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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인천과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연계

에코뮤지엄을 기획하자

오수길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 마을은 2006년 주민서명운동을 통한 도서관 건립 청원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낙후된 지역으로 여겨졌던 구산동에서 도서관 건립은 최소한의 문화적 요구라 할 수 있다. 은평구청이 2008년 여덟 채의 주택을 도서관 터로 매입했지만, 재정적인 여력 면에서나 도서관의 건립과 활용 면에서 더 많은 논의와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2012년에 이르러 도서관 건립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속도가 붙어 드디어 2015년 구산동 도서관 마을이 완공되었다.

왜 도서관 마을일까? 윤송현의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북유럽 도서관과 복지국가의 비밀」(2022, 학교도서관저널)에서 기록하고 있듯이 전철역을 빠져나오자 바로 보이는 도서관,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도서관, 쇼핑몰에 자리잡은 도서관 등 도서관은 개인의 삶과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매개가 될 수 있다. 구산동 도서관 마을은 주택이 밀집된 지역에서 매입한 기존 주택들을 헐지 않고 연결하여 큰 도서관 건물이 된 것인데, 도서관 마을이 생기면서 이곳은 도서관 마을 축제, 도서관 마을학교, 도서관 탐방 등 도서관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마을 곳곳을 들여다보는 ‘동네한바퀴’와 같은 프로그램도 생기고, ‘꾸러기 장터’도 열렸다. 이런저런 물건을 재활용하는 ‘물건의 재구성’도 있었고, 북콘서트도 개최되었으며, 주민동아리활동도 생겨났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정착하면서 만들어지는 건물들과 인프라가 채워지는 곳이지만, 오랜 역사를 축적하면서 만들어지는 여러 풍경이 생겨난다. 또한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다양하고도 풍부한 문화유산이 쌓이기 마련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 또는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에코뮤지엄(ecomuseum)의 개념을 실천, 실행하고 있는 유럽에코뮤지엄네트워크는 “공동체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유산을 보존하고 해석하며 관리하는 역동적인 방법”을 에코뮤지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문화도시는 일정한 개념과 콘텐츠를 설정하여 ‘조성’될 수도 있겠지만, 에코뮤지엄의 개념에 따르면 문화도시는 시민들이 모여 자기 도시의 유산을 보존하고 해석하며 관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도시의 유산을 보존하고 해석하며 관리하기로 결정했다면, 이 유산을 결합하는 여러 요소를 찾고 그 요소들의 경로와 주제를 엮어낼 것이다. 도시 전체를 ‘생각하고 행동하고 사회하고 연구하며 참여할 수 있는 실험실’로 만드는 것이다. 인천시의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유산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그 실험에 따라 결실을 맺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자원이 무엇일까를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때 놓쳤던 많은 ‘활기 없는’ 자원이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활기 있는 자원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유산을 보전하고 유지할 뿐만 아니라 고용을 창출하고,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며, 관련된 연구와 교육을 장려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유엔 193개 회원국 모두의 만장일치로 합의하여 채택된 17개의 목표로 이뤄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의 목표연도를 설정하고, 169개 공동의 세부목표(targets)와 240여 개의 지표(indicators)로 구성한 것이다. 유엔은 SDGs 수립 초기부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목표 간의 연계가 필요함(nexus approach)을 강조하였고, 17개 목표의 이행 수단을 고려할 때 모두 서로 연계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며 따로따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가령 도시 의제로서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이라는 11번 목표는 빈민가 개선,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 재해 사망률 감소라는 측면에서 1번 목표(빈곤 근절),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나 대기오염에 의한 질병 감소, 안전한 교통이라는 측면에서 3번 목표(보건), 여성을 위한 대중교통 및 공공공간에 대한 접근성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5번 목표(성 평등), 환경 영향 감소, 대기질 개선, 폐기물 관리 등의 측면에서 12번 목표(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등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그리고 마실 물에 대한 접근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6번 목표(물과 위생), 양질의 믿을 만한 지속가능하고 복원력 있는 인프라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9번 목표(산업, 혁신, 인프라), 적정하고 안전하며 적당한 가격의 주택 및 기초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10번 목표(불평등 감소), 포용적인 도시화를 위한 참여적 도시계획과 관리라는 측면에서 16번 목표(평화, 정의, 제도)와 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도시 의제와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연계

도시 의제와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연계
(출처: UN 지속가능발전목표 홈페이지)

‘문화도시 인천’이라는 목표를 인천 SDGs 11번 목표 또는 세부목표 11.4라고 설정해 보자.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 정책, 프로그램, 사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와 관련된 인천시청 내 각 행정부서는 어떤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을까? 인천 시내 어떤 단체나 조직들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그 인과 지도를 다양하게 그려보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모여 ‘문화도시 인천’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과 유산을 발굴하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도시 요코하마시 ‘BankART Studio 1929 NYK’의 내부모습 – 구 제일은행(후지은행) 건물을 아트센터로 개조해 아카이브, 코디네이팅, 스튜디오, 교육 및 출판 사업 등을 진행했다. 현재는 다른 두 지역의 시설물을 연계하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도시 요코하마시 ‘BankART Studio 1929 NYK’의 내부모습 – 구 제일은행(후지은행) 건물을 아트센터로 개조해 아카이브, 코디네이팅, 스튜디오, 교육 및 출판 사업 등을 진행했다. 현재는 다른 두 지역의 시설물을 연계하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도시 요코하마시 ‘BankART Studio 1929 NYK’의 내부모습 – 구 제일은행(후지은행) 건물을 아트센터로 개조해 아카이브, 코디네이팅, 스튜디오, 교육 및 출판 사업 등을 진행했다.
현재는 다른 두 지역의 시설물을 연계하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 오수길)

문화도시 요코하마시 ‘BankART Studio 1929 NYK’의 내부모습 – 구 제일은행(후지은행) 건물을 아트센터로 개조해 아카이브, 코디네이팅, 스튜디오, 교육 및 출판 사업 등을 진행했다. 현재는 다른 두 지역의 시설물을 연계하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도시 요코하마시 ‘BankART Studio 1929 NYK’의 내부모습 – 구 제일은행(후지은행) 건물을 아트센터로 개조해 아카이브, 코디네이팅, 스튜디오, 교육 및 출판 사업 등을 진행했다. 현재는 다른 두 지역의 시설물을 연계하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도시 요코하마시에 있는 ‘BankART 1929’의 내부모습 – 구 제일은행(후지은행) 건물을 아트센터로 개조해 아카이브, 코디네이팅, 스튜디오, 교육 및 출판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오수길)

오수길

오수길 (吳洙吉, Soogil Oh)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한국NGO학회 부회장
한국환경민간단체진흥회 이사장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위원장
SDSN Kore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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