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연계와 확장의 시도”
윤종필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인터뷰
정진주
윤종필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약력
-꾸물꾸물문화학교 대표
-인천광역시 문화예술교육지원협의회 위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 전공 강사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강사
-전)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전공 겸임교수
학력
-프랑스 쌩떼티엔느예술대학교 졸업(석사)
-프랑스 그르노블예술대학교 졸업(학사)
-계원예술대학교 조형예술과 매체예술-회화전공 졸업(전문학사)
-인천동산고등학교 졸업
심각한 기후 위기로 무분별한 성장이 아닌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생태·환경에 대한 예술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이 문화예술교육으로 이어지고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들의 역량강화 계기가 될 수 있는 판을 만들고자 인천문화재단과 국립생물자원관이 손을 맞잡았다. 2023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국립생물자원관-인천문화재단 협력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는 지역에서 활동 중인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7인을 선발하여 국립생물자원관과 연계한 생물다양성 주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든든한 지원 속에 2023년에 개발된 프로그램들이 올해 3월부터 하나둘씩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윤종필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립생물자원관 전경(홈페이지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Q. <국립생물자원관-인천문화재단 협력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있나.
A. 문화예술교육 정책 초기인 2005년부터 주민들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일상에서의 예술을 실천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 아티스트와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18년 인천시가 수립한 <인천 문화예술교육계획> 추진 과제 중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응한 인천시 문화예술교육 정책 연구’ 부분이 인상 깊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생태·환경 관련 목표들을 문화예술교육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긴 했지만, 그런 주제에 거의 무지하다 보니 어려웠다. 그렇게 미뤄두고 지내던 중 재단 사업 공고를 보았고, ‘생물’이란 것부터 하나하나 학습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다.
Q2. 선정 이후 이틀간 공동워크숍이 진행되었는데 어떤 과정이 가장 흥미로웠는지?
A. 아마 참여했던 다른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들도 대부분 같은 대답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첫 번째는 연구동에 있는 임시수장고에 들어간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개방이 안 되는 공간임에도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특별히 공개해 주셨다. 멧돼지, 호랑이, 독수리 등 수없이 많은 생물들의 박제 표본이 있었는데, 박제 담당 주무관님이 수장고에 쓰인 재료부터 미세 습기를 잡는 재료에 이르기까지 몰랐던 정보들과 함께 박제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함이 느껴지는 박제들이 빼곡히 가득 차 있는 것도 놀라운데 이러한 수장고가 줄지어 여러 개, 생물별로 있다고 하니 한 번 더 놀랐다. 두 번째는 생물자원관에서 개발한 부루마블 게임 형식의 교구재이다. 단순히 자연이나 생물, 생태에 관한 내용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물 관련 특허권이나 무역에 대해서도 여럿이 게임을 하며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흥미로웠다.
공동워크숍 1일차(2023.11.21.)-국립생물자원관 임시수장고 방문 ©인천문화재단
공동워크숍 2일차(2023.11.22.)-국립생물자원관 전시 및 교육 콘텐츠 소개 ©인천문화재단
결과공유회-기획 프로젝트 발표(2023.12.21.) ©인천문화재단
Q3. 기획한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달라.
A. 프로젝트 참여 기획자들은 각각 1회차(단기), 4~5회차(중기), 8회차 이상(장기)으로 구분된 세 가지의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했다. 내 작업 방식인 커뮤니티 아트의 특성상 예술가와 주민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한데, 최근 몇 년간 판화를 매개로 한 문화예술교육을 방법론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프로젝트 내 모든 프로그램을 판화와 연계하여 기획하였다. 판화의 소재를 찾기 위한 공통 과정으로 국립생물자원관의 전시실 투어를 진행하고, 미션에 따라 전시장 내 박제 표본들의 사진을 여러 장 잘 찍고 기록하는 활동을 연계하였다.
1회차 프로그램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레터프레스”라는 수지 판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레터프레스는 인쇄매체로 따지면 고전 활판인쇄 방식인데, 요즘은 UV(자외선)광에만 딱딱하게 경화되는 수지판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전시실에서 만난 다양한 생물 중 마음에 드는 생물의 사진을 찍어 드로잉하거나 자신만의 캐릭터 이미지를 그려 실크스크린처럼 필름을 만들고, 수지판에 필름을 겹쳐 UV감광기 빛을 쬔 후 붓으로 문지르면 빛을 못 받은 부분은 녹아내리고 빛을 받은 부분은 튀어나오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지판을 나무 블록에 붙여 스탬프에 찍으면 도장이 되는 과정이다.
4회차 프로그램 공동워크숍에서의 기초교육을 토대로 <인천 깃대종>에 대해 알아보고 깃대종 주제의 판화 달력(종이 판화 또는 고무 판화)을 만드는 과정으로 구성하였고, 8회차 이상의 장기 프로그램은 우리 지역의 생물을 주제로 대형 목판화를 제작하는 커뮤니티 판화 작업으로 구성했다. 여러 사람이 대형 목판에 둘러앉아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돕고 소통하며 판각하고 찍어 내기까지 협력하는 시간은 우리 지역 생물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구성원 간의 결속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지 판화(레터프레스) 형식 생물도감 스탬프 제작 과정 ©윤종필
Q4. 예술가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어려웠던 점은?
A. 일단 생물다양성에 대한 아는 지식 없이 너무 의욕만 앞섰던 것은 아닌지 반성했다. 공동워크숍 때 사회적협동조합 삶은연극의 김종현 선생님과 두어 번 같이 차를 타고 오갔는데, 섬에 자주 가시고 거주도 하면서 섬에서 나고 자라는 생물들에 대해 정말 잘 알고 계시는 점이 부러웠다. 공부를 통해서 아는 지식도 필요하지만, 일상에서의 사소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알게 된 알찬 지식들의 중요성을 느꼈다.
기획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1회차 프로그램의 구성이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공동워크숍을 하며 주말에 오는 관람객, 특히 가족단위나 어린이 대상의 1회차 프로그램이 현실적으로는 가장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내 생각에도 그런 기관에 오면 1회성 프로그램이 가장 유용할 것 같았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왔어도 1회차 프로그램은 거의 안 해왔던 부분인 데다 특히 아동 대상의 프로그램은 더더욱 그랬기에 머리가 좀 아팠다. (웃음)
Q5. 이번 프로젝트가 참여가 선생님의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나?
A. 앞 질문에서도 언급했듯 늘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고 언젠가는 연구를 해보리라는 마음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하루하루를 큰 여유 없이 살다 보니 애써 외면하며 시도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계기를 던져준 것 같다. 사실 인천에 살고 있으면서도 인천에 국립생물자원관이 이렇게나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 프로젝트 참여로 가까운 곳에 좋은 시설과 콘텐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역 내 국립 기관과의 협업 기회와 더불어 국립생물자원관의 박사님들과 교육해설사님들을 알게 된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Q6. 앞으로의 계획은?
A. 프로젝트에 참여한 7명의 기획자들이 3월부터 순차적으로 프로그램 실행 중이다. 나는 7월에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주말 관람객을 대상으로 1회차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이후 4회차 프로그램을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운영 예정이라 재료 구입과 교육계획안 정비를 하고있는 상황이다. 또, 우리 단체가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사업에 선정되어 <꾸물꾸물문화학교 커뮤니티 판화> 과목을 진행하는데, 국립생물자원관 프로젝트에서 기획한 8회차 이상의 장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인천의 생물> 주제의 대형 목판 커뮤니티 판화 작업을 시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얼마 전 참여자들과 국립생물자원관으로 현장 학습을 가서 전시관 해설도 들었고, 인천의 생물을 주제로 판화에 담을 대표 생물들을 선정하고 있다. 선정된 생물들을 드로잉하고 판에 스케치를 옮겨 판각하고 찍어 내는 과정을 모두 함께할 예정이다. 이로써 <국립생물자원관 협력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기획된 세 개의 프로그램을 올해 안에 모두 한 번씩 실행하게 되며, 추후 보완 과정을 거쳐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도 좀 더 생물다양성 주제의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하고 국립생물자원관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연계해서 활용해 보고 싶다.
인터뷰 진행/글 정진주(鄭珍珠, JUNG JINJU)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