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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 2022년 6월호 기획 – 새정부의 문화정책에 관하여]
윤석열 정부의 약속, ‘모든’ 국민을 위한 문화정책 실현을 바라며
김시범 (국립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 헌법」 제22조에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와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헌법에서 명시한 이런 권리는 저작권법(1957년 제정), 문화예술진흥법(1972년 제정), 문화산업진흥기본법(1999년 제정), 콘텐츠산업진흥법 (2002년 제정) 등의 법률로 보호되고 장려되고 있다.
헌법 제34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도 있다. ‘인간다운 생활’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의 권리는 문화기본법(2013년 제정)과 지역문화진흥법(2014년 제정) 등의 법률에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문화기본법 제4조(국민의 권리)에는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과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어 모든 국민은 차별 없이 자유롭게 문화 창조 및 향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역 간 문화 격차는 아직 존재하기에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지역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었고 그동안 여러 제도가 추진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22조 및 제34조
이번 5월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6대 국정목표로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제시하였다. 문화 분야 국정과제는 ‘문화공영으로 행복한 국민,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약속 11]에서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 ‘K-컬처의 초격차 산업화’, ‘국민과 동행하는 디지털‧미디어 세상’, ‘모두를 위한 스포츠, 촘촘한 스포츠 복지 실현’, ‘여행으로 행복한 국민, 관광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 ‘전통문화유산을 미래 문화자산으로 보존 및 가치 제고’라는 7개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6대 국정목표 중에서 [국정목표 1]에서 [국정목표 5]까지 다섯 가지는 구체적인 국정과제를 제시하였지만, [국정목표 6]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에서는 “사는 곳의 차이가 기회와 생활의 격차로 이어지는 불평등을 멈추고, ‘수도권 쏠림-지방소멸’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목표”로 한다는 방향성만 제시하고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글에서는 국정과제가 제대로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6대 국정목표
(출처: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바로가기)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국정목표 3] – [약속 11]
(출처: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바로가기)
지역문화진흥법에는 지역문화의 진흥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으로 지역문화협력위원회를 두고,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 및 특별자치도에 시·도 지역문화협력위원회를 두어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 또는 시행계획의 수립·시행·평가’, ‘지역문화 균형발전’, ‘지역문화 전문인력의 양성’, ‘지역문화진흥 자문사업단의 지원’ ‘지역문화 관련 기관 및 단체 간의 협력, 연계 및 교류’ 등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0년에는 지역문화진흥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지역문화 진흥 주요 정책 및 사업 심의를 하는 지역문화협력위원회 설치의 근거를 시행령에서 법률로 상향하고,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 시에는 지역문화협력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였다. 이렇게 법률로 규정되었지만 지역문화협력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지역문화협력위원회 활성화(국정과제 56번에 포함)’를 제시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이와 함께 문화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논의하는 다른 위원회의 활성화도 추진되어야 한다. 지식재산기본법에 의거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서 저작권을 비롯한 지식재산 관련 정책의 심의·조정·점검 등을 수행하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국무총리 소속으로 콘텐츠산업진흥법에 의거하여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등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형식적으로 보기 좋게 구성된 위원회에서 벗어나 실질적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상설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문화도시를 지정하는 제도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2022년 현재 18개 도시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 100여 개가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주민, 문화예술 활동가, 지역문화 단체 등과 함께 지역의 문화자원 활용을 통한 지역발전을 꿈꾸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지역민들이 스스로 찾아낸 주제로 문화예술 활동가, 지역문화 단체, 행정지원 조직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상향식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문화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이해 충돌과 갈등을 해소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겪으면서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기에 법정 문화도시 제도는 우리나라 지역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 제도는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을 통하여 국민 생활의 균등 향상과 국가균형발전의 효율적 추진을 도모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문화 분야뿐만 아니라 주민 중심의 풀뿌리 민주주의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법정 문화도시 지정제도는 제한된 예산 등으로 도시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여러 공모사업의 하나가 되지 않아야 한다. 법정 문화도시 지정 여부를 떠나서 문화도시 형성 과정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긍정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약속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진흥기금’의 조성과 운영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지역문화진흥법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문화진흥 재정확충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고 국가는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며,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기부금품을 받아서 조성된 지역문화진흥기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운영·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진흥 재정확충 방안과 기금 운영관리 추진 주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용·관리하고 있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정부 출연금, 개인 또는 법인 기부금품 뿐만 아니라 건축비용의 일정 비율을 미술작품 설치 대신 출연한 건축주의 출연금 등으로 조성되고 있다. 더불어 지역문화진흥기금도 구체적인 조성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 마침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고향사랑 기부금 제도’가 2021년 10월에 제정되어 2023년 1월부터 시행된다. 지역문화진흥 재정확충 방안으로 고향사랑 기부금 제도와의 연계도 검토하여야 한다. 또한,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지역문화협력위원회 등과 같은 지역 주민공동체와의 협의 또는 심의를 거쳐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줄탁동시 (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어미 닭은 밖에서 쪼고 병아리는 안에서 쪼며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모든 국민이 자유로운 문화 활동을 할 수 있고,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며 지역문화를 발전시켜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해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줄탁동시의 마음으로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김시범 (金時範, Si-Bum KIM )
- 現) 국립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
- 세계문화경영연구원 원장
- 前)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도시 심의위원
- 한국지역문화학회 회장
- 중국 북경대학 문화산업연구원 방문학자
- 한국캐릭터학회 초대회장
- 국립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원장
- 서울특별시 문화도시정책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