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

‘오늘은 날씨가 참 좋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아트센터인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엄마 아빠와 손을 잡은 어린 꼬마 관객들과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총출동한 가족 관객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공연장 로비에 도착하니 지금 막 일터에서 돌아온, 혹 늦을까 얼마나 뛰어오셨는지 땀을 흘리는 아빠를 맞이하는 가족들, 입장을 위해 먼저 줄을 선 가족을 찾아가는 바쁜 발걸음들 그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수많은 공연장을 다녀보지만 이렇게 온 가족이 총동원되는 공연은 어린이합창단 공연이 거의 유일하다.

오늘은 인천시가 인천의 미래를 위해, 꼬꼬마 시민들을 위해 문화의 장을 후원하고 응원하는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는 날이었다.
인천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창단기념연주회가 바로 그것이다.

공연장 안에 들어서니 “아트센터 인천”의 그 위용이 상당하다. 국내 가보지 못한 극장이 없고 세계의 유명한 극장은 다 찾아가 본 나의 눈에 아트센터 인천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정말 자랑스러운 곳이다.

자~ 주위를 둘러보니 관객들이 참 많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에 기대와 즐거움이 가득하고 여느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 보였다. 부모님들끼리 반가운 인사들이 오가고, 언니가 혹은 동생이 출연을 하는지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손에 들고 오늘 연주될 노래를 흥얼거리고 마치 자신들이 공연을 할 것처럼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다.

그렇게 공연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기대를 환호와 박수로 바꾸면서 인천시립교향악단의 금관앙상블이 입장하여 두 곡의 멋진 공연을 펼쳐 주었다. 그들의 연주는 오늘의 주인공이 곧 입장할 것을 알리는 웅장한 팡파르를 연상시켰다.

선배 예술인들의 환영과 응원이 가득 담겨 있었다.

금관앙상블의 흥분과 여음이 다 사라져갈 즈음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목소리들이 관객을 휘감았다.
이번엔 인천시립합창단 선배님들의 축하노래가 시작된 것이었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그 아름다운 하모니가 알 필요를 느끼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펼쳐진 신나는 템포의 합창음악과 안무와 단원들의 열정을 녹여낸 피날레 공연을 끝으로 선배들의 축하공연은 모두 끝났다.

한 중년의 남성이 무대를 걸어 나오자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저는 지휘자가 아니에요. 하하하” 그러자 관객들도 밝은 웃음과 박수로 인천시장님을 만났다.

오늘 시작되는 인천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첫 발걸음을 축하하고 많은 시민들이 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해 줄 것을 당부하는 간단한 축사를 하신 뒤 관객석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으셨다.

이제 장내는 더욱 간절한 눈빛들로 가득해졌다. 내 옆에 앉은 꼬마 신사께서는 “엄마, 이제 누나 나와. 그렇죠?” 하면서 엄마의 팔을 꼭 안는다. 평소에도 누나와 저렇게 친할까? 장난기 어린 어른의 까칠한 상상이 머리를 채우려고 하는데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의 주인공들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끝줄이 단상에 오를 때까지 박수는 끊이지 않는다. 언제나 느끼지만 어린이 합창단공연은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인천 날아올라(fly high), 노래가 만든 세상, 함께 이렇게 3곡의 연주가 진행된다. 아이들의 합창은 언제나 마음의 평안을 준다.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 아빠 미소로 무장해제가 된다.

사실 나에게 이 공연은 여러 걱정과 부담감으로 찾은 자리였다. ‘한두 달 전쯤 어린이들을 모집한다고 들었는데 언제 연습을 했을까, 과연 완성도는 어떨까, 너무 이른 창단연주가 아닐까, 곡의 음악적 완성도에 비해 안무만 잔뜩 있고 합창적으로 미흡한 공연이 되면 어쩌지?’ 이런저런 불편하고 걱정스러운 질문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창단공연에 미주알고주알 재 뿌리면 어떻게 하는 생각도 들고 솔직한 내 마음은 많이 복잡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잠시, 그런 걱정을 왜 했나 싶다.

첫 곡의 연주 시작과 동시에 어린이합창단은 그 존재 자체로 정말 뜻깊은 단체임을 알 수 있었다.

오늘처럼 단원 한 명 한 명을 사랑하는 마음과 진심으로 응원하는 팬들로 가득찬 이런 공연과 공연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저녁 하늘의 별빛같이 관객석에 내려앉는다. 숨을 죽이고 두 손을 모아 경청하며 ‘리틀아티스트’를 둔 자랑스러운 마음에 엄마 아빠의 얼굴은 연주자들보다 붉다. 연주가 끝나자 예상치 못한, 근래에 들어보지 못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미래의 인천을 이끌어갈 영아티스트들의 첫 씨앗이 봄을 맞은 우리에게 새싹으로 터져 나왔다.

오늘만큼은 음악적, 합창적, 전문가적 그런 딱딱한 시각은 좀 내려놓고 싶다.

4월에 창단된 합창단이고 이제 막 준비된 3곡을 가지고 인천시민과 가족들 앞에 첫인사를 하는 날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럼에도 좋았고 잘했다. 짧은 기간 안에 준비한 단원들과 가족들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듯했고 지휘자와 선생님들이 얼마나 애썼는지도 충분히 짐작이 갔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나이지리아 속담으로 이 글을 맺을까 한다. 정말 한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드는데 인천이 50명 가까운 아이들을 멋진 예술인으로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물꼬를 텄다. 앞으로 이 아이들을 위한 응원과 지지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신생예술단 인천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탄생에는 300만 인천시민의 기대와 소망이 담겨있음을 느낀다. 기대와 소망에 부응함을 넘어 인류애와 봉사 정신을 담은 진정한 인천시민의 합창단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 나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