여는마당 퍼레이드 모습
(사진 제공: 미추홀학산문화원)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여는마당 퍼레이드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여는마당 퍼레이드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여는마당 길놀이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여는마당 길놀이

(사진 제공: 미추홀 학산문화원)

얼굴을 맞대고 다시 놀래, ‘학산마당극놀래’

지난 3년을 제외하고는 넓은 마당에서 늘 활기 넘치게 진행되었지만, 올해는 더더욱 생동감이 있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을 멀리 날려 보내듯, 무대에 서는 주민들도, 관객으로 온 주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 함께 만나 어우러질 이 날의 축제를 모두가 애틋하게 기다렸구나! 늘 경험했던 축제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우리가 함께 만나서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소중함이 더해진 것이다.

필자의 동아리는 시니어들이 참여하는 낭독극 동아리이다. 올해는 치매 엄마를 모시고 있는 딸들의 이야기를 입체낭독극 작품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는데, 공연을 보신 어느 관객분이 일부러 배우분을 찾아와서 ‘공연 너무 잘 봤다.’며 인사를 하시더란다. 그 관객분의 진심 어린 인사에 감동하여 울컥했다는 배우분의 이야기와 관객의 생생한 반응에 연기하는 맛을 찐하게 느꼈다는 다른 배우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와 관객이 현장에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것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가 지나가도 앞으로 또 어떤 어려움이 새롭게 우리를 찾아올지 모른다.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그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3년 고개 이야기 속 할아버지가 그랬듯 기쁘게 데굴데굴 구를 수 있기를. 3년 고개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되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처럼 <학산마당극놀래>도 시민창작예술축제로 오래오래 신명 나게 열리기를 바란다.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시민창작공연 모습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시민창작공연 모습

제9회 학산마당극놀래 시민창작공연 모습
(사진 제공: 미추홀 학산문화원)

오연주

오연주 吳娟珠 Yeonjoo Oh

– 미추홀학산문화원 마당예술동아리 강사
– 극단 상상이상 대표. 공연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 알렉산더 테크닉 공인 교사로 활동 중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꿈꾸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대표작

– 베이비 씨어터 및 시니어 씨어터 ‘배 안에서’(공동 창작)
– 관객 참여 테이블 인형극 ‘동글납작 어느 씨앗 이야기’
– 테이블 인형극 ‘재미있고 서늘한 느티나무 신세 이야기’(소파 방정환 원작)
– 아주작은극장 ‘커다란 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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