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유랑꾼

예술과 ESG의 만남

최진이

오늘날, 지속 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적인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는 우리의 행동과 정책이 어떻게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표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필자는 공연장에서가 아닌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ESG의 중요성을 예술적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합!?> 공연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공연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공연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합!?> 공연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인천중구문화재단 중구문화회관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진행한 <합!?> 공연은 일방적인 교훈의 강요가 아닌 어린이가 함께 감각적으로 누리며 행동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공연의 시작은 플라스틱이 우르르 쏟아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두 명의 서커스 유랑꾼과 관객은 플라스틱을 통해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함께하며, 플라스틱의 소리, 빛, 무게를 탐험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플라스틱의 만연함과 그것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플라스틱의 무게는 우리가 무겁게 느껴야 할 환경 부담을 상징하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관객들은 플라스틱 문제를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환경 문제에 대한 개인의 책임감을 고취시키고, 일상 속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게 만드는 중요한 경험이다.

이 공연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서, 관객에게 플라스틱 사용과 그로 인한 환경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플라스틱의 재활용과 줄이기, 대체 소재 사용 등을 통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방법들을 고민하게 되며, 이는 환경적 책임의식을 고취시키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을 독려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공연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공연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합!?> 공연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서커스 유랑꾼들이 보여주는 기예와 그 속에 담긴 혼돈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그 해결의 복잡성을 상징한다. 공연은 유쾌하고 재미난 기예로 시작하지만, 점차 불안한 상황과 난장판으로 변하며, 이는 우리가 환경 문제를 방치할 때 맞닥뜨릴 수 있는 혼란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결국 남겨진 플라스틱 더미는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에 남겨질 유산임을 상기시킨다.

공연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공연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합!?> 공연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합!?>은 플라스틱 문제를 예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의식을 일깨우는 데 기여한다.

공연 중 어린이들에게 같이 치우자며, 자연스럽게 무대에 참여시킨다. 무대 위로 올라와서 플라스틱을 함께 치우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어린이들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환경 문제의 해결사로서 자신을 인식하게 되며,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를 소망한다.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공연의 일부분으로서 플라스틱 문제를 체감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공연은 오롯이 예술의 영역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 낸다. 이는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일본 식당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일본 식당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일본 식당 사진 ⓒ인천중구문화재단

필자는 이러한 공연을 통한 작은 행동 하나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믿으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행동부터 시작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게 되었다.

최근에 일본 출장을 다녀온 필자는 ESG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ESG가 실천되고 있는지, 특히 환경적인 측면에서 우리와의 차이점을 발견하고자 했다. 일본에서 머무는 동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어느 식당을 가든 일회용 나무젓가락과 물티슈를 항상 제공하였다. 친환경 사용 등을 강조하는 일본에서 이러한 점은 필자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일본인에게 물어보니 일본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강압적인 제재가 아니라 재사용을 강조한다고 하였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되 폐목 등을 이용하여 나무젓가락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환경을 고려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일본의 이러한 실천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도 종이빨대,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강압적인 제재가 아니라 쓰되 어떻게 잘 쓸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재단이 ESG 경영을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친환경 공연 제작, 포용적 예술 활동 등을 통해 재단의 장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최진이(崔眞伊, CHOI JINYI)

인천중구문화재단 공연전시팀 최진이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