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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 3.0 기획 1: 인천 구도심의 문화적 활성화>
인천문화통신 3.0은 2022년에 ‘문화도시’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4월호는 ‘인천 구도심의 문화적 활성화’를 주제로 문화적 도시재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한편, 동구 배다리에서 활발한 문화활동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는 자리로 마련하였다. – 편집자 주 –
문화적 도시재생의 의미와 시행기관의 역할과 기능
김상원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산업화로 인한 도시의 인구집중은 도시의 부를 견인하는 원동력인 동시에 빈곤이란 부산물을 만들었다. 도시재생의 시작은 19세기 후반의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진행되었던 ‘도시재건(urban renewal)’이란 개념에서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도시재건’은 도시의 쇠락한 원도심 지역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를 위한 토지재개발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최근에 영국에서는 도시의 사회적 및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도시의 물리적, 환경적 측면과 건물들을 개선하는 도시 계획적인 개념을 내포한 ‘도시재생 (urban regeneration)’이란 표현이 사용되곤 한다. 반면에 북미 지역에서의 ‘도시재건’은 쓸모없거나 황폐해진 지역을 지역사회의 경제적인 생산성을 견인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 ‘도시재개발 (urban redevelopment)’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곤 한다. 필자는 서술 편의상 ‘urban renewal’을 ‘도시재건’으로, ‘urban regeneration’을 ‘도시재생’으로, 그리고 ‘urban redevelopment’을 ‘도시재개발’로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도시재개발’은 주거 중심의 저밀도 용지를 상업적 또는 혼합형 고밀도 용지로 구역을 조정하는 재개발 방식을 수반한다. 북미 지역과 유럽에서 ‘도시재생’은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지역에 민간 투자나 공적 재원을 투입하는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북미지역과 서구 유럽의 산업도시들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방식을 도모하는 시도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우리의 경우는 1990년대 후반에 도시재생 개념이 수용되었다. 그러나 ‘도시재생’이 정책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도시재생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2013년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의 도시재생은 크게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그리고 ‘환경적’ 유형으로 구분되곤 하지만, 우리는 「도시재생에 관한 특별법」의 어디에도 ‘문화’ 또는 ‘문화적’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도시재생은 일반적으로 국토교통부의 정책사업으로 이해되곤 하나, 국토부에 국한된 정책사업인 것만은 아니다. 도시재생 사업은 정부 각 부처별 및 부처간 협력사업이 있으며,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적 도시재생’이란 명시적 도시재생 정책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 사업에서 ‘주민참여’, ‘거점’,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을 지향하며 많은 경우에 폐시설에 예술적 개입에 의한 것을 ‘문화적 도시재생’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어, ‘문화적 도시재생’이 자칫하면 예술적 개입에 의한 도시재생으로 한정할 수 있는 오류에 빠질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는 인간에 의한 산물이고, 이는 도시재생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자본’에 해당한다. 이러한 문화적 자본은 ‘축적’이란 본질적 속성이 있어 제도화가 가능하며, 이는 곧 사회적 및 경제적 요소와 결합할 수 있고, 특정한 유형 내에서 자본 유형을 변형시킬 수 있어 도시재생의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왜냐하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자본의 차이는 기회와 장애의 사회적 현실 구조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문화자본을 토대로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는 기존에 생성된 것뿐만이 아니라, 시민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발적 참여와 이를 통해 축적되는 시민역량 강화 과정 자체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활동 자체를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생성된 문화를 활용하는 도시재생은 ‘문화활용’ 전략이라고 할 수 있고, 새로운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시민들의 역량강화 과정으로서의 도시재생은 ‘문화활동’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국토부가 ‘문화적’이란 명시적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국토부의 도시재생 사업이 ‘문화적 도시재생’과 관련이 없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도시재생에 관한 특별법」에서 도시재생의 정의에 포함되어 있는 ‘지역역량’, ‘새로운 기능’, ‘지역자원’을 활용한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란 표현은 ‘문화활용’ 및 ‘문화활동’ 전략과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토부, 문체부, 기타 정부 부처별 및 부처간 도시재생 사업에서 요구되는 ‘주민참여’, ‘주민주도’, ‘공동체 활성화 및 역량강화’와 더불어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제도화, 프로그램 운영 등은 모두 ‘문화활동’ 전략과 관련이 있다.
국토부를 포함한 부처별 및 부처간 도시재생 정책사업들이 ‘문화활동’ 전략에서 요구되는 항목들을 포함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를 문화적 도시재생이라고 부르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예술적 개입에 의한 것을 문화적 도시재생으로 국한해서 이해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개념과 개념의 적용에서 파생되는 오류로 볼 수 있고, 이는 공론화를 통해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국토부 또는 관련 부처나 광역지자체의 도시재생 사업에서 요구되는 사항이 실제 지역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역량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천시민愛집 전경 사진
(출처 : 인천시민愛집 홈페이지)
인천시민愛집 내부 사진
(출처 : 인천시민愛집 홈페이지)
인천의 경우 인천도시공사, 인천광역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기초자치단체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등과 같은 도시재생 관련 기관들은 각각의 기능과 역량을 활용한 도시정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 문체부 그리고 부처간 도시재생 관련 사업들은 대체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휴먼웨어 관련 사업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의 관련 기관들은 이 모든 역량을 한 사업 내에서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만능이 아니다. 하드웨어에 특성화된 기관에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 관련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거나,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에 특성화된 지역의 문화재단과 같은 기관들은 해당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인천도시공사가 진행한 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사업 1호 – 개항장 이음 1977 전경사진
(출처 : 인천도시공사 홈페이지)
인천도시공사가 진행한 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사업 1호 – 개항장 이음 1977 내부사진
(출처 : 인천도시공사 홈페이지)
도시재생은 ‘문화활동’ 측면에서 문화재단이 참여할 부분이 있으며, 기존의 도시재생 관련 기관들과 협력하여 각각 특화된 역량에 따라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 도시가 지속되는 한, 도시재생은 계속되어야 한다. 도시재생 사업을 수행하는 지역의 기관별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하향식 도시정책 사업은 지양되어야 하며, 도시정책 사업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기관들이 역할과 기능을 분담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