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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갤러리, 소무의도 스토리움
김한빛
타지 사람에게 인천에 거주한다고 하면 “인천공항이랑 가깝냐?”는 말 다음으로 “바다랑 가깝냐?”는 질문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인천 중구에 위치한 나의 근무지에서도 출·퇴근길에 가끔 뱃고동 소리가 들리고, 어쩌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 바다의 짭짤한 향이 콧속 가득 들어올 때도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인천 연고의 야구단 응원곡 중 <연안부두>가 있는 걸 보면 인천은 바다와 뗄 수 없는 지역인가 보다.
그러한 해안도시 인천의 중구에 위치한 수많은 섬들 중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국제도시와 맞닿은 작은 무의도, 소무의도가 있다.
대무의도에서 소무의도로 걸어서 건너는 ‘소무의도 인도교’ ⓒ인천중구문화재단 김한빛
소무의도 인도교를 건넌다는 건 사실상 바다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포지션이라 무서울 법도 한데 소무의도 인도교는 특유의 안정감이 있다.
완만한 경사를 걸어가며 가로등에 앉는 갈매기들을 보거나 아득히 멀리 있는 것만 같은 인천대교, 항구에 정착된 작은 배들과 건어물 판매장, 그리고 그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들까지 구경하다 보면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섬에 도착하게 된다.
소무의도는 ‘고양이의 섬’이라 불릴만큼 항상 맞이해주는 고양이들이 있다.
ⓒ인천중구문화재단 김한빛
작은 무의도답게 이 섬은 트래킹 복장을 갖추지 않고도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섬 전체가 ‘무의바다누리길’이라는 둘레길로 이어져있어 떼무리 선착장, 소나무숲길, 몽여해변 등 천천히 걸으며 소무의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마을’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소무의도의 마을 골목으로 들어가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마을회관과 동화에서 볼 법한 귀여운 교회를 발견하며 섬을 가로로 횡단하다 보면 주변 소음은 없어지고 파도 소리만 들리는 몽여해변과 소무의도 스토리움을 만날 수 있다.
<몽여해변>, 날씨가 좋으면 송도국제도시는 물론, 북한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인천중구문화재단 김한빛
소무의도 스토리움 전경
ⓒ인천중구문화재단 김한빛
바다와 가까워 ‘소라’를 닮은 소무의도 스토리움은 「소무의도 도서특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원래는 <섬이야기 박물관>이라는 이름의 지어진 3층 구조의 전시공간이다. 2022년 인천중구문화재단으로 이관되어 소무의도가 가지고 있는 역사, 자원, 주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독립운동부터 병참기지, 대통령의 휴가지까지 다양한 역할을 했던 소무의도의 역사
ⓒ인천중구문화재단 김한빛
소무의도 스토리움은 소무의도의 과거-현재-미래를 층별로 배치하여 작지만 알찬 존재감을 뿜어낸다.
‘시간, 섬, 기록’이라는 테마의 1층에서는 소무의도의 역사와 섬에 대한 간단한 정보들과 함께 마을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한 식음료 판매시설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사람, 마을, 기억’이라는 테마의 2층은 수많은 역사와 자연이 만들어 낸 소무의도에 들어와 ‘주민’이 된 사람들과 그들이 모여 생겨난 마을 등 ‘인간미’ 넘치는 사진들과 영상을 전시하여 1층과는 또 다른 바다 풍경을 보여주는 휴게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람, 마을, 기억’. 앞으로 더 채워질 기록이 기대되는 공간이다.
ⓒ인천중구문화재단 김한빛
지난 3월 새단장을 마친 3층 <바다갤러리>에서는 창문 너머로 펼쳐진 바다와 함께 인천 중구가 소장하고 있는 자연과 도시, 일상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섬 안에서 풍경과 함께 작품들을 전시·관람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앞으로의 다양한 전시가 기대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바다갤러리 전경 ⓒ인천중구문화재단 김한빛
바다갤러리에는 꼭 바다와 관련된 그림들이 아니더라도 장소가 주는 편안한 분위기 덕에 잠시 쉬어가는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어쩌면 창문이라는 프레임과 시시각각 바뀌는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 ‘바다갤러리’라고 명했는지도 모르겠다.
프레임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인천중구문화재단 김한빛
바다프레임까지 감상하고 나면 소무의도 스토리움이 제공하는 문화예술도 마치게 된다. 1층에 위치한 식음료 판매시설 덕분에(?) 이곳을 단순 카페로 이해할 관광객들에게 이곳은 전시공간이라는 오해를 풀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4월, 어디든 가보기 좋은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러든 몸을 펴고 바다와 고양이가 맞이해주는 섬, 소무의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인천중구문화재단 김한빛
김한빛(金한빛, Hanbit Kim)
인천중구문화재단 경영기획팀 주임.
이화여자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석사
공연과 축제를 사랑하고 반려견 ‘똥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