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전업작가 지망생의 작업 넋두리

김기홍

김기홍

이름: 김기홍(金基弘, Kim Ki Hong)
이메일: rlarlghd9@naver.com

1. 미술을 통해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미술은 삶의 구조와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우리는 규격화되고 균일화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환경은 단지 물리적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의 방식과 사고를 유도하는 강력한 틀로 작용합니다. 저는 이러한 틀을 탐구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기존의 물리적 환경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환경은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 동일함은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 행동을 유도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시각적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조형 언어로 소화하는 것을 의식하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시 전경 1

전시 <윈도우즈의 정원> 전경 1

전시 전경 2

전시 <윈도우즈의 정원> 전경 2

2. 최근 진행한 전시나 작품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 소개

기억에 남는 작업은 개인전 <윈도우즈의 정원>입니다. 이 작업에서는 컴퓨터 운영체제와 디지털 화면의 구조적 요소를 탐구했습니다. 윈도우즈의 창(window)이라는 요소는 그 자체로 단순한 UI 디자인일 수 있지만, 그것이 사용자 행동을 어떻게 유도하고 사고를 제한하는지를 분석하려고 했습니다.
전시에서는 윈도우즈의 창을 해체하고, 동아시아 회화의 요소로 재구성했습니다.

3. 동아시아 전통과 현대 디지털 환경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아시아 전통은 단절과 굴절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세계를 이해하는 독특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제가 동아시아의 조형적 요소와 미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현대의 획일적인 시각 언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할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 회화는 조형 요소 간의 유기적 관계와 상징성을 중시합니다. 예컨대, 시서화각의 조화는 단순히 미적인 차원을 넘어 화면 구성의 체계로 작용합니다. 저는 이러한 전통적 체계를 디지털 환경에 적용함으로써, 동시대의 시각적 질서를 새롭게 제안하고자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전통의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을 현대적 문제와 대화하도록 만드는 과정입니다.

4. 미술과 사회

미술의 사회적 영향은 직접적으로는 미미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미술은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로 제한되어 있고, 대중적 예술 형식인 영화, 게임, 대중음악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러나 미술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여전히 사회와 연결됩니다. 미술이 가진 실험성과 해체적 접근 방식은 종종 다른 예술 장르에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표현과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제 작업에서 사회의 모습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것을 해석하여, 메시지로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사건은 제 작품 속에서 하나의 풍경이 됩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테러 사건이나 유튜브 알고리즘과 기후변화 이슈 같은 소재를 다룰 때, 그것들은 특정한 메시지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단면을 구성하는 이미지로 존재합니다.

전시 전경 1

전시 <16:9> 전경 1

전시 전경 2

전시 <16:9> 전경 2

5. 작품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단계는 무엇인가요?

리서치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다루는 주제들은 복잡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예컨대, 윈도우즈 UX/UI가 사용자 행동을 어떻게 유도하는지 조사할 때, 관련 자료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논문, 기술 문서, 심지어 유튜브 사용자 경험까지 폭넓게 참고합니다.

리서치 과정은 단순한 자료 수집이 아니라, 작품의 주제를 구성하고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이 과정이 완성되지 않으면 제작 과정에서 길을 잃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서치 단계는 제 작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