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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新송도해변축제’여 안녕!
정구섭
저는 연수구청 문화관광과로 출근합니다.
네, 맞습니다. 저의 소속은 연수문화재단이지만, 요즘 저는 매일 아침 연수구청 문화관광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재단에서 구청으로 파견된 딱 두 명의 문화콘텐츠TF팀원 중 하나로, 구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구청과 재단, 이 두 조직은 성격도 다르고 일하는 방식도 사뭇 다릅니다. 그래서 처음엔 막 이직을 했던 몇 년 전 그날처럼 안절부절못하고 다리를 떨면서 INFP의 면모를 마음껏 드러내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하다 보니 마냥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면도 많았습니다. 공무원 조직의 강력한 네트워크 덕분에 재단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며 성사가 되면 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구청에서는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걸 보면서 ‘이게 이렇게 쉬운 거였어?’를 느끼게 됩니다. 특히 축제를 준비하면서 그 중요성을 더 절실히 느꼈습니다. 서로의 강점을 잘 결합하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요. 축제 운영을 위한 공원의 협조, 연수구청 내 각 과와의 협의, 관 내·외 홍보 등에 대한 협조 등이 매우 수월하게 진행되어 준비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항상 긍정적이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고, 가끔은 속도보다 방법의 문제로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것이 아닌 공동의 목표인 축제의 성공이라는 것을 공유하여 행사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5회 ‘新송도해변축제’는 이렇습니다.
2024년, 뜨거운 여름날 송도 해변에서 다섯 번째로 열린 ‘新송도해변축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연수구의 대표 여름 축제로 자리 잡은 이 축제는 매년 성장해왔고, 올해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 각자가 축제를 즐기며 보내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축제는 작년 대비 3일 짧아져 8월 10일(토)부터 8월 15일(목)까지 총 6일간 진행되었습니다. 대신 작년도에는 평일 오후 6시에 종료했던 축제를 평일에도 저녁 9시까지 진행하여 총 운영 시간으로는 몇 시간 차이가 나지 않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대표 콘텐츠인 물놀이장의 크기를 더 키웠으며, 개·폐막식을 비롯한 공연, 물총 난장 등의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이 초등학교 저학년 미만의 어린이가 대상이니만큼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꾸며졌습니다.
新송도해변축제 포스터 ⓒ연수문화재단
新송도해변축제 리플렛 ⓒ연수문화재단
이 외에도 13대가 넘는 푸드트럭이 밤늦게까지 진행되면서 열대야를 잊기 위해 나온 가족들에게 색다른 외식의 기회를 제공하고, ㈜비젼코베아와 함께 만든 캠프닉존은 사전 예약 10분만에 전체가 마감되고, 송도해변극장도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2030세대에게도 축제를 어필하기 위해 ‘송도 써머핏 챌린지’와 ‘송도비치 스포츠모델쇼’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처음 2030 타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크로스핏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어필했었는데요. 제가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이제 크로스핏이나 러닝크루의 활동이 단순히 운동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 편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이 서로를 응원하며 ‘으쌰으쌰’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 에너지가 그리웠거든요.
드디어 축제 당일, 햇볕 아래 모인 수많은 참가자들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응원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왜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이 프로그램을 제안한 저로서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들의 열정과 함께했던 그 순간, 축제를 위해 흘린 땀방울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 순간입니다.
新송도해변축제 축제장 전경 ⓒ연수문화재단
송도 비치 써머필 챌린지 ⓒ연수문화재단
행사 내내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두 사람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축제 준비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연수문화재단에 입사한 이후, 어쩌다 보니 계속 축제와 행사를 담당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렸습니다. 모든 업무가 쉽지 않았지만, 특히 축제 업무 중 여름 야외 축제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축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체력은 바닥났습니다. 개인사도 있었지만, 사전 준비를 위해 꼬박 일주일을 더위 속에서 보냈고, 축제가 끝난 후에도 정리를 위해 4일을 더 현장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축제 첫날, 해변에 도착한 저는 이미 지친 상태였고, 첫날 밤에는 거의 ‘녹다운’ 상태로 쓰러져 버렸습니다. 몸이 힘들어지면서 마음도 지치기 시작했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런 순간순간 ‘지금 쓰러져도 나에게 아무도 뭐라고 못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를 버티게 한 건 두 사람이었습니다.
한 명은 팀원 한 명밖에 없는 팀의 팀장으로 실무와 관리를 동시에 했던 이용성 팀장님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행사의 모든 전기를 책임지셨던 ㅇㅇㅇ전기 기사님이었습니다. 이용성 팀장님은 저보다 더 오래 더 많이 그 땡볕에서 모든 현장을 지켜보면서 관리를 했습니다. 그가 행사 6일간 걸은 거리는 평균 28,000보 이상. 행사장 곳곳에 팀장님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얼굴과 멘탈이 같이 녹아내리는 팀원까지 챙기는 그 모습을 보면, ‘지금 쓰러지면 면목이 없다, 쓰러져도 저 사람보다 1분 뒤에 쓰러지자’라는 마음을 몇 번씩 먹었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행사장 전기를 책임지셨던 OOO기사님입니다. 그냥 저희가 용역을 준 업체의 기사님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준비한 행사에 자기 일만 하면 되는 그런 직장인입니다. 60세가 훨씬 넘으신 나이에 몸에서는 땀 냄새가 가시지 않는 그분이 떠오르는 건 그분의 말 한마디 때문입니다. 본인의 업무 시간도 잊은 채 아침 7시도 전에 나와 저녁 9시가 넘어 가시는 그 분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라고 진심으로 물었더니 “여기 일하는 사람들 너무 열심히 하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죠. 이것도 내 일이고 행사 끝까지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때에는 주책맞게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여, 조심스레 제 돈으로 산 것도 아닌 아이스크림을 가져다드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함께한 동료들 ⓒ연수문화재단
아직도 끝이 아니다.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담당한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그 기쁨이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죠. 축제 하나 끝냈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다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막 숨을 돌릴 틈도 없이, 10월 초에 진행되는 ‘연수 스토리텔링’ 사업과 연수구 대표 축제인 ‘연수능허대문화축제’가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몸은 이미 피로에 절어 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오지만, 그런 사치는 잠시 접어둬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그때가 오면 또 어떻게든 해내야겠죠. 그렇게 해왔고, 또 해내겠죠. 뭐, 내년에도 또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 같지만요.
이렇게 또 하나의 축제가 지나갔습니다.
매번 행사를 할 때마다 혹시나 쓰러질까, 아플까, 힘들까 노심초사하며 애처로운 가끔은 분노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며 옆을 지켜주는 동료들에게 글의 마지막에서 감사를 전합니다.
별말 없어도, 일과 아무 상관 없는 시답잖은 농담으로 기분을 풀어주고, 또 버틸 힘을 만드는 건 그들의 특별하고 놀라운 능력입니다. 그 능력에 지금껏 이 일을 겨우겨우 꾸역꾸역 해 나가고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시는 분들 힘내지 말고, 너무 파이팅 하지 말고, 그냥 해내기를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정구섭(Jeong gooseob)
(재)연수문화재단 문화콘텐츠TF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