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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 3.0은 2022년에 ‘문화도시’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2022년 10월호 기획특집은 ‘지속 가능한 지역축제’를 주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간 멈춰있던 축제현장의 변화 움직임과 함께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어떤 것인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 편집자 주 –
‘인천축제상륙작전’
팬데믹 이후 쏟아진 인천 축제에 대한 단상
김종현 (사회적협동조합 삶은연극 이사장)
가을이 10월과 함께 왔다. 10월 벽두의 연휴, 인천 곳곳에선 이때를 기다렸다 싶게, 마치 인천상륙작전의 레드, 블루, 그린 비치처럼 축제가 지자체별로 쏟아졌다. 코로나 사태로 축제와 각종 문화행사들이 중단되거나 아니면 겨우 숨통을 이어가듯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졌던 지난 2년간의 시간을 통해, 시민들은 “마주보기”와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이 소중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10월의 ‘인천축제상륙작전’은 그래서 유효했고 나름 성공적이었다. 축제를 주관하는 단체들 역시 지난 2년의 한풀이를 하듯, 그동안 억눌러왔고 감춰온 기량과 기획력을 아낌없이 펼치며 코로나 이전과 같아 보이는 향수효과와 시대와 세대를 반영한 색다른 축제를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다시 살아난 인천의 가을 축제
남동소래포구축제의 “소래질러”, 부평풍물축제의 “놀던대로”, 주안미디어문화축제의 “미추홀릭”과 같은 참신하고 기발하고 똑 떨어지는 주제어는 각 축제의 본질과 그간의 흐름 그리고 축제가 멈춰있던 동안의 바람을 녹여낸 “라임”이었다. 같은 기획자가 기획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우리의 지금을 “찢”은 이 느낌이야말로 진정 축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별 구호들이 축제현장에서 잘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트렌드에 맞으면서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잘 연결해 나간다는 생각을 했고, 인천의 축제 기획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만 속에서 고독한 나날, 희망조차도 고문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도대체 문제는 있는데 해결이 보이지 않았던 시간을 지나 이제 “나가서 만날 수 있다.”라는 해방감을 축제로 던진 신호탄. 인천의 문화력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축제는 미래를 희망할 수 있는 힘을 주는 ‘허락된 일탈’과 함께 축제의 본질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억눌리면 억눌릴수록 튕겨 나가고자 하는 우리들의 욕망이 짧은 시간의 허락된 일탈로 해소될 수 있는 프로세스는 기원전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한 축제로 이어져 왔고 그런 축제가 돌아온 것이다.
제22회 남동소래포구축제 포스터
제26회 부평풍물축제 포스터
제17회 주안미디어문화축제 포스터
서곶문화예술제
송도국제도시 바람의 연축제
2022 달빛가득 계양산성
인천의 축제, 아직은 2%가 부족하다
다시 살아난 인천의 축제에 대해 기대가 컸지만, 현실에서는 맥락과 주제성 없이 매회 엎치락 뒤치락 하며 “관성의 축제” 또는 “세금 낭비”로 느껴지는 축제도 여전히 존재했다.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축제도 엄밀히 따지면 ‘지역축제’ 성격으로 개최된다. 경제성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목적의 축제는 최소한 인천 대부분의 지역에선 해당하지 않고, 비슷한 일정에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더라도 가는 곳마다 축제의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지역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인구 300만을 넘는 대도시 인천.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고층아파트, 첨단과 스마트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매크로 시티 인천에서 ‘인천다움’과 ‘지역다움’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화두는 인천 문화예술계의 여전한 숙제이다. 이에 대한 답은, 일상의 ‘생활문화’에서 축적된 것을 축제에서 집약적으로 보여주면서 단체적인 ‘일탈’을 허용하는 것으로 지역축제의 새로운 모습을 구현해 나가는 것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삼랑성역사문화축제
연수능허대문화축제
제33회 화도진축제
2022 인천개항장문화재야행
2022 강화문화재야행
계양문화로 빛축제
인천 축제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가
해양교육문화법이 제정된 이후 인천개항을 황해문화 측면에서 1650년으로 봐야 한다는 움직임과 함께 그 중요한 장소적 자원인 능허대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름은 이름이고 장소는 어디든 좋다.”는 해석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일탈과 색다름을 축제의 원점으로 보는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축제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작활동과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하고 풍성한 지역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체험의 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행위자와 관람자를 나누고 있는 전근대적인 축제, 기막히고 절묘한 축제 슬로건 덕분에 흥이 나기 시작할 때 유명 연예인의 등장으로 한 방에 엇박자를 날리는 축제, 여기저기서 어김없이 방송국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입상자들의 노래가 광장을 돌아 메아리처럼 달팽이관을 후벼 파는 축제의 모습들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불허전’인 대한민국의 대표축제는 전철역부터 행사장으로 이어지는 모든 지역이 사람, 사람, 사람으로 북적였다. 어디로 갈 지를 모르고 무작정 앞사람을 따라가다 길이 막혀 다시 돌아오는 인간 띠를 이루는 경험, 부평대로 한복판을 걷는 데는 장대비도 소용없었던 신기한 체험을 하면서 “다 필요 없고 이 축제의 킬러 콘텐츠는 길을 막은 것”이라고 다시 확인했던 그런 축제들 가운데, 옆에서는 간이테이블 몇 개와 파라솔을 놓고 동네 골목에서 이루어지는 축제가 펼쳐지는 모습들까지 정말로 다양한 축제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휩쓸려 나가는 모습이었다.
축제의 원형과 본질을 생각해 보면 큰 축제는 큰 축제대로, 작은 축제는 작은 축제대로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시민이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축제가 시민들의 일상에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올해 비슷한 기간에 동시다발로 축제가 이루어지는 상황은 애써 준비하고 많은 예산이 투입된 규모에 비해 각 지자체의 “치킨게임”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된다. 축제의 내용 면에서 본다면 큰 틀에서는 지역성과 특색을 반영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여기나 거기나 별로 다르지 않은 천편일률이 여전히 존재하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이길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축제의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축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우수, 우량 축제들과의 경쟁에서 후발 기획자들이 혁신적인 차별성과 조직력과 기획력을 갖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기존 축제의 방식에 흡수됨과 동시에 도시문화력 측면에서는 문화생태계가 정체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킬러 콘텐츠가 발굴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무적 혹은 관성적 축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한 현 상황에서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온라인으로 축제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들이 많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제 “다시 만난다면”이란 기대와 희망으로 새로운 각오를 하지 않았을까? 축제나 문화예술현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함께 만나고 싶었고 이제 그 기회가 다시 돌아왔다. 더욱 절실하게 만날 수 있고 이젠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치유도 되고 해소도 되고 희망을 보고 내일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그것이 바로 축제의 힘이라 믿는다. 그러한 축제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것을 ‘거버넌스’라고 해도 되고 ‘협치’라고 해도 되고 “모두가 기획자”라고 해도 되고 “시민기획자”라고 해도 되고 “축제의 주인공은 나”라고 해도 괜찮다. U-TURN은 곤란하다.
김종현 (사회적협동조합 삶은연극 이사장)
연극을 기반으로 하는 삶과 관련한 모든 문화활동을 하는 사람
최근에는 연극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연극일까 고민하는
여전히 브레이크 없이 달리면서 살살 숨가쁨을 느끼는
심장보링을 고민하고 있는 문화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