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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이야기를, 시민이 만들고, 시민에게 전하는 잡지 <Side by Side>
전성원 (계간『황해문화』편집장)
부서 위치가 재배치되면서 몇 주 동안 재단 사무실(새얼문화재단)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던 인천 관련 도서와 잡지들을 한 자리로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새삼 그간 인천에서 창간되었다가 사라진 수많은 지역 잡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29일엔 서울 출판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문화/과학』, 『녹색평론』, 『뉴 래디컬 리뷰』 편집인들과 함께 『황해문화』를 대표해서 계간 『문화/과학』 창간 30주년 기념좌담회에 참가했다. 비제도권 인문사회 독립잡지들의 활동과 의미, 미래를 가늠해보는 자리였다. 잡지(雜紙)란 무엇인가, 잡지의 생존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연수문화재단에서 새롭게 창간한 문화도시 연수 로컬 매거진 <Side by Side>의 리뷰를 청탁받았다.
문화도시 연수 로컬 매거진 <Side by Side>
(자료제공: 연수문화재단)
잡지 또는 매거진(magazine)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 내용의 글을 모아서 펴내는 정기 간행물을 뜻하는 말로, 책처럼 묶었지만 같은 제호로 일정한 발행 간격에 따라 계속해서 펴내는 매체를 의미한다. 창고 또는 총의 탄창을 의미하는 매거진이란 영어 단어가 잡지를 뜻하는 말로 정착된 까닭은 잡지가 세상의 이야기가 집적되는 곳이자 세상에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공급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잡지란 이야기(story)가 집적되는 곳이자 이를 재생산하는 매체다. 그렇다고 해서 잡지가 아무 이야기나 수집하고 재생산하지는 않는다. 잡지는 저마다 창간 의도와 목적이 있고, 편집(editing) 과정을 통해 이를 관철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잡지의 제호는 많은 의미를 품기 마련이다.
영어로 ‘나란히’를 의미하는 ‘side by side’에 대해 이 잡지의 기획자라고 할 수 있는 안태호 연수구 문화도시센터 총괄기획자는 창간사 「Side by Side, 곁을 내어준다는 것」에서 “왜 문화도시를 하는지 그 이유를 또렷하게 밝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로컬 매거진을 표방하고 있는 <Side by Side>는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프로그램 사업 중 하나로 연수문화재단이 발행하고 있다. 문체부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니 문화도시 사업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시민 주도로 문화적 삶의 증진을 통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와 같은 발간 목적을 염두에 두고 <Side by Side>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여러 일상적인 공간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공간은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 이야기를 만들거나 전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그 공간에 머물렀다가 떠난 사람들, 남은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생성되고 이어진다. 우리는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공간(Space)’이란 사전적 의미로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인 반면에 ‘플레이스(Place, 장소)’는 우리가 살고 머무는 장소를 뜻한다. 다시 말해 ‘플레이스’란 ‘인간화된 공간(Humanized Space)’, 사람 사는 이야기가 스며든 장소를 뜻한다.
사실,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은 지난 2000년 이후 지역 브랜드 개발, 지방 특성화 등 이른바 ‘플레이스 마케팅(Place Marketing)’ 형태로 꾸준히 시도되어 왔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의 대부분은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천편일률적인 지역축제 형태의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지역의 이야기가 지역을 넘어서 모두에게 ‘공감되는 스토리’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 번째는 지역민에게 뿌리내리지 못한 이야기를 상업적 의도를 가지고 무리하게 시도했기 때문에, 세 번째는 지역의 이야기를 장기적 관점에서 대중에게 유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도시 연수 로컬 매거진 <Side by Side>
(자료제공: 연수문화재단)
세상의 모든 커뮤니티(공동체)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커뮤니티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이 살고 있는 특정한 공간(장소)을 차별적인 장소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Side by Side>가 첫 번째 특집 주제로 ‘반려(伴侶)’를 선택한 것은 이 잡지의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선택이다. 인천에서 연수는 어떤 공간이고, 장소일까? “연수에는 단독주택이 오밀조밀한 산자락 마을이 있고, 많은 사람들의 삶을 오롯이 담아 당당하게 서 있는 아파트들도” 있고, “국제도시가 있고, 각종 국제기구와 글로벌 기업, 국제대학도 여럿 자리 잡고” 있으며, “고려인들의 집단거주지인 함박마을과 중동/중남미 이주자들이 일하는 중고차매매단지”도 있다. 현대의 정주공간으로서 도시가 대부분 그러하듯 연수 역시 다양한 특징과 얼굴을 선사한다.
문화도시 연수 로컬 매거진 <Side by Side>
(자료제공: 연수문화재단)
이처럼 다양한 개성과 특성을 가진 이들이 살고 있는 장소인 ‘연수’를 ‘반려’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어보겠다는 것이다. 잡지를 읽으며 특히 감탄하고, 흥미로웠던 지점은 흔히 ‘반려’하면 떠올리게 되는 삶의 동행자, 이른바 ‘정상 가족’의 범주를 넘어 그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이 아닌 이들’ ― 혈연은 물론 파충류 같은 반려동물, 일상의 노동현장, 예술가들의 특별한 물건 ― 과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 삶의 공간, 일상, 일생을 ‘반려’라는 이름으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언젠가 마이크 타이슨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링에 오르기 전까지는”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지난 26년간 잡지를 만들어 온 사람으로서 잡지의 기획 의도를 현실적으로 관철시키는 일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Side by Side>가 그것을 멋지게 해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게다가 이 어려운 과정을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는 시민 에디터들과 함께 해냈고, 앞으로도 시민 참여를 통해 지속할 계획이라니 더욱 멋진 일이다.
이제 막 창간해 1호를 발간한 잡지에 대한 리뷰란 ‘앞으로도 꾸준하게 잘 해서 오래오래 살아남길 바란다.’는 덕담에 그칠 수밖에 없지만, “그게 누가 됐든 얼마나 외롭든, 개인의 문화적 삶을 존중하며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를 꿈꾸는 <Side by Side>의 장수만세를 기원해 본다.
문화도시 연수 로컬 매거진 자료 보기: 연수문화재단 홈페이지 바로가기
전성원 (全盛源, Jeon Sung Won)
인천 새얼문화재단에서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으로 26년째 일하고 있다. <경향신문>, <한겨레>, <시사IN> 등에 칼럼을 썼고,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MBC 시선집중에 고정 출연 중이다. 주요저서로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길 위의 독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