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예술로 나누고 마음을 더하는 미술품 자선경매
열 번째 <부평옥션 화이트세일>
우사라
예술로 나눈다. 마음을 더한다.
정말 예술로 나누고 마음을 더할 수 있을까?
지역에서, 기초 지자체에서, 그것도 공공 영역에 종속된 기관이 창작과 향유를 넘어 유통까지 이끌어내는, 예술로 나누고 마음을 더하는 미술품 유통시장 확대 사업을 지역에 안착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예술로 나누고 마음을 더한다”는 이 근사한 말을 실현할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하고 시도하고 다시 고민하고 실천하는 동안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은 10주년을 맞이했다.
예술로 나누고 마음은 더하는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은 (재)인천광역시부평구문화재단이 추진하는 미술품유통시장확대 사업이다. 기초 단위의 지역 문화재단이, 지역 문화예술기관으로써는 이례적으로 지역미술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층위에서 이끌어내고자 마련한 행사이자 전시사업이다. 인천은 인구 300만의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시립미술관이나 미술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상업화랑 등 미술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서 아쉬운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공공의 영역에서 건강한 미술품 유통시장의 생태계 확립을 위해 미술품 경매라는 지극히 상업적인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은 대단한 용기이자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014년 첫 해 시작 당시 미술품 유통시장 “개척”사업이었으나 이후 “확대”사업으로 정책사업명이 변화한 것은 미술품 유통시장 생태계 도입부터 확장 단계로 나아갔다는 것을 시사한다.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오후 7시,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에서 열 번째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의 현장 경매가 열렸다. 미술품 경매 현장은 늘 묘한 긴장감과 어색함이 감돈다. 그러나 예술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온기 속에서 경직된 표정들은 어느새 심리적 저항감을 풀고 온화해지기 시작했다. 본 경매에는 인천과 부평 지역 작가, 동시대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 그리고 문화도시부평 서브컬처(비주류 문화) 특성화 사업에 참여한 그래피티 작가들의 작품 총 41점이 출품되었다. 경매는 1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켜주었던 김민서 경매사의 진행으로 생생하게 펼쳐졌다. 1부 경매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고, 치열한 경합을 통해 낙찰된 손님에게는 모두가 환호와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경매 전경 ⓒ부평구문화재단
경매 전경 ⓒ부평구문화재단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은 자선경매로 2차 미술시장인 미술품경매시장의 본질적 특성인 소장자의 출품으로 형성되는 중고거래 시장 개념과는 다르다. 이 경매에서는 출품자와 낙찰자 모두에게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참여하는 작가들 또한 부평구문화재단과 함께 작업했던 지역 작가뿐만 아니라 지역 외 작가들의 상품성과 상징성이 있는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낙찰액의 50%는 작가에게 지급되며, 나머지 50%는 낙찰자의 이름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된다. 참여 작가들은 자선경매의 선제 조건인 작품의 기증과 기부가 아닌 전시 및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출품하는 작가만이 자선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설정하였다.
2014년 첫해를 시작으로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은 197명의 작가(중복 참여 제외)의 작품 644점이 출품되었고 경매를 통해 총 118,147,000원이 낙찰되었다. 59,073,500원이 작가들에게 돌아갔으며 그만큼의 금액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되었다. 예술을 통한 나눔은 어려운 환경에서 음악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추운 겨울을 보내는 어르신들의 난방비로, 부평뿐만 아니라 인천 전역을 대상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다양한 방식들로 전달되고 또 전해졌다. 올해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의 온기 또한 꼭 필요한 곳에 전해질 예정이다.
<부평옥션 화이트세일> 연표 ⓒ부평구문화재단
경매 전경 ⓒ부평구문화재단
경매 전경 ⓒ부평구문화재단
“우리가 시작이라고 부르는 것은 때로는 끝이 되고 끝이라고 생각할 때부터 시작이 이루어진다. 끝나는 곳이 바로 우리가 출발할 지점이다.” T.S 앨리엇
10년 동안 부평구문화재단이 꿈꿔왔던 <예술로 나누고 마음은 더하는> 지역미술활성화와 예술을 통한 특별한 기부문화 확립을 위한 여정은 이제 끝났지만, 우리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우려와 기대 속에 전국 공공기관에서 처음 시도했던 미술품자선경매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의 아름답고 귀한 여정에 함께 해준 지역의 여러 기관들, 특히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사)해반문화에 지면을 빌어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하나의 사업을 10년 동안 변함없이 최선을 다해 이끌어준 사업 담당자들과 함께해준 수많은 작가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의 끝이 더욱 근사한 또 다른 “시작”을 열 수 있도록 언제나처럼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예술은 예술로만, 사회는 사회로만 존재하는 방식이 아닌 문화예술과 사회가 서로 더욱 깊이있게 교감하고 공유하는 “모두 함께 예술로 나누고 마음은 더하는” 새로운 출발을 모색할 시간이 시작되었다.
우사라(禹思羅, Sarah Woo)
부평구문화재단 예술교육팀 팀장. 큐레이터.
한국화와 예술경영을 공부하였다. 커머셜 화랑, 옥션하우스, 비엔날레, 기업 메세나 갤러리에서 일하였다.
현재 부평구문화재단에서 전시와 예술교육 총괄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