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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음의 빛깔을 노래하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기획특별전 <파란마음 하얀마음>

이정연

누구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엄마나 친구와 함께 불렀던 특별한 노래가 있다. 어른이 되어 그 노래를 다시 들으면, 노랫말이나 선율과 함께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이처럼 동요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르이다. 2024년은 우리나라 창작동요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는 국립한글박물관과 함께 <파란마음 하얀마음–어린이 마음의 빛깔을 노래하다>를 개최하였다.

전시장 입구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시장 입구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야외 전시장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야외 전시장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이번 전시는 필자가 2022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기획했던 전시 <파란마음 하얀마음, 어린이 노래>를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새롭게 재기획한 것이다. 전시기획자가 같은 주제를 다른 기관에서 연이어 만드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변해도 순수한 동심을 간직하여 다음 세대로 전하고 싶은 것이 모두의 바람이지 않을까. 당시 아름다운 한글을 통해 세월을 초월한 노랫말의 힘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경계를 넘어선 선율의 힘을 조명한다. 우리 마음의 한구석에 남겨진 것이 노랫말인지 선율인지 질문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동요를 통해 문자와 소리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 창작동요에만 국한하지 않고, 아프리카 케냐의 <잠보>, 태국의 <코끼리 노래> 등 전 세계 24개국 105곡을 전시장에 다양한 형태로 담아냈다. 전시는 1부 《시대와 함께한 선율》, 2부 《경계를 넘어선 선율》, 3부 《상상의 하모니》의 총 3부로 구성되었으며, 한국에서 세계, 또다시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연출하였다.

여행 인증샷을 할 수 있는 전시 리플릿(앞면)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여행 인증샷을 할 수 있는 전시 리플릿(앞면)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여행 인증샷을 할 수 있는 전시 리플릿(앞면)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부루마블처럼 세계여행 게임으로 만든 체험형 전시 리플릿(뒷면)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시 도입부에는 작가 박근호(참새)의 미디어아트 <루미너스 포엠(Luminous Poem)>(2024)이 설치되었다. 박근호는 크리스털 비즈의 차가운 물성에 빛과 음악 소리가 더해지는 알고리즘을 구성하여 밤하늘의 별빛 같은 형상을 만들어 냈다. 한국 창작동요 100주년을 기념하여 100개의 별빛과 음악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전이 공간을 상징화한 것이다.

전시 도입부, 작가 박근호(참새)의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시 도입부, 작가 박근호(참새)의 <루미너스 포엠>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부, 공감각적으로 구현한 동요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부, 공감각적으로 구현한 동요 <반달>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부, 100년 전 발표된 SP 음반의 디지털 복각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부, 100년 전 발표된 SP 음반의 디지털 복각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부, 100년 전 발표된 SP 음반의 디지털 복각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부, 노랫말을 그림으로 찾아보는 돌림판 체험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부 《시대와 함께한 선율》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24년 우리나라 말로 발표한 동요 <반달>로 시작한다.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하는 <반달>은 윤극영이 누나를 잃은 슬픔을 담은 노래로, 정처 없이 떠도는 쪽배에 반달을 빗대어 표현했다. 이 동요는 당시 나라를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위로하였다. 2년 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곡집 이름이 『반달』로 발표되면서 <반달>은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기념비적인 동요를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미디어아트와 배 모형을 마련했다. 그 배에서는 100년 전 어린이가 부른 SP 음반을 디지털로 복각한 음원을 준비했다. 이후 한국 전쟁, 대중음악과 창작동요제의 영향 등 우리나라 창작동요의 변곡점과 함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끝에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 동요가 온라인콘텐츠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이야기도 전한다. 전 세계 동영상 플랫폼 조회수 1위를 기록 중인 대표적인 K-콘텐츠 <아기상어>는 더핑크퐁컴퍼니와 협업하여, 한국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12개 언어로 듣고 각 나라의 인사말을 경험할 수 있다.

를 12개의 언어로 듣고 인사말을 경험하는 공간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아기상어>를 12개의 언어로 듣고 인사말을 경험하는 공간 Ⓒ국립세계문자박물관

2부, 세계 동요 30곡을 디지털 패드로 감상하는 공간 Ⓒ국립세계문자박물관

2부, 세계 동요 30곡을 디지털 패드로 감상하는 공간 Ⓒ국립세계문자박물관

2부, 선율이 하나인 동요 – LP음반과 RFID을 활용해 디제잉하는 반응형 체험 Ⓒ국립세계문자박물관
2부, 선율이 하나인 동요 – LP음반과 RFID을 활용해 디제잉하는 반응형 체험 Ⓒ국립세계문자박물관

2부, 선율이 하나인 동요 – LP음반과 RFID을 활용해 디제잉하는 반응형 체험
Ⓒ국립세계문자박물관

2부 《경계를 넘어선 선율》에서는 동요를 통해 동요를 소통의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이상적인 장르로 살펴봤다. 여기서는 영미권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독일, 러시아 등 30곡의 세계 동요를 미디어 디지털 패널에 담았다. 이 노래들은 간결하고 반복적인 선율과 노랫말로 세상과 자연의 경계를 넘어 순수한 동심을 표현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동요 속 언어와 문자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선율에서 친숙함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나비야>, <석별의 정>처럼 우리가 잘 아는 동요이지만 외국에서 유래하여 다른 나라에서 부르는 동요를 만날 수 있다. 관람객들이 하나의 선율로부터 전해진 동요를 비교해 보도록 LP 음반에 RFID 칩을 활용한 디제잉 체험이다. 이는 새로운 노랫말과 다양한 변주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선율의 힘을 전하기 위함이다.

3부, 미디어아트로 동요를 연출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

3부, 미디어아트로 동요를 연출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

3부, 모션 센서를 통해 동요 선율이 몸의 움직임으로 연주되는 반응형 미디어 체험

3부, 모션 센서를 통해 동요 선율이 몸의 움직임으로 연주되는 반응형 미디어 체험

3부, 애니메이션 스캐닝 기술을 통해 활동지에 표현된 동요가 미디어아트로 구현
3부, 애니메이션 스캐닝 기술을 통해 활동지에 표현된 동요가 미디어아트로 구현

3부, 애니메이션 스캐닝 기술을 통해 활동지에 표현된 동요가 미디어아트로 구현

3부 《상상의 하모니》는 동요가 만들어 내는 하모니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노래는 다양한 율동에서 비롯된다. 입을 움직여 노래를 부르고, 손을 두드려 악기를 연주한다. 율동을 통해 음악의 리듬과 빠르기를 몸으로 느끼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탐색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어 동요를 직접 지휘하고 모션 센서(motion sensor)를 통해 그 선율이 연주되는 반응형 미디어 체험으로 준비했다. 또한 관람객이 활동지(동요 악보)에 표현하고 애니메이션 스캐닝(Animation Scanning) 기술을 통해 재창조되는 미디어아트도 구현했다. 이로써 내가 만든 동요가 펼쳐낸 세상을 생각해 보는 공간으로 전시를 마무리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세계문자박물관에서 동요 전시를 개최했을까. 빠르게 변화되는 오늘날, 우리는 말과 글만으로는 감정을 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러나 노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하고 기억을 되살린다.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는 시공간을 넘어서는 공감의 힘이 있다. 이제 다양한 소리를 더하여 나와 내 마음을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아마도 우리의 소통방식이 조금은 풍성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한국창작동요 100주년을 기념하여 동요의 새로운 가능성까지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이정연(李貞姸, JungYeon LEE)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시운영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