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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천문화통신3.0에서는 민관 거버넌스와 지역 예술가의 역할을 중심으로,
이민하 작가와의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업 과정과 예술지원 체계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민하 작가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통 동양화 재료인 아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걷는 예술가의 길
이민하 작가 인터뷰
김민주
이름: 이민하 Minha LEE
이민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2007년 일본정부 국비유학생으로 선정되어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미술연구과에서 Inter Media Art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인천에서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있다.
<폭격의 자장가>(2023, 수림큐브, 서울), <아남네시스>(2017, 인천화교역사관 갤러리, 인천), <팔림세스트>(2013, 히라와타 갤러리, 일본)를 포함한 10회의 개인전을 진행했다. (2018.8-2020.4, 그로피우스 하우스, 독일), <그럼에도, 역사는 계속된다>(2019, 주홍콩 한국문화원, 홍콩), <고베 비엔날레>(2013, 고베,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2010, 나고야, 일본)를 포함한 75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다.
권진규 아틀리에(2016),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8), 인천아트플랫폼(2019),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2021)의 입주작가로 활동하였으며, 2019년 수림미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독일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부산현대미술관, 서울시 문화본부 박물관과, 수림문화재단, 인천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가죽과 아교’라는 작업의 출발점과 의미가 궁금합니다.
“저는 연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특히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제에 큰 흥미를 느낍니다. ‘가죽과 아교’ 작업은 이러한 개인적인 성향에서 출발했습니다. 대표작으로 <그을린 세계(2019)>와 같이 가죽 소재를 활용한 대형 키네틱 설치 작품이 있습니다. 물성형이라는 가죽공예 기법을 활용해 인체처럼 형태를 잡은 <상흔(2019)>도 있습니다. FRP와 같은 화학적인 방식을 쓰지 않고, 어떻게 부드러운 가죽을 단단하게 고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죠. 베지터블 무두질 된 가죽 안에는 젤라틴이 풍부해 물에 담갔다가 형태를 잡아서 고정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젤라틴이 아교의 주성분입니다.
저는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미술계에서 전통 방식으로 아교를 활용하는 작가들이 드물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아교의 장단점을 더 깊이 탐구하고자 이번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교가 가진 고유의 특성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제 예술 활동에 새로운 깊이를 더하고자 합니다.”
이민하 | 2024 아트플러그 연수 오픈스튜디오 전경
아트플러그 연수에서의 창작 경험이 작업 방식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객관적으로 제 작업을 보았을 때, 저는 작업의 주제도 무겁고, 작업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품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관점에서 보기에 상업적으로 소비되기에 적합한 형태가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다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명 의식이 확고한 편이기도 합니다.
대규모 작업을 진행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공공기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와 같은 유형의 작가들은 작품의 재료도 많고, 공간도 커야 하고 그러면서 저렴한 작업실을 찾는 일이 제일 어려운 일입니다.
작업 공간의 걱정만 없어도 작업을 지속하기에 훨씬 수월해집니다.
아트플러그 연수에서의 지원은 다양한 실험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작업의 깊이와 범위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아교 제작 방식을 연구하고 이를 현대적인 작업에 적용하는 과정이 의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원사업을 자주 하다 보니 지원사업의 허점을 발견하는 경우도 제법 있어서, 종종 관계자들에게 제안을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영유아 돌봄비를 사업 예산 안에서 지출할 수 있게 한다던가, 출산과 영유아 돌봄의 기간을 소급해서 적용할 필요성에 대해 얘기해 왔습니다.”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면서 느끼신 점이 있을까요?
“다양한 유형의 미술계 관계자들이 있고, 저는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통해 일반인들과 만나는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유치원생 아이부터 중·노년의 관람객까지, 이분들이 예술의 문턱을 넘어 진입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상주하는 경우에는 작품을 실제로 만져보게 하는데요. 이런 사소한 체험이 특별한 경험이 되어서, 후에 예술애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소통은 예술과 대중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지역사회가 예술가들의 작업 과정에 더 깊이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관람객들은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이는 예술가와 지역사회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관람객들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예술애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예술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향후 어떤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아교실험을 바탕으로 자료집을 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내년에 ISBN을 단 정식 출간물로 만들어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요. 이미 지원사업 몇 곳에 지원서를 제출했고, 일본 쪽 전문가들을 만나러 가는 해외 출장도 계획 중입니다.
돌아가신 서경식 선생님이 독일의 시인 파울 첼란의 표현을 빗대서 “글을 쓰는 일이란 유리병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흘려보내는 통신”이라고 표현하셨던 것처럼, 저의 예술 활동도 비슷한 것 같아요. 언제, 어떻게 관람객과 만날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작업을 통해 깊이 있는 예술적 접근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사람들이 미술관을 관람하러 와도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기 위한 배경 정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저는 대중을 상향 평준화시키기 위해, 출판처럼 망망대해에 편지를 띄우는 심정으로 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 구성도 가죽에서 시작해서 아교로 갔다가 다시 가죽으로 돌아오는, 지금까지 출간된 일반적인 기법서와는 다른 편집 방식을 취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여러 전문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소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바탕으로 실험을 해보려고 해요. 결과물들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공유하기도 하고, 책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지역에서도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구로문화재단과 시흥시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했었고, 일본에서도 많이 했습니다. 인천에서도 연수문화재단과 함께 이러한 프로그램을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재단들이 외부 예술가를 급하게 불러와 억지로 행사를 채우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더불어 예술가들이 지역사회에 더 깊이 뿌리내리고, 지속 가능한 예술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민하 | 2024 아트플러그 연수 오픈스튜디오 전경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시면서 두 나라의 예술지원 시스템을 경험하셨을 텐데, 민관 거버넌스 측면에서 한국의 예술지원 체계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20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의 예술지원 정책이 눈에 띄게 발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청년예술가 지원이나 최초예술 지원같이 트랙을 나눠서 지원하는 등 체계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인천 지역의 경우, 전체 지원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일부 전시에서는 기초 자료조차 마련되지 않는 경우를 보며, 더 철저한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지원사업의 수혜를 받은 작가들에 대한 중간점검과 가치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인지원사업에 대한 제언이 있으신가요?
“지역예술가를 위한 장기적인 작업실 임대사업을 인천시가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5년, 10년 단위의 장기적 계약과 저렴한 임대료가 제공되면, 수도권의 젊은 작가들이 인천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전시공간은 접근성이 편리한 도심에 팝업 형태로 운영하고, 작업실은 조금 한적한 곳에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의 교체나 시/구의원들의 반발로 인해 사업이 엎어지지 않도록, 예술계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민하 작가는 예술지원 체계의 개선을 제안하며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전통 재료와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예술과 행정,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더 나은 예술 환경을 조성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민관 거버넌스 측면에서 예술과 행정의 교차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상업적 성공보다 예술적 진정성과 사회적 메시지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민관 거버넌스의 허점을 발견할 때마다 관계자들에게 개선점을 제안하며, 지원사업 운영 측면에서 수평적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민하 작가는 단순한 예술 창작을 넘어 예술과 행정의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민관 거버넌스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민관 거버넌스가 더욱 활성화된다면, 예술가들과 지역사회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를 통해 지원사업이 보다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다양한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 생태계의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화적 풍요로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김민주 (金珉宙, KIM MIN JOO)
삶의 여유를 가지고 잘 놀러 다니며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열정 가득한 전형적인 ENFP이다.
현재 연수문화재단 기획경영팀에서 계약, 감사, 노무, 사회공헌활동을 담당하고 있어 노력형 TJ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