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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마을답게, 문화두레 시민이 만드는 ‘마을문화계획’

유진수

지난 4월부터 여름을 거쳐 부평구 부평2동, 갈산2동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문화계획’을 만드는 워크숍과 공론장이 열렸다. 자신들이 생활하는 마을에 필요한 문화 활동을 이야기하며 포스트잇을 붙이고 발표하면서 마을의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를 마을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과정이었다.

‘문화’란 단어는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도 구체적인 답을 내놓기는 모호한 단어이다. 일상생활과 무관한 단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축제나 행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한 ‘문화’를 주민들 스스로 마을에서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마을문화’는 생활권역인 동(洞)에서 마을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토대로 그 마을이 마을답게 하는 공동의 생활양식이다. 마을의 공동체성에 기반하여 다른 마을과 차별되는 독특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말한다.
‘마을문화계획’은 이러한 공동체성과 정체성을 키우고 마을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화 현황을 이해하고, 함께 할 문화 활동을 찾고, 마을의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문화도시부평 비전 체계도

문화도시부평 비전 체계도

00동 문화계획단 위촉식

00동 문화계획단 위촉식

부평구는 지난 2021년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어 5년간 시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민이 주체가 되어 일상이 문화가 되고,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거버넌스를 만들어 가고자 ‘문화두레시민회’가 조직되어 활동 중이며, 올해 주민들과 함께 “마을문화계획” 수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문화계획’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목적은 첫째, 4년 차에 접어드는 문화도시사업을 생활권 단위로 저변을 확대하고, 둘째, 지속가능한 마을의 미래상과 연계하여 사람과 공간을 잇고 문화자원의 활용성을 높이며, 셋째, 주민 스스로 마을문화 현황을 분석하고 생활 속 문화의제를 발굴하여 실천하는 문화결정권을 증진하고자 한다.

‘마을문화계획’ 추진을 위해 지난 4월 부평구 22개 동과 주민자치회를 대상으로 공모를 추진하여 부평2동, 갈산2동이 선정되었다. 이어 선정된 동에 생활하는 문화두레시민회 회원과 주민자치회 위원, 문화예술인들이 문화계획단을 구성하여 활동하였다.

먼저, 해당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주민들의 문화인지도 및 문화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하였다. 거리 및 행사장,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주민들의 마을문화에 대한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3차례 워크숍은 생활하는 마을의 문화적 자원과 현황 등에 대한 진단을 통해 마을문화활동의 방향과 대안을 스스로 만들어 보고, 주민 다수가 참여하는 공론장을 통해 마을문화의 비전과 추진 전략, 과제 등을 도출하였다.

주민설문조사 (갈산2동)

주민설문조사 (갈산2동)

문화계획단 워크숍 (부평2동)

주민설문조사 (부평2동)

부평2동 문화계획 공론장

부평2동 문화계획 공론장

갈산2동 문화계획 공론장

갈산2동 문화계획 공론장

부평2동 마을문화계획은 <행복한 마을문화를 만드는 공간, 부평2동>을 비전이다. 공론장에 참여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단어들을 조합하여 제안한 문장이 선정되었다. 부평2동은 “행복”이라는 단어가 곳곳에 보이는 마을이다. 미쓰비시 줄사택의 국가기록유산 등록 과정에서 여러 갈등을 해소하고, 신축 고층아파트와 노후빌라지역, 노인 인구와 청소년 세대 등이 융합하여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이다.

비전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문화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세웠다. 마을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역량과 공간을 통해 일상적 문화활동이 이루어지는 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실천할 의제로는 ▲문화공간 조성 및 활용 (일상적 공간 활용, 마을공간 발굴, 다양한 공간 프로그램 운영) ▲지역 문화자원 협력 (마을문화 활성화 협력, 문화활동 협력사업 발굴, 주민 문화욕구조사) ▲공동체 문화활동 (마을공동체 활성화, 문화적 경관환경 개선, 역사문화마을만들기)를 결정하였다. 이와 함께 인천 지역에서는 유일한 ‘마을오케스트라단(2023년 창단)’의 활성화 방안과 ‘음악도시 부평’이 시작하는 마을이라는 자긍심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지역협력적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산2동 마을문화계획의 비전은 <굴포천을 중심으로 주민이 모여 대화의 장을 만들고 상권도 살리는 갈산2동>으로 정해졌다. 지역 내 굴포천이라는 자원을 마을 정체성의 중심으로 세우자는 공동의 소망이 녹여져 있다. 아파트, 저층 주거지, 상권 등 다양한 주거 형태와 선주민, 이주민 등의 인적 구성이 굴포천의 징검다리처럼 교류하고 협력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하여 ‘일상을 통해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도시재생’을 목표로 ▲편리한 생활문화(일상적 공간 활용, 마을공간 발굴, 다양한 프로그램 발굴) ▲축제로 하나되는 마을 (지역 고유성 반영, 지역협력과 주민참여, 문화기획역량 강화) ▲지역 상생과 환경보존(문화적 도시재생, 생태문화마을 조성, 역사문화마을 조성)을 제시하였다.

부평2동 문화계획 구상(안)

부평2동 문화계획 구상(안)

갈산2동 문화계획 구상(안)

갈산2동 문화계획 구상(안)

‘마을문화계획’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다. 올해 두 개 동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였지만, 문화예술 종사자도 아니고 물리적 환경개선 요구도 아닌 마을문화 방향과 문화적 니즈(needs)를 이야기하는 장은 생소하기도 하다. 마을의 자원과 정체성을 살리고 이를 통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을문화계획은 문화도시의 저변을 생활권으로 확대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다.

다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는 한계점은 있다. 그래서 지역의 다양한 기관, 단체들과 협력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다양한 지원사업에 도전하여 재정을 확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주민들의 마을문화계획 수립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관심과 참여도 필요하다. 주민에게는 문화전문성이 필요하고, 문화예술인들에게는 함께 할 주민이 있으면 금상첨화 아닐까.

부평구 22개 동 전체가 각자의 마을문화계획을 수립하여 공동체와 공간을 잇고, 필요한 문화활동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문화자치력을 높이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으로 문화감수성이 풍성해진다면 문화도시의 풍성한 숲이 만들어지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유진수 (兪鎭洙, YU JIN SOO)

연구집단 로컬워크 대표
‘문화두레시민이 만드는 00동 마을문화계획’ 부평2동 PM

지속가능한 마을, 사람, 일을 위해 즐겁게 연대하고, 함께 학습합니다.
saramkko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