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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반경에서 즐기는 찐 생활문화
문팍(PARK)문화생활
허명희 (인천생활예술협회 운영이사)
지난 10월 16일 일요일, <문팍(PARK) 문화생활 홍당무마켓 : 영종 마르쉐>에 다녀왔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갯벌과 같은 톤으로 꾸물꾸물한 날씨라 플리마켓 운영에 걱정이 되었지만, 행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기대로 인해 가벼웠다. 최근 정은혜 작가의 다큐멘터리를 본 후 문호리 리버마켓을 알게 된 나는 상설 플리마켓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팍(PARK)문화생활>은 “국제공항, 섬, 해수욕장, 신도시”로 연상되는 영종도에서 삶의 공간으로 생활을 영위하며 사는 주민들이 생활반경 안에서 윤택한 문화생활을 바라는 마음으로 주민추진단 <문화통-발> 1기 활동을 통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10월부터 11월에 걸쳐 이웃과 함께 교육, 공연, 플리마켓, 체험, 전통놀이 등 6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천중구문화재단이 마련한 주민주도형 생활문화 프로그램이다.
섬이라는 자연적 특수성과 신도시에 조성된 공원을 배경으로 영종도에 사는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그 내용으로 한다.
10.8(토) LIFE, IMAGE, ART(시각예술 체험.교육) / 10.16(일)홍당무마켓:영종마르쉐 /10.29(토)영종 전통놀이 한마당 / 11.5(토)문 팍(PARK)힐링콘서트 / 11.9(수)용유, 문화로 잇다
출처: 인천중구문화재단
나는 6개의 프로그램 중 마켓, 체험, 공연을 진행하는 홍당무마켓:영종마르쉐에 참여하였다. 마르쉐에 왔으니 일단 지갑부터 챙긴다. 필요했던 물건을 꼭 사기 위해서라기보다 플리마켓에 오는 또 다른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체험을 통해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이거나, 그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로컬 특산품이거나, 또는 그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굿즈이거나, 특별한 의미를 두고 판매하는 그 가치에 동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리마켓에서 운영되는 부스의 성격은 수요자들에게는 행사에 참여하는 재미이자 이 행사의 기획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사진 제공: 허명희
영종 마르쉐는 영종역사관 앞마당에서 진행되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정면에 사람들의 어깨너머로 갯벌이 펼쳐진다. 수평선, 아니 섬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것이니 지평선이 맞겠다. 지평선 끝으로 월미도 문화의 거리가 보인다. 그러니까 월미도에서 영종도를 바라볼 때 신도시 고층 아파트와 빌딩숲이 배경으로 보이는 바닷가 입구가 여기로구나 싶다.
입구 초입에 안내 부스와 장난감 교환대가 놓여있었다. 고사리손을 잡고 장난감을 들고 온 엄마와 대여섯 살로 보이는 아들이 앞으로 쓰지 않을 장난감을 최종 확인하며 박스 안에 하나씩 넣는다. 수거가 끝나면 안내대에서는 이들에게 체험 부스에 참여하는 쿠폰과 물건 구매 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나누어 주었다. 안 쓰는 장난감을 수거하고 홍당무 쿠폰과 교환하는 이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복합 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어렵다는 장난감을 수거하여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더쓸모 협동조합’에 보내진다고 한다. 고사리손으로 고민하다 떨군 장난감들이 꼼꼼한 기획 덕에 앞으로도 여러 차례 유용하게 그 생명을 연장해나가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사진 제공: 허명희
바로 옆 부스 식물가게 [수,분]에서는 화초를 구입할 수 있다. 줄지어 비건베이커리[도르팍비건], 핸드메이드 인테리어 소품[플루메리아공방], 친환경 캔들, 방향제 및 잡화를 파는[눈꽃향기 공방], 실크스크린으로 만드는 나만의 에코백 만들기, 천연 EM비누 만들기 등의 체험 부스와, 제로웨이스트샵 [채움소]에서 판매하는 고체치약, 삼베 천연수세미, 천연 비누등 자연소재 친환경 생활용품, 바다에서 주운 유리병 조각으로 만드는 공예품 [씨글라스마그네틱], 양말목공예, 커피박화분, 다육이심기, 천연 손소독제 부스들이 이어져 있었다.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친환경 생활용품들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져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체험부스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함께 줄을 서서 체험 순서를 기다리는 곳이 많았는데 체험하는 아이들마다 적극적으로 만들고 참여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사진 제공: 허명희
한편 역사관 건물 입구에서는 벼룩시장이 열려 안 입고 안 쓰는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건의 양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여 여러 날 동안 문팍 문화생활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해온 것으로 느껴졌다.
사진 제공: 허명희
다른 곳에서 보았던 것과는 색다르게 눈에 뜨인 것은 바닷가쪽으로 부스를 차린 업사이클링 영종 소금꽃 만들기[에코플라워]와 숲에서 놀다 자연물 만들기, 영종도에서 수확한 꿀고구마 판매대였다. 나는 이곳을 구경하며 여기가 바로 인천 중구 영종도이고, 친환경적으로 자연과 함께 공존하길 지향하는 영종 마르쉐의 성격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머무르는 동안엔 비교적 이곳이 한산했던 터라 이쪽 부스를 좀 더 강하게 어필하는 장치를 두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사진 제공: 허명희
반면 시종일관 인기가 있었던 곳은 중앙마당에서 진행한 신발 던지기였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어 던져 과녁에 맞추고 대나무 칫솔을 획득했다. 꽤 재미있었는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아이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다행히 줄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렇게 놀이프로그램이 있으니 체험을 마친 아이들은 잠시 놀이에 참여했다가 또 다른 체험을 하러 가기도 하며 짬나는 시간을 즐겼다. 곧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은 날씨라 어느 정도 체험이 끝난 부스는 정리를 서두르기 시작했지만 영종역사퀴즈 보물찾기, 재활용 딱지치기, 마술과 음악공연 등 준비한 행사를 모두 진행했으니 다행이었다.
사진 제공: 허명희
어린 시절에 여객터미널에서 배 타고 드나들던 영종도가 신도시라는 이름을 얻고 난 후, 이렇게 도심에서 놀다 가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예전 불편한 게 많았던 섬은 이제 신도시 안에서 먹고, 자고, 마시고, 배우고, 소비하는 모든 것이 가능해진 섬이 되었다. 그 섬에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것을 찾아내고, 함께 하는 것을 제안하고, 집과 가까운 곳에서 가능한 것을 시도해보는 일들도 생기고 있다. 문팍프로그램은 영종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주민주도하에 기획하고 주민이 직접 주도한 사업들이다. 홍당무마켓은 ‘홍’보도 기획도 ‘당’신과 함께 만들어가는 쓰레기가 ‘無(없는)’ 영종 주민 축제라는 뜻을 담았다 한다. 놀이와 다양한 체험과 공연이 작은 마당 구석구석에 배치되어 있어 모르고 지나갈 부스가 없었고, 멀어서 못갔던 곳이 없었던 마르쉐였다. 오픈 시간에 맞추어 온 친구들은 거의 모든 체험과 놀이에 참여할 수도 있을만큼. 작지만 알찼다.
사진 제공: 허명희
‘생활문화’는 말 그대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악기나 춤을 배우더라도 집이나 직장과 가까운 곳이라 이동시간의 부담이 적어야 하고,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팍문화생활은 영종도 주민들에게 신선한 가능성과 기회를 선보인 마켓이었으리라고 본다. 플리마켓에 참여한 부스의 운영자들은 홍보와 기획, 쓰레기 없는 친환경이라는 컨셉을 위해 많은 토론과 준비를 했을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로 준비주체를 구성하였고, 상업적 목적없이 가치와 의미를 바탕으로 작은 시작을 열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문팍문화생활이 문호리리버마켓처럼 소위 영종갯벌사이드마켓으로 인천에서 잘 나가는 상설 프리마켓으로 성장하고 유명해지길 바라본다.
허명희 (許明喜, Heo Myung Hee)
인천생활예술협회 운영이사
전)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 기획실장
인천생활문화축제 기획, 연출팀
20년 넘게 동아리를 조직, 운영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생활예술활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