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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 살아 움직이는 이색 공연 <시에스타 콘서트>

권혁성

시에스타 콘서트 포스터

시에스타란 지중해,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무더운 낮 시간대에 휴식을 갖는 시간을 의미한다. 청라블루노바홀에서도 오후 2시 휴식이 필요한 시간에 맞춰서 달콤한 휴식 같은 공연 ‘시에스타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과 미디어아트의 만남이라는 다소 이색적인 장르의 공연이기도 하다.

그래픽기술과 영상기기의 발전에 힘입어 미디어아트가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면서, 공연예술에서도 영상과 공연물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디어아트가 공연의 배경으로 활용되어 생동감과 몰입감을 선사하던 과거의 수준과는 다르게, 최근에는 미디어아트 영상물에 맞춰 스토리를 구성하는 공연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서구문화재단이 2023년부터 청라블루노바홀에서 개최해 온 <시에스타 콘서트>는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시에스타 콘서트>는 클래식 수요가 많은 청라국제도시의 특성에 맞춰, 세계적인 거장들의 미술 작품에 미디어아트 기술을 접목한 몰입형 영상 콘텐츠와 클래식 음악을 결합한 낮 시간대 기획공연 시리즈다. 회차마다 화가의 일대기와 함께 그림 속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히스토리언’의 스토리텔링에 맞춰 작품과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들을 현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명화 속 오브제들을 3D로 모델링하여, 움직이는 명화 속 인물과 자연의 모습을 재현해낸 것은 <시에스타 콘서트>의 가장 큰 볼거리다. 화가가 해당 작품을 그리던 당시 작가가 바라본 현실의 장면을 관객들에게 실감나게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은 작가가 어떠한 기분과 감정으로 작품을 그리게 되었는지 몸소 체험해볼 수 있다.

에두아르 마네 ‘스페인 발레’

에두아르 마네 ‘스페인 발레’

오귀스트 르누아르‘베니스의 두칼레 궁전’

오귀스트 르누아르 ‘베니스의 두칼레 궁전’

예를 들어, 에두아르 마네의 ‘스페인 발레’라는 작품 속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물들은 공연 속 미디어아트를 통해 무용수 간의 배열이 바뀌거나, 몸을 움직이며 마치 살아있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편에서는 ‘베니스의 두칼레 궁전’ 작품의 아름다운 풍경을 영상으로 촬영한 듯, 흐르는 강물과 떠다니는 배 그리고 구름의 움직임을 현실감 있게 묘사해낸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작가와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2023년 첫 시작을 알린 <시에스타 콘서트>는 보다 많은 서구민과 호흡하기 위해,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서양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세 거장의 삶과 작품을 주제로 했다.
3회에 걸친 시리즈 공연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관객 연령층으로 구성되었고, 낮 시간대 공연인 만큼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았다. 관객들의 주된 반응은 놀랍게도 ‘신기하다’가 아닌 ‘유익하다’, ‘즐거웠다’, ‘편안했다’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는 미디어아트가 더 이상 신기하고 낯선 존재가 아니며, 관객들이 미디어아트를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하나의 장치로써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4 시에스타 콘서트 1회차 공연 현장 ©인천서구문화재단

2024 시에스타 콘서트 1회차 <오귀스트 르누아르> 공연 현장 ©인천서구문화재단

클래식의 대중화에 환호하는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2024년에도 이어진 <시에스타 콘서트>는 프랑스 화가라는 공통의 주제 속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고갱’, ‘에두아르 마네’ 세 작가를 다룬 총 3회의 공연을 개최, 지난 6월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2024 시에스타 콘서트 1회차 ©인천서구문화재단
2024 시에스타 콘서트 1회차 ©인천서구문화재단

2024 시에스타 콘서트 1회차 <오귀스트 르누아르> ©인천서구문화재단

인천서구문화재단은 관객들에게 연주자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수준이 아닌,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 속에서 서양 화가 1명의 생애사와 대표작을 1시간 동안 즐겁고 깊이 있게 알아가는 공연을 기획하고자 했다. 책으로 공부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미술관에서는 큐레이터의 설명 없이는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양의 작품들을 클래식 음악이라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경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목표로 했다.
공연장의 특성과 장비의 한계에 따라 평면적인 스크린으로 미디어아트를 감상해야 하는 작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훌륭한 연주자들과 히스토리언의 해설이 그 틈을 따뜻하게 채워주고 있었다.

시에스타 콘서트 3회차 ©인천서구문화재단
시에스타 콘서트 3회차 ©인천서구문화재단

시에스타 콘서트 3회차 <에두아르 마네> ©인천서구문화재단

2021년 개관한 청라블루노바홀은 도전과 가능성을 가진 공연장으로서 인천 서부권을 대표하는 전문 문화예술공간으로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노력해 왔다. 공연장에서 만나는 미디어아트 공연 시리즈 <시에스타 콘서트>와 더불어, 인천서구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참신하고 획기적인 시도가 가득한 기획공연들로 서구민과 호흡해나갈 예정이다.

권혁성 (權爀星, Kwon HyukSung)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예술진흥팀(2019-현재)
충남문화재단(2017-2018)
ShortShorts Film Festival&Asia(2016)
인천영상위원회 영상산업팀(2014-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