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인천 개항장 거리에 부는 미술 바람

인천개항장화랑연합회 조용선 회장을 만나다

장지혜

인천 중구 개항장 골목에 처음 미술품 전시 갤러리가 생긴 건 2020년 1월이었다. 코로나19가 극성이던 때 도든아트하우스라는 이름의 작고 예쁜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당시는 인적마저 드문 거리에 홀로 자리한 갤러리가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흰 천에 물감이 번지듯 다른 갤러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거나 계획적인 도시 설계가 있었던 게 아닌데도 이 골목을 비롯한 일대가 미술품 거리처럼 변모하더니 이제는 개항장 거리를 중심으로 도보 5분 거리에 10여 개의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지금 이곳은 마치 서울 종로구 인사동 미술품 거리나 과거 평창동 갤러리 구간과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해당 갤러리들이 저마다 특색과 개성을 갖춘 전시회를 상설로 선보이고 있어 실제 개항장 거리에 오면 언제든지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 주목할 것은 이들이 각자의 활동에 그치지 않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했다는 사실이다.
개항장 거리를 중심으로 중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갤러리들이 ‘인천개항장화랑연합회’를 만든 것이다. 단체에는 도든아트하우스, 갤러리벨라, 참살이미술관, 갤러리파이브, 김정숙갤러리, 킴세갤러리, 우현문갤러리 등 7곳이 참여했다.
이미 지난 3월 합동 축제를 한차례 열기도 한 인천개항장화랑연합회 조용선 회장을 만났다. 그는 인천에서도 뚜렷한 미술 관련 움직임이 일어나기를,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그 한가운데 연합회가 존재하길 꿈꾸고 있었다. 조 회장에게서 7개 갤러리들 연합의 추진 과정과 앞으로의 설계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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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수집가에서 화랑 운영자로

조용선 회장은 7개 갤러리 가운데 ‘갤러리5’의 관장이기도 하다. 올해 2월 개관했으니 이제 3개월이 되어 간다.
“마음 맞는 예술가 5명이 의기투합해서 이름이 ‘갤러리 파이브’입니다. 그저 작품을 모으고 혼자 즐기는 데만 그치지 말고 많은 이들과도 공유하자는데 뜻을 같이한 것이지요.”
추상화, 한국화, 동양화, 서예 등 600여 근현대 작품을 소장한 그는 갤러리를 낼 만한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이미 전시장들이 여럿 즐비한 개항장 거리를 선택했다.
“주변 인천개항박물관 등 공공 문화시설을 중심으로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죠. 이미 형성돼 있던 갤러리 인프라를 기반으로
확장성을 기대하며 이 거리로 갤러리 개관을 결정했답니다.”
어떻게 보면 개항장 거리 갤러리 중에서 지금까지 가장 늦게 문을 연 갤러리5의 조용선 관장이 인천개항장화랑연합회의 회장이 된데도 이유가 있다.
“가만히 지켜보니 이 거리에 이만큼의 갤러리들이 즐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유의미 하지만 이들이 뭉친다면 그 의미가 폭증할 거 같았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다양한 기획을 하는 차원에서 제가 회장까지 맡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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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개성, 특색 뽐내는 7개 갤러리

‘갤러리5’는 30여 평의 대형 규모를 자랑한다.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전시를 서비스할 수 있으며 현재도 인천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초대전을 개관 기념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옆에 있는 ‘도든아트하우스‘는 개항장 미술관 거리가 형성되는데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카페와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며 꾸준히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도든아트하우스’에서 대각선으로 맞은편에는 ‘참살이미술관‘이 있다. 2022년 3월 개관 이후 다양한 작품 전시는 물론,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학교 갤러리에 임대하는
‘찾아가는 미술관’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참살이미술관’에서 100m 정도 걸어가면 왼편에 폭이 좁은 2층짜리 건물이 눈에 띈다. 서양화가인 이춘자 관장이 같은 해 문을 연 ‘갤러리벨라’다. 가정집이던 2층 건물을 갤러리로 개조했다.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돋보이는 작품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송월동 동화마을로 이어지는 ‘킴세갤러리’는 김영규 화백과 조화현 i-신포니에타 단장 부부가 운영하며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한다.
중구 인현동에 자리 잡은 ‘우현문갤러리’는 양질의 전시회를 준비하는 동시에 우현 고유섭 선생의 생전 뜻도 기리고 있다. ‘김정숙갤러리’ 역시 월미도에서 문화예술 서비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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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개항장 문화예술축제로 출발, 격월 행사로 자리매김 소망

인천개항장화랑연합회가 연합하고 중지를 모은 목표 의식은 지난 3월 열린 거리 축제를 통해 드러났다.
3월 23일 오전 10시부터 인천 중구 중앙동 개항장 거리 일대에서 <제1회 개항장 문화예술축제>가 열렸다. 7개 갤러리들은 스스로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평면이었던 거리를 생생한 입체로 만들었다.
축제에서는 인천사생작가회에서 개항장 시화제를 실시하며, 인천대학교 트라이버시티 모델학과에서 활동하고 있는 30여 명의 시니어 모델들이 경성시대 옷을 입고 패션쇼를 진행했다. 
미술 작가의 작품 구현 퍼포먼스와 관객과 함께하는 막걸리 시음 행사도 마련했다. 거리를 지나며 각 갤러리에서 작가들의 철학과 개성이 담긴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연합회가 이 지역 상인회와 결속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노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갤러리는 물론 주변 상인들도 뜻을 모아주셨지요. 지역 자체가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꿈틀거릴 수 있도록 새로운 도약을 하려 했습니다.”

“갤러리는 물론 주변 상인들도 뜻을 모아주셨지요. 지역 자체가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꿈틀거릴 수 있도록 새로운 도약을 하려 했습니다.”

두 달에 한 번, 더 알차고 참신한 축제 지속 가능하길

조용선 회장은 1회 축제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하루 행사에 3∼400명이 몰렸을 뿐 아니라 말 그대로 예술로 놀고 즐기는 축제 한마당이었기 때문이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마저도 반응이 좋았죠. 일단 이 거리에 이만한 인파가 집중된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하겠습니다.”
그는 이런 축제를 두 달에 한 번꼴로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개항장 거리에 가면 언제나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고 상시 무언가가 준비돼 있다는 자리매김을 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합회는 중구청이나 인천문화재단과 협조를 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태극기를 활용한 태극기 거리나 바캉스 물총 배틀, 미술 작가들과 시민 참여의 모델 크로키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조선제일은행 쿠키를 만들어 대표 먹거리도 제작하는 방안을 기획 중이다.
“미술해설사를 양성하고 지역 예술가를 육성하는 등 일자리 증진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예술 벨트를 형성해서 인천시민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장지혜

인천일보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