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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지혜의 향연이 펼쳐지는 부개도서관
<대화가 필요해? 도서관이 필요해!>
이경하
‘천고마비(天高馬肥)’는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이다. 이는 고대 중국의 문헌 <한서(漢書)>에서 유래된 말로, 한나라(漢朝)가 안정되고 번영을 누리던 시기를 뜻하며 사람들의 생활이 풍요로워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가 더해져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천고마비(天高馬肥)’는 추수의 계절 가을, 9월이 되면 떠오르는 전 국민적 대표 사자성어로 문학 작품이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주 사용되며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즐기는 데에 적합한 표현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또한 이 표현은 가을의 맑고 청명한 날씨와 풍성한 수확을 상징하고, 독서와 같은 여유로운 활동을 즐기기에 좋은 시기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독서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감성을 쌓는 것은 이 시기에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9월 ‘독서의 달’은 국가가 국민의 독서 의욕을 고취하고 독서의 생활화 등 독서문화 진흥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정되었다. 도서관 이용자에겐 풍성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는 낭만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도서관 사서에겐 다소 긴장감이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기대감을 안고 도서관에 방문할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조금 더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 및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갖고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매년 독서의 달에는 주제를 선정하고 그와 관련한 다채로운 행사를 운영한다.
도서관의 문화기획자로서 행사를 준비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나만의 필수사항이 있는데 「1. 특별하지만 대중적일 것 2. 모두가 공감하는 이슈일 것 3. 책과의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하여, 주제 선정이 첫 번째 큰 관문인데 공공도서관답게 지역주민과 함께 나누어 볼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인 내용이 있는지, 도서관에서 인기 있는 책의 주제가 무엇인지 등의 요건들을 살펴보고 독서의 달 주제를 최종 선택하게 된다.
2024년의 핫이슈를 찾아보니 각종 언론에 노출되고 있는 ‘묻지 마’ 폭력, 세대 간의 갈등,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분노, 보복 범죄가 즐비했다. 또한 도서관의 예약 도서 및 희망 도서, 대출 도서를 점검해 본 결과 말과 소통에 관련된 주제의 책들이 꽤 많았다. 점점 이런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와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 가는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그 물음표는 느낌표가 되어 독서의 달 주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구할 수 있는 주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제. 바로 현대인에게 가장 부족하지만 가장 중요한 ‘대화와 공감, 소통과 이해’인 것이다.
2024년 부개도서관 독서의 달 행사는 <대화가 필요해? 도서관이 필요해!>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특강과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첫 번째 특강의 대상은 부모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첫 번째 사회는 가정으로서 가정 내에서 부모와 형제, 자매와의 상호작용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운다. 이 첫 단추를 잘 채워야 다음 단추도 바르게 채울 수 있다. 범죄자의 경우 대다수가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가족과의 불통)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1단계 소통을 위해 올바른 가족 간, 특히 자녀와의 대화법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이를 위해 <아이의 잠재력을 키우는 성장 대화법>을 주제로 아동 청소년 심리 이해와 부모 역할, 그리고 치유하고 성장하는 부모 대화법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1. 독서의 달 행사 홍보 포스터
ⓒ부평구문화재단
2. <아이의 잠재력을 키우는 성장 대화법> 특강
ⓒ부평구문화재단
두 번째 특강의 대상은 초등학생이다.
요즘 학교폭력이나 따돌림 등의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예방하고자 말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책 <뱅글뱅글 말 사탕>을 선정했다. 작가와의 만남과 관련 독후 활동을 진행하여 학령기 시절 친구들과의 바른 대화, 이해, 공감에 대해 책 속 주인공을 통한 간접 체험으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세 번째 특강의 대상은 성인이다.
요즘 ‘MZ’라는 단어가 정말 큰 이슈인데 도대체 MZ들은 어떤 인류이고 어떻게 소통해야 좋을까?
가정, 학교를 넘어 성인이 되어 조금 더 확장된 사회에서 만난 직장인 등의 사회생활 연령대를 타깃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구인류, 신인류)을 조금 더 이해하고 함께 공감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혹시나 ‘요즘 것들은..’이란 세대 차이가 느껴지거나 다른 세대의 생각이 궁금하고 소통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이 강의가 제격이다.
또한 사색의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 여러 질문이 담긴 ‘대화 카드’를 만들어 제시된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으며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더불어 그 카드를 전시하여 다른 사람은 같은 질문과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 또한 마련하였다.
3. 독서의 달 행사 대화 카드 및 도서 전시
ⓒ부평구문화재단
4. <반짝반짝 내 손 안에 스마트톡 & 북마크> 이용자 작품
ⓒ부평구문화재단
그 외 깊은 가을밤 가족과 함께 체험형 마술을 접할 수 있는 빛의 마술 공연 <빛처럼 마법처럼>과 독서의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나만의 책갈피 만들기 <반짝반짝 내 손 안에 스마트톡 & 북마크> 및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캔버스 꽃다발 만들기 <꽃으로 마음으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도서관에서 다채로운 문화의 향기에 흠뻑 취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독서의 달 행사에는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었다. 독서의 달이라는 특별한 의미도 있었겠지만, 그 이면에는 이 시대와 소통하고 싶었던 마음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도서관에서 시대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마음껏 누렸으면 한다.
누군가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길은 아마도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책 속의 길을 찾는 모든 이를 위해 도서관은 언제나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