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우비 입고 만나요!

<EBS와 함께하는 2024 가족의 달 어린이 축제>

정예슬

야외행사를 진행하게 되면 담당자는 일기예보를 몇 번이고 확인하게 된다. 이번 어린이날은 2주 전부터 흐린 날씨가 예정되었지만 워낙 변덕스러운 봄 날씨기에 맑음으로 바뀔 거라는 희망으로 축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였다.

초록으로 물드는 봄, 영종진 공원은 행사가 없어도 아는 사람들은 알만한 피크닉 명소! 햇볕 가득한 날 이곳에서의 어린이 축제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빈백과 캠핑의자를 배치해 피크닉 콘셉트로 진행해야지, 홍보물로는 방문객들이 바로 쓸 수 있도록 피크닉 매트로 진행해 볼까?’ 설레는 마음으로 축제 준비를 진행했다.

이런 담당자의 마음을 모르는지 축제 날이 다가올수록 기상예보는 애석하게도 흐림. 그러다가는 결국 비 소식이 예정되기 시작했다.
다른 문화행사들은 하나둘 일정을 미루고 당기는 등 결정을 내려갔다. 우리도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며 일정을 확인하고 변동 가능 여부를 확인했지만 다양한 기관들과 협업한 만큼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우천 시 정상 운영이라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

비가 오는 만큼 준비해야 할 것이 한가득 생겼다. 방문객들에게 나눠줄 우비는 물론, 비를 피할 대기 공간 마련을 위해 부스도 추가로 설치해야 했고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기에 우천 시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갔다.
젖으면 안 되는 소품들은 다 포기하고 프로그램 시간도 축소하는 등 최대한 준비한 바를 진행하고자 노력했다.

우천 시 홍보물

<EBS와 함께하는 2024 가족의 달 어린이 축제> 우천 시 홍보물
ⓒ인천중구문화재단

‘우비 입고 만나요’

공식 홈페이지에 홍보물 문구를 변경하며 한편으로는 피식 웃음도 나왔다. 색색의 우비를 입은 아이들이 숲속을 탐험하는 모습도 꽤나 낭만이 있지 않은가?
우천 정상 운영을 공지하고 전화기에는 불이 났다. 취소 건도 많았지만 변동된 방식을 묻고 꼭 가겠다며 준비 많이 하셨는데 아쉽다는 말씀을 건네시기도 했다.

설치하는 날은 왜 이리 맑은지 이런 날 진행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제는 당일 만나게 될 어린이들을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행사장 전경
행사장 전경

<EBS와 함께하는 2024 가족의 달 어린이 축제> 행사장 전경
ⓒ인천중구문화재단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맑음 인형(테루테루보즈)을 배경화면으로 설정하고, 새벽에도 몇 번을 잠에서 깨어 창밖을 바라보다 행사 당일 아침이 밝았다.

기적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는지 잔뜩 먹구름 낀 하늘. 마음을 다잡고 안개가 가득 낀 바다를 건너 행사장으로 출발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공원을 몇 바퀴고 돌며 마지막 점검을 끝으로 어린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운영부스에 서서 잔뜩 긴장한 상태로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어쩌면 기적은 이게 아닐까?

형형색색의 우비를 입은 귀여운 꼬마 친구들이 보호자들의 손을 잡고 하나둘 공연장과 숲 체험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흙탕물이 튀기고 옷이 젖는 것쯤은 어린이들에게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예약명단의 30% 이상의 높은 참여율과 더불어 현장에서도 뜨거운 관심으로 계획한 3회의 숲 체험프로그램은 사고 없이 마무리되었다.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과 체험 부스 또한 많은 관심 속에 준비된 재료를 소진하여 마감하는 등 성황리에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우천 상황 속 야외행사 진행은 역시 쉽지 않았지만, 기꺼이 우비를 꺼내 입고 공원으로 나와준 어린이들 덕분에 빗물에 퉁퉁 불은 발을 하고도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EBS와 함께하는 2024 가족의 달 어린이 축제>
ⓒ인천중구문화재단

야외행사를 기획하면 아무리 우천 대비 계획을 세워놨다 해도 비구름 앞에 당황스럽고 속상한 마음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순간 최선을 선택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하겠지만 그럼에도 우천 시 행사를 강행해야 할 때는 오늘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한다.

가끔은 비가 와도 우리 우비 입고 만나요!

정예슬

정예슬 (鄭예슬, Jeong Yeseul)

인천중구문화재단 생활축제팀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