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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청년예술인에서 청년정치인으로 “잘 자랐다. 잘 컸다.”
– 정예지 부평구의원 당선자
홍봄 (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정예지 (鄭藝智, Jeong yeji)
2022 지방자치단체선거 인천 부평구 기초의원비례대표 당선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졸업(문학석사)
(전)부평구축제위원회 홍보국장
(현) 문화기획단체 ‘청년인력소’ 대표
(현) 부평구 노사민정협의회 청년분과 위원장
(현) 인천 유유기지 운영위원
(현) 한.중 서법문화예술대전 초대작가
“지역에서 청년활동을 했던 경험으로 가장 먼저 청년들을 모으고 싶어요. 문화예술 거버넌스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호감 가는 정치, 그리고 나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4년간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정치신인으로 나선 청년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 그중에는 지역 청년들의 눈에 익은 반가운 얼굴들도 있다. 부평구 비례대표로 구의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 정예지(37)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정 당선자는 정치신인이기 이전에 청년인력소 대표로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인천 청년공간 청년센터마루 운영위원이자 부평구노사민정협의회 청년분과 위원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를 잘 표현하는 단어는 ‘인천 청년 예술인’이다. 수년 간 청년예술인 당사자로 아낌없이 목소리를 냈던 정 당선자에게 새로운 시작점에 선 소감과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2018 평화창작가요제 참가 (2018)
퍼포먼스 중인 모습(2020)
(사진 제공: 정예지)
정 당선자에게 정치란 그가 해왔던 지역 활동의 연장선이다. 6년 전 청년 활동을 시작하면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청년들을 대변해 줄 이가 없다고 느꼈다. 당시에는 정치도 모르고, 지역 활동도 해보지 않았지만 어디 가서든 “청년예술인 여기 있습니다” 하고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사실 청년예술인이라는 단어와 정치인이라는 단어는 조금 괴리감이 느껴져요. 그래도 지역에서 활동하시던 분들은 이제 저한테 ‘할 일 하는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제가 청년예술인이기도 하지만 지역에서 활동을 상당히 많이 했거든요. 그때는 어디를 가도 청년문화예술인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2020 스피링 스프링 스프링 전시
참여작 포스터
2020 스피링 스프링 스프링 전시
참여작 포스터
(사진 제공: 정예지)
그렇게 여러 곳에 소속돼 활동하다 보니 조금씩 한계도 느끼게 됐다. 아무리 여러 곳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도 변화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더 효과적으로 청년예술인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방법을 고민한 끝에 찾은 답이 정치였다.
“정치를 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사실 지금까지 했던 활동들이 정치였던 것 같아요. 청년예술인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항상 앞장서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으니까요. 결국 정치가 아니고서는 청년예술인들의 특성상 모이기도 쉽지 않고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한번 직접 들어가 보자’ 이런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2018 기획전시_부두의 아이돌
2018 인천시청 앞 부채춤 퍼포먼스
(사진 제공: 정예지)
정 당선자는 청년예술인으로 활동하면서 청년조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청년예술인들이 소외되는 일이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관심을 덜 가지는 탓도 있지만, 청년들도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할지 모르기도 했다. ‘모임이 쉽지 않다는 것’이야말로 청년활동이 어려운 원인이었다. 또 청년예술인들이 지원 사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업방식과 다양성 등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인천 청년들이 지역에서 먹거리를 찾지 못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5∼6년 전까지 같이 활동하던 친구들의 거의 반은 경기도랑 서울로 갔어요. 그래서 문화예술 쪽에 놀 친구들이 자꾸 없어지는 거죠. 문화재단에서 청년들을 위한 사업을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으니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어요. 또 청년예술인들은 지원을 받기 위한 서류 작성도 어려워하고요. 그래서 ‘대체 지역에서 어떻게 활동을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갖고, 조금 활동하다 결국 타 지역으로 나가는 일이 많아요.”
정 당선자는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적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문화예술 거버넌스를 만들자고 주장해 왔다. 이전에는 인천문화재단의 인천문화포럼이 있었고 그 안에 청년문화 활성화 분과가 있었다. 당시 20여 명이 모여 선진지 답사를 가거나 지역 청년예술 발전에 대해 토론도 했지만, 갑자기 분과가 사라지면서 아쉬움이 컸다.
“청년예술인에게는 ‘정책제안’이라는 단어 자체도 사실 어려워요. 문화분과가 있을 때는 그 단어부터 서로 알려주고, 정책 제안하는 방법도 같이 공유해서 제안도 하고 그랬죠. 그런 게 없어지고 나니까 또다시 이제 모일 곳이 없어졌어요. 그 이후로는 아직 예술인들이 다 같이 모이는 모임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거버넌스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 대한 갈망도 확인했다. 지난 4월 진행한 청년예술인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 영화, 미술, 음악, 문학, 무용 다섯 분야의 청년예술인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다.
“청년예술인들이 공통적으로 공간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 하더라고요. 미술 하는 친구들은 전시할 공간이 없고, 무용하는 친구들도 어떤 발표회를 한다거나 그런 공간도 진짜 없다고. 문화 공간이라든지 예술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을 좀 많이 좀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해보려고 해요.”
“잘 자랐다. 잘 컸다.” 이번 선거를 치르는 정 당선자의 슬로건이었다. 슬로건대로 그는 부평에서 나고 자란 부평 토박이다. 그만큼 부평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
“부평이 사실 음악 도시로도 선정이 됐고, 지금도 문화도시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지역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은 체감을 못 해요. 그래서 저는 어떤 주요 사업들을 진행할 때 일정 부분은 청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청년 할당을 해서 어떤 조직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되거나요. 토론회와 간담회를 열어서 정말 지역의 청년예술인들이 필요한 걸 얘기할 수 있는 자리부터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야지 ‘우리 도시가 지금 문화도시를 하고 있구나’ 하고 좀 더 인지하고 같이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문화도시 조례도 있을 텐데 실제 주민들과 예술인의 피부에 와닿도록 개정하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특히 부평축제위원회 홍보국장과 부평의제21실천협의회 마을자치분과 위원 등을 거친 그는 부평만이 가진 문화적 강점에 주목했다.
“문화적 DNA가 진짜 풍부한 곳이 부평이거든요. 부평풍물대축제 홍보국장으로 작년에 약 한 8개월 정도 출퇴근을 했는데, 풍물축제도 지금 젊은 청년들이 많이 참여하게끔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도 제가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많이 알고 참여할 수 있게끔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또 부평 캠프마켓의 활용에 대한 얘기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활용해서 청년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지역 활동이 활발했던 만큼 청년들이 정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호감 가는 정치, 납득할 수 있는 정치를 하는 것이 정 당선자의 목표다.
“제가 필드에서도 좀 앞장서서 활동하고 할 말 다 하는 청년이다 보니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그런 목소리를 내주지 않을까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꼭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 선거기간에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분에게 ‘저 진짜 청년들이 실망하지 않는 사람 될게요’라고 말하니, 그분이 ‘실망시켜도 돼요.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하세요’라고 말씀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계속 청년들에게 지지받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가자마자 마음 바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래서 신나기도 합니다.”
인터뷰 진행/글 홍봄 (기호일보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