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그들의 음악이 머문 자리
태지윤
무심한 듯, 담담한 고백의. ‘juo(주오)’
아름다운 청년들, 산만한 아닌, ‘산(山)만한 시선’
애틋함을 노래하는 작고 단단한 별. ‘김보리’
오롯이 기타로 시공간을 가득 채우는 연주자. ‘천상혁’
음악에 대한 진실함과 성실함. ‘박현우’
경쾌한 그들만의 사운드. ‘삼점일사(3.14)’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 ‘And One(앤드원)’
언제 만나도 즐거운 그들. ‘The Worms(더 웜스)’
잘 짜여진 감미로운 록 사운드. ‘박민혁’
나지막한 고백. ‘이찬주’
타고난 재능, 그녀만의 aura. ‘minjo(민조)’
기분좋은 돌풍. ‘Everyday Monday(에브리데이 먼데이)’
한 걸음 한 걸음, 진중한 오랜 끈기의 결실. ‘PNS’
인천음악창작소×부평구문화재단의 음반지원사업 선정뮤지션들에 대한 짧은 소개다. ‘R&B를 노래하는 아무개’, ‘미국 시애틀 그런지(Seattle Grunge) 사운드를 추구하는 어떤 팀’과 같은 소개가 더 좋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장르로 소개하는 것은 ‘나’의 생각과 감정이 빠진 무미건조한 표현같아 내 임의대로, 하지만 최대한 그들을 잘 소개할 수 있는 문구를 생각해 적어보았다. 적절한 표현과 소개일지 그리고 이 소개 속에 그들을 가두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다. 제법 안면이 있는 뮤지션들도 있고 가볍게 인사만 나누는 정도의 뮤지션들도 있다. 하지만 ‘집중’해서 공연을 보며 떠오르는 순간의 이미지와 느낌들을 메모해 둔 것이다. 부디 내가 알고 있고, 이야기 나누었고, 보았고, 들었던 그들에 대한 기억과 음악들이 적절하게 표현되었기를 바란다.
인천음악창작소×부평구문화재단 싱글·EP·정규 음반 제작 지원 사업 <쇼케이스>
11월 8일(금), 9일(토) 이틀에 걸쳐 진행된 공연은 13팀이 참가하고, 대략 42곡의 곡이 연주되었다.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 다른 한편으로는 관람객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도 다소 지루한 공연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될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첫날은 6팀이 그리고 이튿날은 7팀이 무대에 올랐다. 실내 공연 기준으로 절대 적지 않은 팀과 짧지 않은 공연 시간이다. 야외 페스티벌의 경우야 실내와는 다른 관람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 이상 더 많은 팀이 올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슷한 프로그램을 실내로 옮겨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관람객은 정해진 좌석에 착석해야 하고 움직임이나 동선에도 제약이 따른다. 야외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떠들며 관람할 수 있지만, 실내 공연장에서는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내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야외 페스티벌과는 또 다른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은 것이다.
JuO
산만한 시선
김보리
천상혁
박현우
삼점일사
첫날은 ‘juo(주오)’, ‘산만한 시선’, ‘김보리’, ‘천상혁’, ‘박현우’, ‘삼점일사(3.14)’의 순서로, 그리고 이튿날에는 ‘And One(앤드원)’, ‘The Worms(더 웜스)’, ‘박민혁’, ‘이찬주’, ‘minjo(민조)’, ‘Everyday Monday(에브리데이 먼데이)’, ‘PNS’ 순서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3시간을 어떻게 보나,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염려했던 앞선 걱정들은 기우에 그쳤다. 많은 공을 들여 만들어진 무대, 짜임새 있는 시간과 구성, 스태프들의 분주한 움직임 덕분에 공연은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6~7팀의 공연은 번잡하기보다는 오히려 잘 차려진 코스요리를 먹는 기분이었다. R&B, Soul, 포크, 기타 연주, 상큼한 모던 록부터 묵직한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 컨트리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팀들의 공연은 순식간에 끝났다. 몇몇 팀의 경우 한두 곡 더 듣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그럴 수 없음에 아쉬움까지 남았다.
And One
더웜스
박민혁
이찬주
연주된 곡 중에는 공연 당일 처음 연주되는 곡들도 있었고, 몇몇 익숙한 곡들도 있었다. 익숙하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오며 가며 어딘가에서 그들의 공연을 봤다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순수한 관객으로 그들의 공연을 본 적은 없었던 것, 아니 없다. 이러저러한 일들로, 사업들로, 행사에서만 그들을 보고, 들었지 내가 돈을 지불하고 그들의 음악을 접한 적은 없는 것이다. “우리 음악창작소에서 수많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뮤지션들입니다. 음악 정말 좋은데 꼭 한번 들어보세요.” 이런 말들을 심심찮게 하고 다닌다. 자랑이다. 그런데 이번 쇼케이스 공연을 보고 난 후 그렇게 말하고 다닌 것에 부끄러운 마음이 크다. 뮤지션들에게 가장 큰 행복은 공연장에 많은 사람들이 와있을 때이다. 내가 연주하는 공연을 보러 와주었다는 그 순간의 기쁨과 행복감은 다른 어떤 것과 비교되지 않는다. 뮤지션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점에 미안한 마음이 크게 자리 잡는다.
민조
Everyday Monday
PNS
쇼케이스를 즐기는 관객들
올 한 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음반제작지원사업에 무려 182팀(명)의 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지원자들 중 최종 13개 팀이 선정되었다. 14명이 지원하면 1명이 선정된다는 수치다. 다른 문화예술분야에서는 더 큰 경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천에서 대중음악 분야로 182팀이라는 수치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유명 페스티벌이 있지만 특정 신(scene)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라이브 클럽들이 있지만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선가 저렇게 많은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있고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틀의 공연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무대 위 13팀(명)의 뮤지션, 보이지 않는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조금 이르게 2024년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이런 공연행사가 싫어지는데 공연 자체가 싫은 것은 절대 아니고 공연이 올려지기까지 보내는 시간과 고민과 초조함들이 공연을 마치게 되면 연기처럼 사라지는 그런 공허감이 싫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잘되고,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내년 이맘때는 어떤 뮤지션들과의 만남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지금의 감정을 느끼게 될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P.S
함께 해주신 13명(팀)의 뮤지션분들, 가장 고생 많으셨던 부평구문화재단 임정인 팀장님, 박수현 대리님 고맙습니다.
태지윤(太志允, Tae Jiyun)
기타리스트, 인천음악창작소장
부천FC/리버풀FC 서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