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삶이라는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삶 너머 인문학: 나는 여기 있었다>
이지석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4월 18일부터 5월 23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과 한국근대문학관 3층 다목적실에서 2024년 1차 시민 교양 강좌 <삶 너머 인문학: 나는 여기 있었다> 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강좌는 ‘연구자와 종교인이 바라본 죽음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주제로, 총 6개 강좌를 마련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총 2개 강좌가 진행되었다.
<삶 너머 인문학: 나는 여기 있었다> 1강의 제목은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라 – 조선의 법의학”으로 조선시대 기록에 나타난 사건의 사례와 살인사건 해결을 위한 조선의 노력을 이해할 수 있다. 2강은 “선비의 마지막 한마디 – 선비의 유언”으로 조선시대 선비들이 남겼던 유언을 통해 그 일생을 돌아보고 그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살펴보았다.
3강은 “메멘토 모리 – 마지막을 마주하는 법”으로 가톨릭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법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4강은 “차안과 피안 – 마지막을 바로보기”로 불교 법사가 바라보고 겪은 죽음과 관련된 일화 및 불교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5강은 “집단적 죽음의 추모와 기억 문화”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우리나라 사회에서 집단적 죽음을 추모하는 문화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이다. 6강은 “생명의 이중나선 : 나의 죽음과 타인의 죽음”이며, 우리는 삶에서 죽음을 어떻게 마주하는지, 타인의 죽음은 내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6개 강좌로 개인이 바라본 죽음과 종교적 관점에서의 죽음,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죽음에 대한 시선과 죽음을 기리는 문화 등을 살펴보고 이를 고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1차 시민 교양 강좌 <삶 너머 인문학 : 나는 여기 있었다> 포스터
ⓒ인천문화재단
1차 시민 교양 강좌 <삶 너머 인문학 : 나는 여기 있었다> 1강 강좌 진행
ⓒ인천문화재단
1차 시민 교양 강좌 <삶 너머 인문학: 나는 여기 있었다>2강 강좌 준비
ⓒ인천문화재단
1차 시민 교양 강좌 <삶 너머 인문학: 나는 여기 있었다> 2강 강좌 송출 장면
ⓒ인천문화재단
이번 강좌 주제를 선정할 때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나는 2년 전 대학교 동기를 떠나보냈다. 졸업 이후에 연락을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재학 시절 학교에서 만나면 신나게 떠들거나 술도 마시고 MT도 같이 다니면서 즐거운 추억을 쌓았던 친구였다. 그의 장례식장 분위기는 조용하고 덤덤했다. 그의 아버님은 나와 악수하면서 와줘서 고맙다고 나지막하게 말씀하셨다. 오히려 그 덤덤함이 내 마음을 더욱 아리게 만들었다. 그는 지병도 없었으며 매우 건강한 친구였지만 직장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다. 떠난 내 친구는 그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본인이 떠날 것을 알았을까. 그 의문이 한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셰익스피어의『당신 뜻대로 As You Like』에서 등장하는 “세상은 무대고, 모든 사람은 배우이며, 각자 등장과 퇴장이 있지요.”라는 문장을 매우 좋아한다. 이 문장만큼 사람의 일생을 잘 표현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태어남이 있으면 물러남이 있으며, 사람들은 살면서 제각기 상황에 따라 마치 공연 무대에 선 배우처럼 여러 모습을 드러내며 주어진 삶을 표현한다. 삶이라는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올 때 어떤 표정으로, 어떤 대사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내려올 것인가. 우리는 물러남이라는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시대와 장소를 넘어서 모든 사람이 한 번은 고민했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각자 떠나감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고자 이번 시민 교양 강좌 <삶 너머 인문학: 나는 여기 있었다> 강좌를 준비했다.
떠나갈 시간이 다가올 때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준비한다. 업적을 정리하고 재산을 나누고 처분하며 자손이나 후대를 위해 유·무형의 무언가를 남긴다. 또한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낼 때도 시나 음악, 회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별을 준비하거나 받아들인다. 떠나감으로 인해 나타나는 이런 모습들은 때로는 아쉬움과 후회, 후련함이나 담대함 등 다양한 감정 속에서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떠나감은 슬픔과 후회를 넘어 많은 사람을 울고 웃게 하거나 후대에 길이 남아 마음속에 울림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강좌로 강좌에 참석한 수강생이 떠나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강좌를 준비하면서 찾은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유언으로 알려진 문구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내가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내 배역을 잘 연기했는가? 그렇다면 기쁜 목소리와 박수로 찬사를 보내다오.”
이지석(李沚錫, Jiseok Lee)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sunsk06@ifa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