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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의 새로운 비상
‘문화의 터를 잡고, 예술의 둥지를 틀다’
「문화공간 터·틀」
최지은
이름을 짓고
2024년 5월, 인천서구문화재단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지역자료와 공간들을 조사해 서구의 대표적 원도심인 석남2동 거북시장 일대에 장기 미임대 상가를 임대하고 공연, 전시, 각종 포럼등을 진행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오픈했다. 인천서구문화재단이 석남동 신거북시장 일대 300미터 거리를 ‘문화의 거리’로 이름 짓고 문화예술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거리를 조성하고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은 쇠퇴한 원도심 거리에 문화예술을 접목하여 다시 사람이 모이게 하고 거리를 활성화하여 문화와 예술, 사람이 있는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문화의 세기, 21세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석남동의 문화콘텐츠 뉴딜사업이다. 석남2동 거북시장과 신거북시장이 연결되는 거리는 그동안 노점상과 불법주차 등으로 난장의 노점상 거리였다. 한때는 이 노점 거리를 오가는 유동 인구가 3만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곳을 오가는 사람도 급격하게 줄었고 물건을 사려는 수요자 또한 눈에 띄게 그 수가 줄어 사실상 시장기능이 상실된 상황이다. 이러한 난장 거리, 퇴락하는 시장 거리 정비에 착수한 인천 서구청은 지난해 봄 5층 규모의 판매시설을 건립하여 노점상들을 입점하게 하였으며 3층 이상은 주차장으로 조성하여 불법주차를 하지 않도록 이용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는 도로 정비공사를 진행하여 인도를 넓히고 전기와 통신선을 지중화하는 등 방문자들의 쇼핑 편의를 위한 거리로 공사를 추진하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주민의 감정을 살피고
인천서구문화재단은 지난해 10월부터 판매시설인 상가 건물 1층과 2층, 거리 등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쳐오면서 지역주민, 상인 등의 반응과 수요, 문화적 욕구 등을 파악하였다. 서구에서 활동하는 생활문화동아리를 중심으로 콘서트, 연극, 전시, 오케스트라 연주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공연과 전시 등을 펼치면서 주민과 상인 등의 반응을 살폈다. 공연은 거리의 버스킹과 함께 상인들이 입점한 판매시설 안에서 이루어졌다. 판매시설은 상인과 소비자가 만나는 매장으로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은 전혀 갖춰지지 않은 공간이다. 그러나 문화재단은 판매시설 한쪽에 암막 커튼으로 공간을 만들고 조명기구를 가설하여 임시공연장을 만들었다. 모두가 이런 곳에서 공연이 가능하겠냐는 반응이었고, 여러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불평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상인회와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예상외로 얻은 게 많았다.
“연극공연을 평생 처음 보았다. 전시도 마찬가지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하였고, 어느 노인분은 동일한 연극공연을 수차례 반복 관람하였다. 다음 공연은 뭐냐고 묻는 주민도 많았다. 반응이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생활의 여건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늘 가게를 지키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술에 대한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터·틀’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고
이러한 다양한 시도와 함께 인천서구문화재단은 ‘문화공간 터·틀’ 조성을 위해 부산 영화의 거리, 대구 대명 소극장 거리 등을 탐방하고 연극 등의 공연 진행을 위한 분장실까지 알차게 구성하였다. 지역 예술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전시도 가능하도록 공간(무빙월 설치)을 조성함으로써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했다.
‘문화공간 터·틀’ 조성 이전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공간 터·틀’ 조성 이후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공간 터·틀’ 분장실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공간 터·틀’ 상반기 기획전시
©인천서구문화재단
장기간 비어 있던 상가 건물에 조명과 음향, 출연자 분장실과 전시를 위한 무빙월을 갖춘 문화공간 조성을 마치고 2024년 5월 17일 ‘문화공간 터·틀’의 개관행사를 열었다. 개관행사도 독특하게 준비했다. 지역의 학생 동아리들이 참여하여 공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중학교 연주 동아리, 댄스 동아리들의 공연으로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거북시장 거리에 젊은 청소년들이 나타난 것도 새로움이었고, 미래의 세대가 공간의 시작을 알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최고 수준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다
개관 초연 공연으로는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인 <베니스의 상인>을 개최하였다. 상인들이 활동하는 시장 거리이기도 하고, 주인공의 삶 또한 역경이다. 주변으로부터 핍박과 멸시 속에 살아 온 주인공의 그 지혜와 결말이 모두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공연을 알리고 좌석 예약 5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개관 첫 작품 선정은 적중했고, 대성공이었다.
또한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기 위한 시범 사업으로 진행한 2023년 전문연극공연 <거북마을 사람들>의 앙코르 공연과 ‘한국생활연극협회’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5편이 생활연극제라는 타이틀로 연속 공연을 개최하여 서구민과 지역주민의 참여 속에 막을 내린 바 있다.
또한, 중국 전통 그림자극인 ‘거북과 학’의 공연, 중국 예인들이 직접 지도하는 체험 등을 진행해 다문화가족의 구성 비율이 높은 지역주민들이 공연장과 체험장을 가득 메워 큰 관심을 이끌어 냈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 ©인천서구문화재단
연극 <거북마을 사람들> ©인천서구문화재단
생활연극제 ©인천서구문화재단
중국 그림자극 <거북과 학> ©인천서구문화재단
‘터·틀’ 공간의 존재성
이제 ‘문화공간 터·틀’은 원도심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이 근거리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또한 인근의 40여 년 이상 전통의 거북시장 상인들과 함께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기를 일으키는 축제의 구심점 역할도 해내고 있다.
앞으로 ‘문화공간 터·틀’의 다양한 시도가 단순히 누구나 예술을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일상이 예술’이 되는 차원을 넘어 문화의 거리, 시장에 사람이 모여들고 화제의 꽃을 피우고, 궁극적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의 효과로 이어져 왕년의 거북시장 명성과 전성기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문화와 예술이 있고, 사람이 모이고, 문화를 공감하는, 각종 거리(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 놀거리)가 있는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고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지은(崔池銀, choi jee eun)
(재)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의거리 조성팀장
cjea@isc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