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는 키노(kino) 판소리 심청가

<소리꾼 김경아와 영화감독 조정래가 들려주는 심청 이야기>

김은경

지난 4월 18일을 첫 무대로 7월 셋째 주 목요일까지 총 4회에 걸쳐 김경아 명창과 영화감독 조정래의 <소리꾼 김경아와 영화감독 조정래가 들려주는 심청 이야기> 공연이 학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판소리를 접했던 사람이나 접하지 않았던 사람이나 심청 이야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우리의 전승 이야기다. 심청가는 전승하는 지역이나, 소리꾼에 따라 조금씩 다른 기법이 전해지고 있고, 그 중 <강산제 심청가>는 다른 제들에 비해 더 부르기 힘든 소리라고 한다.

24 학산가족음악회 심청이야기

김경아 명창은 몇 해 전 『강산제 심청가』를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의 출간은 판소리 심청가의 전 대목은 물론, 현대인들에게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법한 한시나 고사성어에 설명을 곁들여 판소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깊은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에게도 심청가 내용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번 4회 공연을 다 관람한 관객 100분에게는 『강산제 심청가』 도서를 선물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김경아 명창과 조정래 영화감독의 ‘키노(kino) 판소리’로 펼쳐질 예정이라고 한다. 사단법인 우리소리와 미추홀학산문화원이 공동으로 기획하여 판소리와 영화, 그리고 해설을 가미한 색다른 구성이 이번 공연의 흥미로운 점이다. 판소리 원류의 전통을 가지고 가면서 또 하나의 텍스트를 가미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판소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기획자의 세심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공연을 함께 진행하는 조정래 감독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인간문화재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만든 연출가이다. 조정래 감독은 영화에 몸담고 있지만 판소리의 매력에 빠져 현재는 실제 고법을 배우는 고법 이수자로서 영화연출과 함께 판소리에 심취되어 활동하고 있다. 실재 조정래 감독의 작품 가운데 2022년 발표한 영화 <광대:소리꾼>은 심청 이야기를 액자 구성한 영화로 조정래 감독 역시 판소리 심청가에 대단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판소리 공연은 흔치 않게 완판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일부의 대목을 들려준다. 완판은 시간이 길다 보니 소리꾼과 관람객의 여건뿐만 아니라 다른 세세한 여건이 함께 부합되지 않으면 공연 자체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소리꾼의 입장에선 커다란 것에서 일부의 것으로 그 작품을 풀어내야 하고, 관객의 입장에선 한두 대목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보완해 보고자 이번 무대를 준비했다. 이번 공연은 4회에 걸쳐 심청 이야기의 굵은 4가지 대목을 통해 이야기 전체 흐름을 전달한다.

24냔 5월 예술인 이미지

김경아 명창과 조정래 영화감독에게 소리꾼으로서, 고수로서의 어려움을 물었다.
김경아 명창은 오랫동안 소리를 해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소리는 아무리 긴 시간 해왔어도 하루만 게을리해도 다음 날 소리가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도 연습을 게을리할 수가 없다. 어떤 때는 너무 힘들어 그만둘까 싶다가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소리 연습을 하며 지난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지난 팬데믹 시기, 코로나에 걸려 안타깝게도 소리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아 한동안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는데, 점차 나아지고 있어 앞으로의 공연에선 좀 더 좋은 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화연출가로 언제 북을 공부했을까 싶었던 조정래 감독도 겸손하게 전하긴 했지만 북을 잡은 지 오래된 고수였다. 오랫동안 고법을 공부하고 북을 쳤지만, 아직도 소리꾼을 앞에 앉아 북을 잡으면 긴장이 된다고 한다. 고수는 소리를 하지는 않더라도 판소리 전 대목을 이해하고, 또 해석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소리꾼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한다. 같은 제 소리라도 부르는 소리꾼마다 호흡이 다르고 흐름이 다르며, 같은 명창의 소리라도 부를 때마다 몸 상태나 날씨, 기분 등 다양한 여건들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바로 무대에 선 그날 그때 소리꾼의 상황을 파악해야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다고 고법의 어려움을 전했다.

24냔 5월 예술인 이미지
24냔 5월 예술인 이미지

‘키노(kino) 판소리’가 혹여 판소리가 가진 전통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김경아 명창과 조정래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판소리 심청가의 원류는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영화라는 텍스트로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을 가미함으로써 전통 판소리의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러한 형식이 판소리를 어려워하고. 난해한 전통문화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공연이 잘 진행되면 재구성하여 인천뿐만 아니라 그 외 더 다양한 지역에서 판소리 심청가를 함께 향유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사실상 판소리를 즐기고 자주 접해본 사람들에겐 어떤 장소든, 어떤 형태이든 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고 큰 기쁨이겠으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로, 그래서 그 계승이 지속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의무가 있다. 이번 공연이 그런 전통문화 계승자로서 고심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김경아 명창과 조정래 감독의 바람처럼 이번 공연이 판소리 저변확대의 한 노력으로 자리매김하길 함께 바라본다.

김은경

김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