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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쓰레기, 저어새를 닮은 작품이 되다
<새며들다> 전시
문서희 (책방 모도 대표)
예술자유구역 송도 <Bird Meets Arts 새며들다>는(이하 <새며들다>) 설치미술가 양쿠라와 연수구민이 함께 아암도 생태공원에서 해양쓰레기를 줍고, 이를 미술작품으로 새롭게 활용한 시민참여형 전시다. 8월 4일부터 26일까지 새아침공원 생태교육관에서 1차 설치작품 전시, 8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G타워 2층 갤러리에서 2차 영상작품 전시가 진행되었다. <새며들다>는 2021년부터 연수문화재단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과 협력해 추진하고 있는 예술교류 사업이다.
ⓒ연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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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며들다> 1차 설치작품 전시는 바닷가에서 수집한 유목들과 쓰레기들을 활용하여 저어새를 형상화했다. 저어새 설치작품은 해양쓰레기와 함께 설치하여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저어새를 표현했다. 실제로 바다에서 표류하는 쓰레기가 머무르는 표착선과 저어새 서식지가 겹쳐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2차 영상작품 전시는 <새며들다> 전시 준비 과정을 담았다. ‘아암도 쓰레기 줍깅’ 등 교육 프로그램(6회) 하이라이트 영상과 ‘상상 속 몬스터’ 참가자들이 제작한 작품이 함께 전시되었다.
ⓒEAAFP
전시에 앞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예술과 생태가 결합한 6회차 교육 프로그램이 새아침공원 생태교육관에서 진행되었다. 먼저 5월 18일 ‘세계 철새의 날’을 기념하여 EAAFP 커뮤니케이션 담당관 비비안 푸(Vivian Fu)와 양쿠라 작가의 1차 강연이 진행되었다. 비비안 푸(Vivian Fu) 담당관은 ‘세계 철새의 날’ 소개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상에 있는 국가들의 주요 습지와 이동성물새를 소개하며 서식지와 철새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2022 세계 철새의 날의 주제인 빛 공해에 대한 소개는 청중의 열띤 반응을 얻었다. 양쿠라 작가는 해양쓰레기를 소재로 만든 예술작품을 소개하며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조명했다.
ⓒ연수문화재단
2차 강연은 6월 11일 아암도 해안공원 일대를 40여 명의 참가자와 함께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인 ‘줍깅’으로 진행되었다. 아암도는 1980년대 말 송도 해안도로 매립공사로 인해 육지가 된 섬이다. 양쿠라 작가의 설명과 함께 아암도 일대를 둘러보고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아암도에 서식하는 철새를 탐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으로 해류에 쓸려 오거나,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분류하여 <새며들다> 전시 재료를 확보했다. 참가자들은 쓰레기로 오염이 심각한 저어새 서식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EAAFP
ⓒ연수문화재단
3차 강연은 6월 18일 조아라 퍼포먼스 예술가와 함께 저어새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무용 교육이 진행되었다. 저어새의 이름은 숟가락 모양의 검은 부리를 저어서 물속에 있는 먹이를 찾아 먹는다는 특징에서 유래되었다. 저어새의 이름을 따라 머리를 앞으로 내밀어 숙이고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는 기본 동작을 시작으로, 참가자들은 음악에 맞추어 팔을 양옆으로 넓게 펼쳐 저어새의 날갯짓을 묘사하고 종종걸음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참가자들은 직접 저어새의 움직임을 흉내 내며 철새의 이동이 얼마나 경이롭고 대단한 여정인지 깨달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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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강연은 6월 25일 작곡가 겸 가야금 연주자인 박경소 강사와 함께 수집한 쓰레기를 타악기로 활용하여 현대판 새타령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참새, 비둘기, 까치뿐만 아니라 저어새와 같은 철새의 특징과 울음소리로 새타령을 개사하여 자신만의 새타령을 만들었다. 또한, 각자 수집한 쓰레기들을 조합하여 흔들고, 두드리며 자신만의 새타령을 직접 노래하는 시간을 보냈다. 참가자들은 플라스틱병과 캔을 타악기로 삼아 소리의 높낮이를 음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비닐봉지를 구기면서 음악에 신선한 요소를 가미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나만의 새타령을 만들며, 다시 한번 인간과 철새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공존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연수문화재단
5~6차 강연은 양쿠라 작가와 함께하는 전시연계교육 프로그램 ‘상상 속 몬스터’로 8월 4일과 11일 진행되었다. 아암도 해안공원에서 수집한 유목들과 쓰레기로 참가자들이 직접 나만의 몬스터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폭넓은 세대가 참여한 ‘상상 속 몬스터’ 프로그램에서 쓰레기를 먹는 이빨 몬스터, 머리가 큰 가분수 개미 몬스터, 이동성 물새 도깨비 등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몬스터 설치작품을 완성했다.
양쿠라 작가는 “<새며들다> 전시와 교육은 참여자와 대상자, 대상지 모두 인천 연수구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저어새는 인천의 깃대종이자 송도갯벌에서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 종이다. 저어새는 송도갯벌에서 먹이 활동과 번식을 하고 성체가 되어 겨울에 다시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번 전시는 저어새가 안정된 개체 수로 번식하기 위해서 연수구의 습지 보존 및 자연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리는 목적이 있다.
<새며들다>는 관객이 작가의 작품을 일방적으로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예술가와 참여자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방식으로 함께 만드는 전시로 실천 과정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직접 수집한 쓰레기로 손수 작품을 만드는 전시에 함께하는 이색적인 경험은 참여자들이 저어새 살리기 운동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서희 (文瑞姬, MUN SEO HEE)
책방 모도 대표. 인천문화예술교육센터 뉴스레터 !ng[잉] 총괄 편집자, 연수 로컬 매거진 『SIDE by SIDE』 전문 에디터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