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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놀이터

2024 <부평키즈페스티벌>

이슬기

‘꺄르르르르르’ 동네 골목길을 지날 때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던 적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한쪽에서는 공을 차기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무찌르자 공산당~’하며 가사의 의미도 모른 채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놀고 싶을 때 집 밖을 나서면 어디서든 친구들을 만나 놀 수 있었고 별다른 놀이기구나 도구가 없어도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놀이터였다.
아이들이 만든 놀이터에서는 성별, 나이 상관없이 놀 의지만 있다면 함께 어울릴 수 있고 놀이 규칙을 잘 모르거나 서툴면 ‘깍두기’로 끼워주었다. 기존의 놀이 규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위바위보로 바꾸기도 하고 놀이를 변형시켜 말도 안 되는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도 나무랄 사람이 없었다. 놀이터는 아이들의 작은 세상이자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여덟 해를 맞이한 2024 <부평키즈페스티벌>은 지난 일곱 번의 이야기와 닮은 듯 다르다. 그동안의 놀이에는 놀아주는 사람과 놀 수 있는 도구가 많은 학습 놀이의 ‘터’를 제공했다면, 이번에는 ‘놀이’ 본연에 집중할 수 있는 ‘터’를 제공한다.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디지털미디어와 결합한 놀이에서 벗어나 도구가 없어도 내가 중심이 되어 직접 움직이고 생각하고 표현해야 놀이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트센터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출할 수 있도록 가장 안전한 예술 놀이 ‘터’가 되어준다. 야외광장에 총 4개의 놀이터를 조성하여 놀이를 하다가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주는 무한 긍정의 공간을 제공한다.

부평구문화재단
부평구문화재단

©부평구문화재단

‘길을 잃었다는 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야’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상상놀이터’는 가로, 세로 14미터의 미로이다. 야외광장에 펼쳐진 미로 속에서 어린이들은 길을 찾으며 다양한 놀이를 만나고, 놀이가 쌓여 예술이 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어린이의 키보다 크고 사방이 막혀 있는 미로 속에서 헤매다 막다른 길을 만나면 불안함과 좌절을 느끼게 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미로를 탐험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느꼈던 불안과 좌절이 기대감과 설렘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로 끝에서 만나는 ‘마을놀이터’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놀이터로 다양성을 경험하게 된다. ‘부키마을놀이단’은 지난 2월부터 마을공동체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으로 부평을 4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인 원퉁이 고개, 부평온천, 천마와 아기장수, 열우물 이야기 등을 놀이에 담아 전한다. 잊혀가는 지역의 이야기를 놀이의 소재로 활용하며 흥미를 유발하고자 한다.

‘다시 한 번 잘 망쳐버리자’라는 제목의 ‘예술놀이터’는 망쳐도 예술이 되는 미술 활동이 기다리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준서 작가의 탁구공 폭포와 헌 옷을 찢고 자르고 재결합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놀이인 못 말리는 패션, 고주안 작가와 함께 낙서에서 시작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라이브 페인팅 플레이 위드를 만날 수 있다. 탁구공, 헌옷, 천조각, 손바닥, 화살, 물감 등의 다양한 재료를 탐색하고 표현하는 예술놀이터에서는 규칙이 없다. 안전을 위한 제한만 있을 뿐 즐기고 노는 행위 모든 것이 예술로 탄생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부평구문화재단
부평구문화재단

©부평구문화재단

부평구문화재단

©부평구문화재단

마지막으로 ‘춤추는놀이터’에서는 다채로운 공연예술을 만난다. 아트센터 곳곳에서 펼쳐지는 소소한극장은 12명의 독립공연예술가들이 선보이는 1인극이다. 50명의 관객을 위한 공연부터 오직 한 명의 관객을 위한 공연까지 12개의 공연을 관람한다. 또한,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날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며 어린이와 어린이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영원한 어린이(극단 상상이상)’ 퍼레이드도 준비되어 있다. 그 밖에도 스토리댄스 ‘빨간 코 디스코’, 바디퍼커션 문화예술교육 ‘우리가족 쓰담쓰담’, 뮤지컬 ‘달샤베트’, 체험전시 ‘헬로우, 아트랜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부평키즈페스티벌>은 한계가 없다. 해마다 점점 발전하며 한계를 넘어 어린이들의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주는 곳이다. 아트센터는 변하지 않는 든든한 ‘터’가 될 것이고, 일 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어린이들이 평등하고 동등하게 뛰어놀며 문화예술을 경험하길 바란다. <부평키즈페스티벌>이 부평 어린이라면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먼 훗날 덴마크의 ‘4월 축제(Aprilfestival)’ 같이 세계적인 축제가 되길 바란다.

이슬기 (李슬기, Seulgi Lee)

부평구문화재단 예술기획팀 대리.
방송영상과 공연예술경영을 공부하고 뮤지컬 제작, 공연장 운영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평구문화재단에서 공연기획을 맡고 있다.
hissseul9@bpc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