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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 3.0은 2022년에 ‘문화도시’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2022년 10월호 기획특집은 ‘지속 가능한 지역축제’를 주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간 멈춰있던 축제현장의 변화 움직임과 함께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어떤 것인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 편집자 주 –
지속가능한 축제를 위한 노력
수원연극축제
박수정 (수원문화재단 예술창작팀 대리)
코로나19가 발생된 후 우리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특히 이상기후를 야기하는 ‘환경’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됐다. 이러한 관심은 라이프 스타일에 이어 경영 트렌드까지도 영향을 미쳐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일컫는 ESG 경영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축제와 같이 일상을 벗어나는 행사 또한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탄소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연유로 축제도 기후위기 등 생태 붕괴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반성과 함께 수원연극축제는 지속가능한 축제를 꿈꿨다. 2022년 축제 계획 수립 시 ‘생태’, ‘예술’, ‘감탄(減炭)’, ‘장소 특정성’이라는 단어를 축제의 콘셉트 키워드로 정했다. 이 중 탄소를 감축하는 ‘감탄(減炭)’ 은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기획이었고, 수원연극축제를 친환경 성격의 축제로 나아가게 하는 핵심어이기도 했다. 수원연극축제가 시도했던 탄소 감축을 위한 기획은 다음과 같다.
플라스틱 없는 축제
탄소감축·친환경 축제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No 플라스틱’이었다. 올해 초반, 축제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코로나19가 쏘아올린 여파는 대단했다. 배달음식과 포장 등 비대면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인해 여기저기 플라스틱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와중에 행사·축제장에서 다회 용기 세팅 및 대여를 하는 업체를 알게 되었다. 축제 준비과정의 초반부터 미리 날짜를 예약하고 추진하는 등 공을 들였던 부분이 다회 용기 사용이었다. 그렇게 축제장의 먹거리 구역을 플라스틱 컵, 접시, 빨대 등 일회용품이 없는 친환경 구역으로 만들었다. 행사 주최자로서 관람객들이 다회 용기 사용에 불편을 겪진 않을지 혹은 단돈 백 원이라도 더 비싸다고 항의하지 않을지 걱정했으나 결과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먹거리 구역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채식 메뉴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요청하였고 마침 비건(Vegan) 메뉴 판매를 준비 중이던 미스터피자는 수원연극축제에서 처음으로 비건 피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편, 축제 뒤편에서 움직이는 담당자로서는 스태프들에게 제공하는 페트병 생수가 더 신경 쓰였다. 관람객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일 수 있으나 이렇게 플라스틱을 사용하면서 ‘친환경’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본인에게도 낯선 종이팩 생수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이를 스태프용으로 제공했다. 이처럼 수원연극축제는-기존에는 어쩌면 당연했을-플라스틱을 하나씩 줄여나갔다.
먹거리 구역 내 다회용기 사용 현장 Ⓒ수원문화재단
기후변화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공연
거리극 축제답게 기존 공간을 최대한 살려 무대로 활용했다. 대형무대를 지양하고 무대 높이를 낮춰 관객과 가까운 무대로 제작했다. 이는 관객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추구하는 임수택 예술감독의 의도였다. 일부 공연과 전시 또한 기후변화·사회이슈를 다뤘다. 환경위기와 관련된 작품을 선정한 예술감독(임수택)은 전 지구적인 문제를 능동적으로 다룸으로써 예술의 사회공익적 역할을 다하려고 하는 예술가들의 시도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 예로 기후변화·위기에 대한 대응을 서커스의 균형과 협업으로 비유한 초록소의 <다 함께 막거나, 다 같이 죽거나> 작품, 퍼포머가 이야기와 시 등을 번갈아 읊으며 지구에 비유되는 작은 공간에 불을 피워 퍼포먼스를 보여준 <이동하는 세계> 등 기후위기 주제 공연을 들 수 있다. 또한 가로수 가지치기 뒤 버려진 잔가지를 활용한 <그롤라 곰1)> 설치미술 작품을 올리기도 했다.
1) 북극곰과 회색곰의 이종교배에서 태어난 혼혈종으로, 그롤라는 그리즐리(Grizzly)와 폴라(Polar)의 합성어이다. 지구변화의 영향으로 서식지를 강제로 공유하게 되면서 그롤라 곰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주제로 한 초록소의 <다 함께 막거나 다 같이 죽거나> 공연 장면
Ⓒ수원문화재단
지구에 비유되는 작은 공간에 불을 피워 퍼포먼스를 보여준 <이동하는 세계>
Ⓒ수원문화재단
지형을 최대한 살리고 무대를 최소화한 공연
Ⓒ수원문화재단
지속가능한 축제로 업(UP)한 업사이클링
축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여러 재료들을 새활용(upcycle)했으며, 새활용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업사이클링 체험프로그램은 축제 기획 중 경기도 업사이클플라자와의 협력을 추진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밀키프로젝트의 우유팩 업사이클링, 폐 플라스틱을 화분으로 재탄생시키는 동네형의 ‘플라스틱 보물찾기 탐험대’, 자투리 가죽을 이용한 같이공방의 ‘탄소 중립 업사이클 체험’ 등 업사이클링의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원시키는 업사이클플라자 작가들이 함께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폐목재를 활용한 안내판 사용, 축제 홍보용 현수막을 새활용한 사례, 작품 완성 후 남은 자투리 나무조각으로 제작한 설치작품 등 관람객들은 미처 눈치 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축제장 곳곳에는 연극축제를 친환경 축제로 만들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함께 했다.
밀키프로젝트의 우유팩 업사이클링 체험교실
Ⓒ수원문화재단
같이공방의 탄소중립 업사이클 체험
Ⓒ수원문화재단
폐목재를 새활용한 축제 안내판
Ⓒ수원문화재단
친환경 축제의 성과와 과제
이처럼 올 해 축제의 콘셉트는 ‘환경’에 초점을 맞춰 여러 가지 친환경적인 운영을 시도했다.
그리고 축제가 끝난 후에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자문을 받아 탄소감축량을 산출했다. 일회용품·페트생수병을 대체한 다회용기 사용으로 인한 탄소감축량과 이전 축제 대비 절감된 쓰레기 배출량을 계산하였다. 그 결과 2019년도 대비 총897.44kg CO2e(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를 감축하였고, 이는 30년생 편백나무 기준 152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수치로 환산된다. 그저 ‘친환경’이라는 외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얼마나 탄소를 감축했는지 알아보는 이러한 노력은 친환경 축제의 가시적인 성과가 될 것이며, 이후 축제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앞으로도 단발성 노력에 그치지 않고 축제 자체에서 환경을 위한 노력과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은 축제 기획자가 안고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수원시 잔가지치기로 제작된 <그롤라 곰>과 축제 관객들
Ⓒ수원문화재단
박수정 (Park, Sue-jung/ 朴水正)
약력
2017년~현재 : 수원문화재단 예술창작팀(대리)
2021년~현재 : 한양대학교 미술영재교육원 특강 강사
2015년~2017년 : 수원미술전시관 책임큐레이터
2013년~2015년 : 수원화성박물관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