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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인천음악창작소, 음악인들의 마당을 열다
우정주 인천음악콘텐츠협회 대표와의 만남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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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1996년 밴드 사하라 활동.
– 1992년 Rock Wave 옴니버스 앨범참여.
– 1993년 밴드 사하라 앨범 발매.
- 1986년~1996년 밴드 사하라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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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사하라 탈퇴 후 앨범 프로듀서 및 스튜디오 엔지니어 및 콘서트음향감독 활동
– 사두, 노리즈가든, 노브레인, 영화 가위 사운드트랙 등 다수의 앨범레코딩, 프로듀서 작업
– 2001~2007년: 부산락페스티벌 실행자문위원 및 음향감독.
– 버드락 페스티벌, 대한민국 뮤직페스티벌 등 다수의 페스티벌 음향감독 및 서태지 컴퍼니 소속밴드 투어 음향감독등 다수의 콘서트 음향감독.
– 2002년: 월드컵기장, 부산시장 표창장 수상.
- 밴드 사하라 탈퇴 후 앨범 프로듀서 및 스튜디오 엔지니어 및 콘서트음향감독 활동
- 현재 사단법인 음악콘텐츠협회 대표이사 및 인천음악창작소 음악감독.
록 스피릿을 만나다
인천음악콘텐츠협회 우정주 대표. 소싯적에 록을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이 낯익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1980년대 인천의 음악 씬에서 널리 알려졌던 전설적인 록밴드 ‘사하라’의 보컬이었으니 말이다. 수줍게 과거의 활동을 이야기하는 전설을 만나는 것은 특별한 감동이었다. 기억 저 너머에 있던 록 스피릿이 깨어나는 느낌이랄까? 필력의 부족으로 그 열기를 담아내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가 음악에 눈을 뜬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고 한다. 수학여행이나 축제 때 경험했던 무대는, 뜨겁고 흥겨웠다. 무대 위의 사람과 무대 아래의 관객들이 서로의 에너지를 나누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군 복무 후에 무작정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의 경험이 삶의 잔상처럼 지속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보컬을 맡았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시작은 기타리스트였다. 학원에서 기타를 가르치면서 록밴드의 멤버를 모았는데, 어쩌다 보니 자신이 보컬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비록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악기와 보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그가 그 시대의 만능 엔터네이터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주안에 밴드 연습실의 구한 그의 밴드는 또 다른 그룹인 ‘비너스’와 함께 연습했다고 한다. 당시 록의 성지로 불렸던 파고다 극장에서 함께 공연하게 된 것도 그 인연 덕분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공연을 위한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급조하게 된 밴드 이름이 ‘사하라’였고, 마치 운명인 것처럼 록밴드 사하라는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1996년까지 거의 10여 년 동안, 그는 록밴드 사하라의 보컬로서 인디 음악씬에서 활동했다.
사하라 (SAHARA) 1집 – The Seven Years Of Drought
‘7년의 가뭄’ 1993년 발매
Vocal : 우정주 / Guitar : 인재홍 / Bass : 김범주 / Keyboard : 황창식
Drum : 홍진규 / All Arranged by 사하라 / Recorded & Producer by 사하라
Mixed by 황인 / 2nd Engineer : 신영수 / Recorded at Won’s Studio
Digital Mastering : 김도연 / Photo by Isabelle Tanner
Designed by 지구레코드 디자인실 / Co-Produced by 안재현
Directed by 황윤민 / A & R : 이응수 / Executive Producer : 임호성
“아마도 밴드를 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누적된 관심이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1980~90년대 당시에는 아무래도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우정주 대표가 연주자가 아닌 음악 엔지니어로서 자신의 저변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은 사하라를 탈퇴한 직후부터였다. 하지만 그것은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 밴드를 시작할 때부터 현장에서 느꼈던 부분들을 구체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음악을 시작한 1980년대 한국의 록 음악 씬은 열정은 가득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많은 부분이 열악했다. 그래서 우 대표는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에 관련된 기술 분야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연주자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연하고 작업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바람도 생겨났다. 특히 연주자로서 자신의 현장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가 밴드를 나와 앨범 프로듀서, 디렉팅 엔지니어, 그리고 음악감독까지, 여러 활동을 영위하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인천음악콘텐츠협회, 그리고 인천음악창작소
그 후 20여 년, 현장에서 느꼈던 고민을 좀 더 조직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음악인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것이 바로 2019년 창립한 사단법인 인천음악콘텐츠협회(이하 ‘협회’)이다. 여기에는 연주인뿐만 아니라 음악산업에 개입된 많은 사람이 다양하게 모여 있다. 무엇보다 그 일차적인 목적은 음악콘텐츠 생산 중심의 협회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인천에서는 150~200명 정도의 음악인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협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협회는 무엇보다 창작자들이 창작물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다. 뮤지션을 지원하고 공간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었다. 신인 밴드 발굴을 위한 경연대회(2020 펜타 유스 스타)를 열거나 대중음악의 로컬 씬을 확장하기 위해 인천의 뮤지션과 공간을 다른 지역과 연계하는 공연(2021 뮤직 인터리그)을 개최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인천음악콘텐츠협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출처: 음악콘텐츠협회 홈페이지 바로가기)
2020 펜타 유스 스타
(개최일: 2020. 9. 27)
(출처: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홈페이지)
2021 뮤직 인터리그
(출처: 인천음악콘텐츠협회 홈페이지)
하지만 무엇보다 협회에서 고민한 것은 창작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AGAIN 103]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그 첫 번째 앨범의 주제는 록이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인천을 중심으로 부흥했던 강성 록 음악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특히 1993년 인천의 대명라이브 파크에서 열렸던 103일 동안의 마라톤 콘서트를 기념한 이 앨범은, 다시 한번 인천의 록 음악을 기억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 11월 25일 한국 록 컴필레이션 앨범 AGAIN 103 COMPILATION VOL.1 발매
(출처: 인천음악콘텐츠협회 홈페이지)
두 번째 주제는 재즈였다. 인천은 부평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퍼져 나갔던 장소이며, 신포동과 부평에는 재즈 클럽이 즐비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앨범은 과거의 영화보다 현재에 좀 더 주목했다. 현재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재즈 음악가와 청년 음악가들이 의기투합한 앨범으로 어제로부터 오늘을 그대로 담아낸 앨범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협회의 관심이 음악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이와 함께 협회는 인천의 음악산업과 관련된 정책제안이나 사업에도 관심을 두고자 했다. 그것이 인천의 음악 씬을 조성하고 성장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참여하게 된 것이 바로 음악창작소 사업이었다. 인천에 음악창작소가 생길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운영 수탁기관으로서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2년 여 동안 준비를 했다. 특히 인천이라는 지역에 토대하면서도, 그 파급력은 인천이라는 한계를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를 축적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펍 캠프마켓에서 우정주 대표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제공: 인천문화재단)
“음악창작소의 1차 목표는 인천 안에 음악인들이 자유롭게 모여들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죠. 하지만 거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더 큰 목표는 음악을 중점으로 한 문화 클라스터를 형성하는 것이 되어야겠죠.”
음악창작소 조성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고 심의를 통해 선정된 지자체에 음악창작소 조성 비용을 지원하는 국비 사업이다. 인천음악창작소도 인천광역시 문화예술과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아 조성하고 있다. 우정주 대표는 인천음악창작소 운영을 맡은 수탁기관의 대표자로서 앞으로 3개년간의 목표를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인천음악창작소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보다 ‘창작지원’이다. 이것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 사업을 진행하는 근본적인 목적과 맞닿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재능 있는 뮤지션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 대표는 인천음악창작소가 젊은 뮤지션을 인큐베이팅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꿈꾼다. 이것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음악창작소가 인천의 음악 씬을 부흥시키는 마중물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되리라.
젊은 뮤지션 지원은 공모의 형태로 진행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매년 젊은 뮤지션의 EP 및 앨범 4~5장, 그리고 음원의 경우에는 15곡 정도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러한 음반 및 음원 발매 과정에서 인천음악창작소는 제작-홍보의 역할을 담당하는 한편, 더 나아가서는 마스터링까지 외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시민활동’의 영역이다. 사실 이 부분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에 쉽지 않은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민들이 음악 씬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기 때문에 창작지원의 성과 여부에 따라 이 영역 역시 자연스럽게 이끌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인천음악창작소가 위치한 캠프마켓의 경우 그 자체의 역사적 의미가 큰 만큼, 그 의미를 안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자체가 한계가 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는 지역의 뮤지션과 공간이 또 다른 지역과 연계되는 환류 시스템을 형성하는데도 적극성을 가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포부는 이곳 인천음악창작소가 인천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 클러스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것이다. 현재 인천음악창작소는 캠프마켓 내에 예전 미군클럽 공간에 형성되고 있다. 인천음악창작소는 ‘창작동’과 ‘공연장’으로 두 가지로 조성되고 있다. 현재 완성단계에 있는 창작동은 본래 미군클럽을 리모델링한 건물인데 무엇보다 클럽 안에 있던 댄스 플로우 무대를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이것을 다목적홀로 바꾸어 작은 단위의 쇼케이스나 세미나, 간단한 공연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2022년 말 공사를 시작해서 2023년 초에 완성될 예정인 공연장은 설비에 있어서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다. 사실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러 다닐 때 악기, 음향 등 여러 가지 변수에 직·간접적으로 사전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음악창작소에 있는 공연장만큼은 공연자가 몸만 와도 충분히 공연에 몰두할 수 있을 만큼 설비가 잘 갖추어진 전문공연장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이러한 제반 시설들이 제 기능을 한다면 인천음악창작소가 문화 클러스터로서 제 역할을 하는데 좋은 바탕이 되리라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지요. 알찬 콘텐츠를 만드는 정공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행정기관의 지원사업에서 언제나 요구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하라.’이다. 이 말이 수없이 반복되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지원사업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고, 지켜지기 어려운 원칙이기 때문이다.
우 대표는 행정기관과 음악씬을 소통하도록 돕는 역할이야말로 인천음악창작소가 해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 분야에서 행정기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다양한 장르가 고사하지 않고 그 다양성 자체로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기관의 간섭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균형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한다. 우 대표는 음악창작소를 통해 음악산업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뮤지션과의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과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션들에게 좋은 공간과 시스템을 마련해 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최상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점에서 현재 인천음악창작소에 참여하고 있는 스태프 대부분이 현장 뮤지션 출신이라는 점은 굉장한 시너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음악창작소의 목표는 뮤지션들이 자유롭게 음악을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에 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인천의 음악씬에 새 장을 엽니다
그렇다면 인천음악창작소는 언제 개소되는 것일까? 인천음악창작소는 바로 2022년 9월 개소를 앞두고 있다. 그 정식명칭은 ‘포트락’이 될 것이라고 살짝 귀띔을 받았다. 이 이름이 시민공모사업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특급정보는 아마도 이 인터뷰가 인천음악창작소의 개소를 응원하는 즐거운 스포일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2022년 9월, 인천의 음악씬에는 새 장이 열린다. 음악도시 부평과 협업하며, 하지만 또한 그것을 넘어 더 크고 넓게 대한민국의 음악중심지가 될 인천음악창작소. 그곳이 인천의 새로운 음악씬의 중심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포트락, 파티는 이제 시작되었다.
인천음악창작소 문의처 032-505-5001 E-mail: info@portrock.kr
2022 인천음악창작소 라이브클럽 지원사업 공모 포스터
(출처: 인천음악창작소)
2022 인천음악창작소 싱글/EP 음반제작지원사업
(출처: 스쿨뮤직 페이지)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 현재 인천문화재단 이사이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