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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눈으로 다시 쓴 아기장수 설화
‘연수 어린이가 들려주는 상상극장’
최미선
‘연수 어린이가 들려주는 상상극장’은 연수문화재단이 마련한 2024 문화예술교육 <상상오름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되어 진행 중인 연극 프로그램이다.
9~10월 2개월간 8회로, 연수구의 초등 3~6학년 어린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프로젝트로, 도입단계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제시된 주제를 상상해보고 몸짓, 상황, 장면으로 표현을, 전개와 마무리 단계는 연수구 지역 설화인 ‘흔들못과 아기장수’를 활용하여 이야기의 상황을 상상하여 표현하고, 극단적 결말을 참여 어린이들의 긍정적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창작하고 무대에 올리는 연극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3회까지 어린이들과 함께하였는데, 모든 활동이 종료되고 본 원고를 작성했다면 참여 어린이들의 참여 모습과 창작의 과정 그리고 결과물들을 좀 더 자세히 알릴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서로 다른 학교를 다니고 학년이 섞여 있으니 처음엔 친구들은 많이 낯설어 했다. 서로 눈 마주치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쉬는 시간엔 각자의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교실은 마치 아무도 없는 빈 공간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금방 마음을 열고 친해져 이제는 강사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끌벅적한 교실이 되었다.
먼저 제시된 주제를 상상하는 도입부에서는, 첫 만남의 날, 나에 대한 자랑 및 소개를 지브리쉬 언어와 몸짓으로 표현하고 내가 살고 있는 연수구에 대한 자랑거리를 공유하였다.
아무래도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지라 자기소개에 대한 표현은 대체로 소극적이었으나, 내가 살고 있는 연수구에 대한 정보들과 자랑거리들은 막힘없이 쏟아내고 공유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번째 만남은, 학교생활에서 만나는 다른 나라 친구들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한국의 놀이와 다른 나라의 놀이문화를 공유하고 체험하였다. 연수구의 특성상 학교에서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많이 접하게 되니 그들에 대해 낯설고 어려운 존재가 아닌 이미 친구가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놀이문화를 알고 직접 체험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집중력 최고, 최고로 신나는 순간이었다.
세 번째 만남의 1교시는,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의 장면을 만들어 보았다. 현실적으로 내가 발휘할 수 없는 ‘초능력’을 지금 갖게 된다면 어떤 장면이 연출되었을지 상상하고 그 모습을 오브제를 사용하여 의상, 소품, 배경으로 설정하여 발표하였다. 순간이동으로 지각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시간을 멈추게 하여 시험을 치르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행복한 일상, 염력으로 맛있는 요리를 해서 먹는 등 다양한 희망 장면들을 표현하였다.
한국의 놀이문화-팽이만들기와 놀이
초능력을 발휘하는 장면 연출
세 번째 만남의 2교시는 본격적으로 창작할 연극의 이야기 ‘흔들못과 아기장수’를 만났다.
본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아기장수’에 대한 이야기는 전국 어느 지역에도 전해 내려오고 있고, 인천만 해도 영종도, 부평 등 아기장수 설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의 배경, 흐름, 아기장수의 특징은 거의 똑같았으나, 이야기의 중점이 무엇이냐에 따라 조금씩 과정이나 결과는 달랐다. 아기장수에 대한 동화책들, 시청과 구청의 설화 자료, 인터넷 검색으로 모은 자료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연수구 청학동의 설화 이야기 틀을 토대로 친구들과 창작의 기틀을 잡아보았다.
[흔들못의 물결이 심하게 흔들리자 용마 한필이 솟아오르고, 동시에 마을 안 최씨네 집에선 아기가 태어났다. 그 아기는 겨드랑이 밑에 날개가 붙어 있었고 날개를 움직이며 천장을 오르내리기도 하였으며 힘도 센 장수였다. 한편 나라에서는 아기장수가 태어나면 훗날 이 아이가 반란을 일으킬 염려가 있으니 아기는 물론 친족까지 멸하였다. 아기의 부모는 고민 끝에 아기를 눌러 죽이게 된다. -연수구청 홈페이지 ‘연수구 설화’에서 발췌하여 요약함- ]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으며 아기장수를 실제 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 속의 상황을 함께 상상해 보았다. 이야기를 만난 친구들에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잔인하다, 나라의 정책이 잘못되었다, 무섭다, 아기가 자랄 때 교육시키면 걱정했던 일이 안 일어났을 것이다, 안타깝다, 아기가 무슨 죄냐, 어른들의 판단이 잘못되었다’ 등 친구들은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의견을 내주었다.
‘흔들못과 아기장수’ 이야기 만나기
이야기의 결말을 바꾸려 의견을 내는 친구들
이제 ‘우리가 이야기 속에 실제 등장하는 인물이라면’이라는 상상의 제안을 해본다.
우리가 느낀 이 감정들을 객관화하여 이야기의 극단적 결말을 바꿔보는 것이다.
친구들은 상당히 진지하게 의견을 내주었는데 많은 의견들을 모아 정리해보면, 아기장수의 죽음을 면하고, 부모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며, 아기가 성장하여 나라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는 의인이 될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었다.
4회차에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등장인물을 구성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대본을 작성하고 대표 장면을 실제로 즉흥으로 연기해본다. 그다음 회차부터 역할을 정하고 장면별 연습, 음악, 의상, 소품까지 적용하여 마지막엔 공연장에서 ‘우리가 바꾼 설화’를 멋지게 올릴 계획이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이지만, 친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들이 모여 ‘극단적인 설화의 결말’이 ‘긍정적인 메시지’로 변하여 상상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세상에 밝은 영향력으로 빛을 발할 것을 기대한다. 나아가 ‘연수구 어린이가 들려주는 상상극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되길 기대한다.
최미선 (崔美善, CHOI MI SUN)
– 극단공감 대표
– 국제아동청소년 연극협회 인천지회 이사
– 인천국제문화교류협회 감사
– 활동분야 : 연출, 극작, 동화작가, 연극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