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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편의 소설과 마음, 그 이상의 울림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 『혈의누』에서 『광장』까지>

이여진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새로운 기획전시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혈의 누』에서 『광장』까지>가 9월 8일부터 시작되었다. 100편의 소설을 엄선하여 소개하는 이 전시에서는 작품들의 초판본과 희귀 원본들이 공개된다. 한국 근현대 명작 소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전시 포스터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 『혈의누』에서 『광장』까지> 전시 포스터
(자료 제공: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전시장 전경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전시장 전경
(사진 제공: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전시장 전경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전시장 전경
(사진 제공: 인천문화재단)

전시는 총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가장 먼저 ‘신소설’과 ‘역사전기물’이 등장한 1906년~1910년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당시를 대표하는 『혈의누』, 『금수회의록』, 『구마검』, 『서사건국지』, 『피득대제』, 『애국부인전』, 『을지문덕』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혈의누』가 처음 실린 <만세보>는 놓쳐서는 안 될 관람 포인트다. 이어서 1910~1919년 섹션에서는 번안 통속작품들과 고전소설을 볼 수 있다. 『장한몽』과 『해왕성』, 『무정』 등이 전시된다. 세 번째 섹션은 1919년부터 1925년까지의 소설을 다룬다. 3·1운동 이후 잡지와 신문과 같은 매체를 통한 창작 활동이 활발하던 시기로, 이 섹션에서는 김동인, 현진건, 염상섭, 나도향, 최서해의 대표작이 전시된다. 여기서는 최초의 작가 개인 작품집인 현진건의 『타락자』 초판본(1922)을 만나볼 수 있다.

『혈의누』
현진건 『타락자』

(<만세보> 『혈의누』 / 현진건 『타락자』)
(사진 제공: 이여진)

다음은 1925~1935년 섹션이다. 이곳에서는 리얼리즘 소설을 대표하는 이기영, 강경애, 한설야, 채만식의 작품들과 이태준, 박태원, 이상, 이효석, 최명익의 모더니즘 소설을 볼 수 있다.다섯 번째 섹션은 1935~1945년까지의 작품을 다룬다. 한국 근대문학이 일본 제국주의 탄압에 직면하던 시기로, 지식인들의 고뇌가 담기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또한 역사소설이 활발하게 창작된다. 여기서는 『유진오 단편집』, 『대하』, 『임꺽정』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뒤이어 해방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여섯 번째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45년부터 1950년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담고 있는 『해방전후』, 『해방의 아들』, 『도정』 등이 전시된다. 마지막 일곱 번째 섹션에서는 1950~1960년의 소설을 전시한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일상을 돌아보고 재건하려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전후세대의 장용학, 박연희, 이범선, 선우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감상하고 싶다면 각 작품마다 제공되는 QR코드를 이용해보자. 스마트폰으로 작품의 이름 옆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작품의 설명과 함께 소설의 한 구절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나면 100편의 소설을 한 번에 알아가는 셈이 된다. 한 공간에서 시대별로 여러 작품을 관람하고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기획전시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2층 특별코너에서는 한국 근현대소설 선집을 전시하고 있다. 각 선집의 목차 역시 QR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엇을 주제로 하여 어떤 작품들이 한 권에 묶여 있는지 편집자의 입장이 되어 고민해 본다면 전시를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염상섭 만세전

(염상섭『만세전』QR)
(사진 제공: 이여진)

다양한 체험코너는 전시관 틈틈이 자리 잡고 있다. 웹게임을 통해 한국소설 속 나와 비슷한 인물을 찾는 ‘나의 근대문학 페르소나 찾기’, 소설 속 한 구절을 뽑아 주는 소설자판기, 필사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음 서재’ 등은 전시를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요소이다. 직접 체험하고 사진으로 남겨보며 작품을 기억할 수 있고 해당 소설에 대한 호기심도 생겨난다.

나의 근대문학 페로소나 찾기
소설자판기 '100편의 마음 영수증'
필사존 '마음 서재'

(‘나의 근대문학 페로소나 찾기’/ 소설자판기 ‘100편의 마음 영수증’/ 필사존 ‘마음 서재’)
(사진 제공: 이여진)

한국의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 100편의 색 바랜 책들을 감상하다 보면 작가가 소설 안에 담은 마음뿐만 아니라, 당시 이 책을 읽었을 독자의 모습과 마음까지도 짐작해보게 된다. 그 마음은 셀 수 없는 감정으로 또는 영감으로 독자에게 가닿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이를 통해 문학이 갖는 힘과 의미도 다시 한번 새겨보게 된다. 100편의 소설이 건네는 100편의 마음과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전시의 끝에서 충만함을 마음껏 누려보시길 바란다. 전시는 2023년 4월 30일까지 열리며 전시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한국근대문학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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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진

이여진 (李麗珍, LEE YEO JIN)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