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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of Science – 과학기술에 문화가치를 더하다
문지혜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결합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인천과학문화거점센터는 과학기술인, 예술인, 시민들과 과학문화의 공진화를 추구하며 지역에서 과학문화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뉴미디어·메타버스·인공지능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여 과학기술에 문화가치를 더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과 예술의 역사적 만남
과학과 예술은 인류 문명의 초기부터 존재했다.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는 초기 인류의 예술적 표현 욕구와 자연 세계를 이해하려는 과학적 탐구의 시작을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피타고라스와 같은 철학자들이 음악과 수학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탐구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해부학, 기계공학,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어냈다. 그의 작품 ‘비트루비우스적 인간(Vitruvian Man)’은 인체의 비례를 연구한 과학적 분석과 예술적 표현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준다.
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 라스코 동굴 벽화
©EU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Wikimedia Commons
현대의 과학과 예술의 융합
현대 사회에서도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는 제품이 가장 혁신적이다”라고 말하며, 애플의 제품 디자인에 예술적 감각을 불어넣었다. 또한,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과학과 예술, 인문학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과학소통의 시작
뉴미디어의 발달로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관계적 매체를 활용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긱블’, ‘과학드림’ 등의 과학 유튜브 채널이 인기 영상 콘텐츠가 되고, ‘궤도’, ‘엑소쌤’ 등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폐쇄적인 실험실에서 연구만을 할 것 같았던 과학자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과학소통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복잡한 개념을 쉽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통은 문화자본과 결합하여 하나의 산업을 이루면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과학기술에 문화적 가치를 더하는 과정은 ‘전문가 중심의 과학기술 활동’을 ‘참여적 과학기술 문화활동’으로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4월 과학의달 인천사이브러리 행사에서 강연 중인 과학크리에이터 ‘궤도’
©인천과학문화거점센터
4월 과학의달 과학문화의 길 행사에서 진행한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님과의 북토크
©나비날다책방
인천의 과학문화 향유와 대중화
인천과학문화거점센터(www.inuisge.kr)는 인천광역시와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인천대학교의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과학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됐다. ‘과학문화를 삶으로, 누구나 행복한 도시 인천’이라는 비전 아래 즐거운 시민 체감형 과학문화 활성화, 따뜻한 나눔 상생 협력으로 과학문화 격차 해소, 성장하는 지역주도형 과학문화 활동 확산을 목표로 지역사회 과학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024년에는 ‘City of Science’라는 주제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과학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역특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과학이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교육, 행사, 전시·체험,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며, 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걸쳐 모든 시민들이 과학을 즐기고, 미래 과학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술, 과학기술에 문화가치를 더하다
올해에는 민간 기관과 단체, 기업, 예술가 등이 중심이 되어 과학과 문화를 결합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민간 과학문화활동 지원’을 확장하여 운영 중이다. 민간 과학문화 활동은 과학기술과 대중을 연계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과학문화 확산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민간 기업과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등 총 14개 기관이 참여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예술을 통해 과학기술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는 프로젝트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천 미추홀구에 소재한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은 과학마술을 매개로 장애인이 과학을 흥미롭게 접하고 과학지식을 공연화하여 지역사회에 확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인천 연수구에 소재한 ‘비트상상협동조합’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근대건축물인 제물포구락부를 지키는 메타버스 도그봇을 코딩하고 조작하는 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공유할 계획이다. 그밖에 블록형 코딩을 활용한 작곡(그린플래그교육합동조합), 과학독서를 위한 창의적 공간인 ‘Scientific spot’ 구성(비욘드아키텍처) 등 과학기술에 예술적 요소를 융합하여 문화가치를 더하는 시도들이 이 사업을 통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4월 21일 과학의날 기념축제 ‘과학피크닉’
과학마술 공연과 시민들
©인천과학문화거점센터
4월 21일 과학의날 기념축제 ‘과학피크닉’
버블쇼 퍼포먼스에 참여 중인 시민들
©인천과학문화거점센터
City of Art & Science, 인천
스페인의 12대 보물 중 하나로 일컫는 발렌시아시의 ‘예술과 과학의 도시(Ciudad de las Artes y las Ciencias)’는 1957년 대홍수 이후 물길이 바뀌면서 드러난 오래된 강바닥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바뀐 공간에 1998년부터 천문관과 과학관, 미술관, 해양공원, 공원예술센터, 광장 등이 들어서며 만들어졌다. 도시의 공간은 과학자와 예술가가 협력하여 혁신적인 작품을 창작하는 연구실이자 작업실이 되었고, 시민들이 과학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나고 머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인천에서도 과학기술인과 예술인의 교류가 더욱 활발히 일어나고, 과학기술에 문화가치를 더한 도시 안에 쓸모있는 실험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시민이 주도하고 민간이 활발히 협력하는, 과학과 예술로 북적이는 인천이 되길 바란다.
고래 뼈대를 닮은 대화형 과학 박물관
Museu de les Ciències Príncipe Felipe
©Wikimedia Commons
스페인 발렌시아 시의 야외 미술관이자 산책로 L’Umbracle
©Wikimedia Commons
문지혜(文智惠, Jihye Moon)
인천과학문화거점센터 전임연구원, 인천대학교 과학영재교육연구소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으로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며 과학기술 분야의 HRD와 성인학습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wisdom23@i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