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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 2022년 6월호 기획 – 민선 8기 인천광역시의 문화정책에 관하여]
문화도시의 길, 기초자치단체의 비전에 달렸다
송정로 (인천in 대표이사)
–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후보
“도시의 가치와 품격은 시민이 향유하는 문화예술 수준으로 좌우된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문화예술 산업을 경기도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
앞의 말은 지난 5월 3일,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문화예술 분야 주요 정책’을 발표하며 꺼낸 말이고, 뒷말은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가 ‘문화예술 분야 6대 공약’을 제시하며 던진 말이다. 이들 발언은 정책(공약)의 실행 의지와는 별개로 문화도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구체적인 목표도 보인다.
유정복 후보는 ‘임기 내 문화예술 예산을 3%(현 1.7%)로 증액’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문화예술 전문도서관 건립 ▲종합예술회관 건립(서북권) 등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사업을 주된 공약으로 내놓았다. 김동연 후보는 ‘경기도민과 문화예술인의 미래를 바꾼다’는 화두 아래 문화예술 분야 6대 공약으로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지급 ▲지역예술인 의무 고용 및 창작지원 ▲도내 미술·박물관 도슨트 확대 배치 등 문화예술인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침을 우선순위로 내놓았다.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새로 선출된 인천광역시장과 기초자치단체 단체장의 임기가 7월부터 시작되고 의욕적으로 사업들을 펼쳐 나갈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시의 변화도 뒤따르고, 이에 대한 평가도 시작될 것이다. 평가의 바로미터 중 하나가 스스로 내건 공약과 그 이행일 것이다. 당선된 인천의 10개 기초자치단체 단체장들의 공약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문화예술 공약은?
문화도시가 말하는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해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들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선거 과정을 돌이켜보면, 인천시의 기초자치단체장 차원에서 제기된 문화예술 분야의 정책은 여전히 내용이 부족하고, 실천 의지도 불투명해 보인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인천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은 많은 공약을 내놓았다. 주된 공약은 ▲도로(철로)교통 등 주민 편익시설을 비롯해 ▲재개발·재건축, 병원·학교의 신설, ▲노후 국가산단 고도화, ▲4차산업 및 최첨단 업종 유치 및 일자리 사업, ▲근대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하다.
그중 문화 공약은 전반적으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중이 적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예 문화정책이라 할 수 있는 공약을 찾아볼 수 없는 당선자들이 많다. 일부 문화 공약은 관광이나 축제 등과 결합되어 있어 문화정책의 본질이랄 수 있는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교육·투자계획, 문화예술인 육성이나 지원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연·문화예술·힐링 공간이 공존하는 문화공간 조성’, ‘문화와 상업을 담은 복합시설 유치’ ‘동네 어귀 문화체육시설 설치’와 같이 구체성이 떨어지고 두루뭉술하여 피부에 와닿지 않는 문화 공약들도 많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시민단체의 정책제안 토론회
6.1 지방선거에서 투표하는 미추홀구 주안동 주민
(사진제공: 인천in 송정로 대표)
“지역발전의 핵심 요소는 사람 중심의 문화도시”
기초자치단체의 문화 예산이 빈약하고 광역단체나 국가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서라 할 수도 있겠다. 매칭펀드로 연계돼 기초단체로서 주도적이지 못한 제도적 한계도 존재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적 가치에 앞서 문화적, 정신적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 여유가 부족한 데서도 근본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우리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눈여겨보고, 기초자치단체의 규모에 맞는 저예산 정책이나 장기 투자계획은 얼마든지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세울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당선을 위한 눈앞의 현안이나 민원에 쫓겨 그 지역에 요구되는 문화정책에 대해 깊이 생각지 못했거나, 공약 자체를 중시하지 않는 정치풍토, 정치적 바람이나 정당 공천만 믿고 공약을 소홀히 했을 수도 있겠다.
문화도시의 중요성은 대부분 시민이 인정하고, 최근에는 영화나 가요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무대에 위력을 떨치고 있다. 진정한 지역의 발전이란 사람 중심의 문화도시, 그 공동체의 사회적 활력과 즐거움 속에서 가능하다는 각성과 믿음이 절실하다. 결국 문화가 지역발전의 핵심 요소라는 안목을 갖고 노력하고 준비해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도시의 미래는 문화에 있다’는 구호를 되새겨 보자.
수시로 바뀌는 단체장, 이전 정책은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이번 선거에서 인천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인들이 내놓은 구체적인 문화 공약 중에는 동구문화재단 설립, 계양문화예술 공연장 건립, 작전문화공원 소공연장 신축, 서구 콘텐츠 랩 설치 운영, 송도 K팝 아레나 건립, 강화역사박물관 콘텐츠 강화 등을 찾을 수 있다. 대체로 하드웨어 분야가 많이 보인다.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기초문화재단이 문화정책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천에도 부평문화재단 외 연수, 서구, 중구 등 3곳에 문화재단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남동문화재단은 대표 선임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의 언급은 거의 없어 무관심해 보인다.
설계를 마치고 착공한 연수문화예술회관을 복합문화체육시설로 변경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주민 이용률을 높이는 방향이라지만, 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수렴하려는 노력에 배치되는 일로 비칠 수 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문화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 정파성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지역의 수권 정당, 단체장의 부침 속에서 정책의 단절은 지역의 발전을 저해한다. 구정, 군정의 주역이 바뀐다는 의미는 이전 정책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본질을 찾아 더 낫게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인프라에 걸맞은 전문인력 확충해야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문화 공약이 부실한 데는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나 관심의 표현이 부족한 사실도 한몫 했을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유권자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전달하는 통로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민, 문화단체의 공개적인 토론의 장이나 공약 발굴 노력도 그렇다. 기초자치단체의 문화행정에서 그 지역의 문화·역사적 정체성의 맥락 속에 문화적 자산을 찾아 정책과 사업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초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그 공동체 문화의 역사와 특성, 차이를 찾아내려는 노력, 그러한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0개 군, 구로 이뤄진 광역도시 인천을 명실공히 문화도시로 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할 것 같다. 공약, 정책이 미비하다면 이제부터라도, 인수위를 통해서라도 아래로부터 분출하는 문화적 욕구를 파악하고 발굴하고 수렴하면 된다. 이런 측면에서 10개 풀뿌리 기초단체의 역할이 중요하고, 풀뿌리 전문인력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화예술의 본질은 체험 속에서 창조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사람의 일이다. 문화도시의 내실을 다지는 일은 전문성을 살리는 일이라 고도 말할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부터 각 시설과 조직에 걸맞는 문화예술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확충해야 한다. 문화예술 행정의 전문성을 높이고 문화예술인의 창작 활동과 지원을 늘리며, 아울러 청년 문화예술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육성하고 투자해 나가야 한다.
문화예술 정책으로 공연·전시관 같은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고 문화사업도 기획해 펼쳐내야 하며,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문화예술의 꽃을 피워낼 씨앗, 문화예술인에 대한 현실과 현안을 반영하여 투자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 바야흐로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위축되온 문화예술 사업을 극적으로 회복해야 할 코로나22의 시점이다.
송정로 (宋禎老, Song Jeong Ro)
현 인천in 대표이사 (2009~)
전 인천신문 부국장 (2008)
전 인천일보 부국장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